(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기적에 가까운 시즌이었다.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선발투수가 한 명뿐이지만,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든 KIA 타이거즈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자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우완 영건' 황동하도 힘을 보탰다.
KIA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부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시즌 개막 전부터 부상자가 나왔고,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선발투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윌 크로우를 시작으로 이의리, 윤영철, 제임스 네일까지 선발투수 4명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정규시즌 개막 때부터 지금까지 선발진을 지키고 있는 선수는 양현종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해서 KIA가 타선과 불펜의 힘만으로 버텼던 건 아니다. 대체 선발로 들어온 투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해줬다. 특히 황동하가 팀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올해로 프로 3년 차가 된 황동하는 시즌 초반 불펜투수로 나서다가 4월 3일 2군에 내려갔고, 3주 넘게 재정비를 가진 뒤 4월 27일 1군에 콜업됐다. 황동하에게 주어진 임무는 '대체 선발'이었다. 당시 팀은 이의리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불펜 과부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황동하는 콜업 당일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으나 다음 선발 등판이었던 5월 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크로우가 5월 중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KIA로선 또 대체 선발을 찾아야 했고, 황동하에게 계속 기회가 주어졌다. 황동하의 5월 성적은 5경기 26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3.81. 꾸준히 5이닝 이상 책임지면서 눈도장을 찍은 황동하다.
황동하는 6월에도, 7월에도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졌다. 지난달 8일 광주 KT 위즈전에서는 6이닝 3피안타 1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와 함께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종전 5월 3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6탈삼진)을 갈아치웠다.
매번 팀의 기대에 부응한 건 아니었지만, 시즌 막바지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불펜의 부담을 덜어줬다. 19일 현재 황동하의 시즌 성적은 24경기 98⅓이닝 5승 6패 평균자책점 4.39. KIA로선 그런 황동하가 고마울 따름이다.
겨울 휴식을 반납하고 훈련에 시간을 투자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황동하는 지난해 중순부터 33박 34일의 일정으로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에 파견됐다. 정해영, 이의리, 윤영철, 곽도규와 함께 선수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다.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1차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황동하는 "만약 불펜이 아닌 선발로 투입된다면 잘 준비해서 확실하게 기회를 잡고 싶다"며 "딱히 목표를 설정하진 않았지만, 하는 데까지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다. 무조건 지난해(13경기)보다 많은 경기 수를 소화하고 싶다. 20경기 정도 등판하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남은 건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다. 보직이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니지만, 단기전에서도 황동하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황동하가 프로 데뷔 이후 첫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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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