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10일 벌어진 2026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오만 원정을 이기고 돌아온 가운데 '손흥민 해줘 축구'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한국은 오만을 3-1로 누르면서 1승1무(승점4)를 기록, 요르단과 승점, 골득실이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뒤진 B조 2위로 올라섰다. 2차전까지 치르고 나서야 B조 1~3번 시드인 한국과 요르단, 이라크가 나란히 승점4를 기록하면서 3강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B조 6번 시드임에도 요르단, 이라크와 모두 비긴 쿠웨이트(승점2) 분전도 주목된다.
한국은 오만전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는 간판 공격수 손흥민이 선제골을 돕고, 결승포를 집어넣은 뒤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1골 2도움 작성하면서 그야말로 홍명보호를 살렸다. 그러다보니 홍 감독도 정식 사령탑으론 직전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처럼 손흥민 등 유럽파 핵심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해줘 축구'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홍 감독이 오만전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5명이나 바꾸고 후반에도 황문기, 주민규 등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공격 분위기를 바꾸는 등 용병술이 주효했다는 점을 들어 전술적인 성공이 이뤄졌다는 평가도 있다.
◆황희찬 10번+황문기 맹활약+주민규 쐐기포…팔색조 전술 축구
홍 감독은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해줘 축구'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단호하게 반박했다. 질문 자체도 "손흥민 등에 의존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가"였다.
홍 감독은 질문이 나오자마자 "그 거는 나하고는 완전히 다른 생각"이라고 말한 뒤 "경기 운영 중 분수령이 됐던 시간에 전술적으로 변화를 줬다. 그 전술이 맞았다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의견에 대해선 내가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는 전술적으로 충분히 후반전 한 30분 남겨놓고는 '완벽하게 잘 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세간의 평가를 일축했다.
실제 홍 감독의 발언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우선 홍 감독은 오만전에서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2골 넣은 황희찬을 선발로 넣었고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섀도우 공격수 자리에 투입했다. 축구계에서 말하는 이른바 '10번'으로 기용한 것이다. 황희찬은 전반 10분 아크 정면에서 반박자 빠른 통렬한 오른발 슛을 날려 선제골 주인공이 됐다.
황희찬은 경기 직후 엑스포츠뉴스 등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가운데 10번 자리에서 내가 뒷공간으로 많이 빠지고, (손)흥민이 형하고 또 (오)세훈이하고 같이 연결 플레이, (이)강인이, (황)인범이 이렇게 다 같이 연결 플레이를 많이 주문하셨다"면서 "뒤로 가는 부분, 포켓 위치에서 볼을 받아주면서 연결해주는 부분들을 많이 얘기해주셨다. 홍 감독님 지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반 막판 세트피스로 동점포 허용한 뒤 후반 중반부터 단행한 변화도 나름대로 좋은 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일 팔레스타인전에서 전반에 뛰었던 측면 수비수 황문기가 이날은 후반 중반 교체로 들어갔는데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분위기 전환의 키플레이어가 됐다. 이후 후반 37분 손흥민의 결승골이 나왔다.
주민규는 후반 추가시간이 무려 16분이나 공지된 상황에서 후반 44분 들어가 추가시간이 10분 지날 무렵 3-1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골로 연결됐다. 주민규가 귀국 뒤 호흡을 쌓을수록 경기력이 좋아질 것이란 확신을 갖게됐다고 하는 등 황희찬 외 다른 선수들도 오만전 홍명보호 코칭스태프 전술 구상에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손흥민 아니었다면 결승포 가능?…'SON 의존' 해줘 축구
'해줘 축구' 주장의 근거는 역시 손흥민이 3골에 전부 관여했다는 점에 있다. 손흥민은 오만전 전반 10분 왼쪽 측면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던 황희찬에게 볼을 밀어줘 첫 골 도우미가 됐다.
이어 오만전도 무승부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이 엄습하던 후반 37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뒤 상대 수비수가 달라붙는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볼을 간수해 왼발 강슛으로 연결, 결승포 주인공이 됐다.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쐐기골 역시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손흥민이 직접 찰 수도 있었지만 더 좋은 곳에 자리잡은 주민규를 포착한 뒤 밀어줘 나온 것이었다.
특히 결승골 장면이 '해줘 축구'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국 공격을 이끄는 손흥민과 이강인 두 사람의 부분 전술을 통해 손흥민이 다른 공격수라면 성공시키기 어려운, 비교적 중거리 슛을 시도해 골망을 출렁였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후반 초반에도 비록 비디오판독을 거쳐 취소됐으나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반칙에 걸려 넘어지는 등 손흥민의 클래스 다른 플레이로 1-1 무승부 상황을 타개하는 모양새였다. 일부 축구 전문가들이 "3-1이라는 점수 차에도 불구하고 과제가 많은 경기였다"며 홍명보호 코칭스태프의 역량이 승리의 요인이 아니었다고 외치는 이유다.
손흥민이 대표팀 핵심 공격수가 되면서 그의 주변으로 선수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골이 나는 장면이 이전 감독들 때부터 적지 않게 나왔고, 득점 장면들만 놓고 보면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오만의 경우 센터백 신장이 180cm 안팎으로 작은 편이었는데 한국과 10월에 격돌할 이라크, 요르단은 신체조건이나 스피드가 좋다. 이들이 손흥민 견제에 나설 경우 이 때 발생하는 공간 혹은 기회를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활용하고, 홍 감독이 전술적으로 대처할지가 궁금해진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