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안일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구단이 손흥민을 놓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두고 머뭇거리는 사이 사우디아라비아가 또다시 손흥민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최근 손흥민이 꾸준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기는커녕 손흥민의 기존 계약에 포함된 1년 연장 옵션도 발동하지 않고 있다.
손흥민의 현재 계약은 2025년 6월 말에 만료된다. 기존 계약 대로라면 이번 시즌이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인 셈이다. 대신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조건에 포함되어 있는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면 손흥민은 2025-26시즌까지 토트넘에서 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토트넘이 손흥민의 연장 옵션을 활성화한다고 해도 손흥민을 기용하기 위해 그 옵션을 발동하는 건지, 혹은 손흥민을 매각해 이적료를 챙기려고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연장 옵션을 발동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 선수를 파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기존 계약 기간을 늘리는 재계약이 아니라면 손흥민의 토트넘 커리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9년 동안 헌신했지만, 토트넘은 손흥민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팀의 살아있는 전설에게 확실한 대우를 약속하는 것도, 반대로 그간의 헌신을 완전히 무시해버리고 선수를 내치려는 것도 아니다.
토트넘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손흥민은 또다시 이적설에 휩싸였다. 지난해 여름 유럽에서 뛰는 스타 플레이어들을 수집하던 때부터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이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시 한번 손흥민에게 접근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국 '커트 오프사이드'는 6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클럽들이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을 주시하고 있다"며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7골 10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사우디아라비아 구단 대다수에 엄청난 영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손흥민이 자유 계약(FA)으로 이적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토트넘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손흥민에게 계약 여장을 제안할지 지켜보는 건 흥미로울 것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자산이고, 손흥민을 잃는 건 토트넘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이티하드와 연결됐던 손흥민은 본인의 이적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은 지난해 6월 국가대표팀 경기 당시 국내 취재진을 만났을 때 자신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과거 국가대표팀의 주장이었던 기성용이 대표팀의 주장은 중국으로 이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자신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다른 세계적인 선수들도 살면서 만지기 힘든 거액의 연봉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을 택하거나 고민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손흥민이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최고 수준에서 뛰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커트 오프사이드' 역시 "32세의 손흥민은 당장은 유럽 최고의 리그에 머물고 싶을지도 모른다. 손흥민은 부진할 조짐 없이 최고 수준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는 트로피를 원할 것이고, 커리어의 지금 단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하는 건 실수일 수 있다"면서 "토트넘은 시즌이 끝나기 전 손흥민과 새로운 게약을 맺도록 그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토트넘만 빼고 모두가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눈치다.
옆동네인 리버풀이 팀의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를 대하는 태도와도 완전히 딴판이라 더욱 비교가 된다. 미지근한 태도의 토트넘과 달리 리버풀은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인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가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곧바로 살라와의 재계약 협상 준비를 시작했다.
최근 리버풀의 에이스 살라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끝난 후 꺼낸 발언이 주목받았다. 당시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올드 트래퍼드에서 리버풀의 3-0 대승을 이끈 살라는 경기가 끝나고 리버풀에서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목을 끌었다.
살라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좋은 여름을 보냈다. 홀로 많은 시간을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데에 쏟았다"며 "모두가 아는 내용이지만, 이번 시즌은 리버풀에서 내가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다. 그래서 그저 (리버풀 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구에만 전념하다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려고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이번 라이벌 더비가 내 마지막 올드 트래퍼드 원정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리버풀과의 동행을 이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암시했다.
살라는 아울러 "구단의 그 누구도 아직까지 나에게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시즌이 끝난 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아직 리버풀 구단 측에서 자신에게 재계약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살라의 발언 이후 리버풀은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10년대 리버풀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지금도 팀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살라의 계약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구단이 아직까지 살라에게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았다는 소식에 리버풀 팬들은 분노했다. 리버풀도 이를 알아차리고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국 '토크 스포츠'의 알렉스 크룩은 5일(한국시간) "리버풀은 곧 모하메드 살라와 재계약을 두고 협상을 시작할 것이다. 리버풀은 살라의 계약 상황에 대해 여유로운 생각을 갖고 있으며, 곧 수뇌부들과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크룩은 또 "살라도 현재 계약 그 이상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서 살라도 리버풀에 잔류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버풀 관련 소식을 전하는 리버풀 지역지 '리버풀 에코' 역시 "살라는 이번 여름 이후로 리버풀에 머무르길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선수와 가까운 소식통은 살라와 그의 가족이 리버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클럽에서 7년간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팀에 어떻게 정착했는지를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