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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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헹가래' 홍명보 감독, 오만은 약속의 땅…손흥민과 웃을 수 있을까 [무스카트 현장]

기사입력 2024.09.06 18:45 / 기사수정 2024.09.06 18:45



(엑스포츠뉴스 오만 무스카트, 나승우 기자)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 대승을 거두고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던 곳이다.

지난 5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과 무득점 무승부를 거둔 홍 감독이 12년 전 기억을 떠올려 무스카트에서 '팔레스타인 쇼크'를 이겨내고 승전고를 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오만(76위)과 2026 북중미(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첫 경기에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주요 해외파 선수들을 총출동 시키고도 0-0 무승부에 그친 대표팀은 현재 B조 4위에 그친 상태다. 오만을 1-0으로 잡은 이라크가 선두, 1-1로 비긴 요르단과 쿠웨이트가 2, 3위에 올라있다. 대표팀이 상대할 오만이 꼴찌다.

오만이 최하위에 그치고 있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오만은 이라크 원정에서 패했으나 경기력 자체는 이라크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이라크에게 세트피스 실점을 허용한 후 경기 내내 날카로운 공격으로 홈팀을 몰아쳤다. 골 결정력만 아니었다면 승리 팀은 이라크가 아닌 오만이 될 수도 있었다.

경기 후 오만 감독도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운이 좋지 않았다. 결과는 더 좋았을 수도 있었다. 최소한 무승부를 거둘 자격이 있었다. 경기 내내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아쉬워할 정도였다.

대표팀도 마지막 오만 원정에서 크게 혼쭐난 적이 있다. 2003년 10월 2004 아시안컵 예선서 후반에만 내리 3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했다. 당시 패배는 '오만 쇼크'라는 아픈 기억으로 한국 축구사에 남았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1년 만에 한국 축구의 민낯이 드러났다. 움베르투 코엘류 당시 대표팀 감독이 조기 퇴진하는 결정적인 경기가 됐다.



다만 홍 감독에게만큼은 무스카트는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지휘했던 홍 감독은 2011년 9월 홈에서 열린 최종예선서 오만을 2-0으로 잡았고, 이듬해 2월 무스카트에서 열린 원정 맞대결에서는 3-0 완승을 거둔 바 있다.

전반전 남태희의 선제골, 후반전 김현성, 백성동의 연속골로 편안한 승리를 거두며 올림픽 본성행을 확정했다. 현재 대표팀에 소집된 김영권, 정우영도 당시 올림픽 멤버로 오만 원정 승리를 함께 했다. 오만의 과격한 관중이 경기장에 물병을 던지고 폭죽을 쐈다. 이 와중에 한국영이 폭죽 맞고 쓰러지는 일까지 겪었지만 태극전사들은 홍 감독이 주문한 공격을 차분하게 실행한 끝에 쾌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 승리로 한국은 런던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홍 감독은 무스카트에서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았다.

그런 무스카트에서 이번엔 승승장구가 아닌 대반전을 꾀해야 하는 게 홍 감독의 현실이다. 팔레스타인전 쇼크를 이겨낼 필요가 있다.



한국은 팔레스타인전에서 결과와 내용을 넘어 팬들의 신뢰도 잃었다. 선임 과정부터 논란이었던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의 야유가 경기 내내 쏟아졌고, 이에 불만을 품은 주전 수비수 김민재가 관중석으로 다가가 야유 자제 및 응원 부탁 등을 했다가 6일 붉은악마의 강한 반박 성명문에 직면했다.

선수단 분위기 자체가 뒤숭숭하다. 홍 감독이 꺼낸 김영권, 정우영 베테랑 카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측면 수비수 황문기도 부진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골결정력에서 큰 문제를 드러냈다.

오만전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빠르게 선수단을 재정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오만도 이기지 못한다면 홍 감독 거취에 일찌감치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B조 4~5번 시드 두 팀을 상대로 1승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여서다.

홍 감독이 이번에도 헹가래를 받을 순 없지만 90분 혈투 뒤 엷은 미소를 되찾고 서울로 귀국할 수 있을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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