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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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김민희 '수유천'…현실적인 스캔들 엿듣기 [엑's 리뷰]

기사입력 2024.09.04 18:50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배우 김민희의 현실 연기에 귀 기울이게 되는 홍상수의 영화 '수유천'이다.

제77회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김민희에게 최우수 연기상을 안겨준 영화 '수유천'은 홍상수 감독의 32번째 장편영화다.

상영시간 111분에 달하는 '수유천'은 최근 평균적으로 60여분 가량의 러닝타임을 자랑했던 홍상수의 장편 영화 중 긴 편이다. 긴 러닝타임이지만 이번에도 홍 감독은 제작뿐 아니라 각본, 연출, 편집, 음악, 음향까지 모두 맡았으며 김민희도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 어느 때보다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김민희의 '사람 연기'에 관심이 쏠린다. '수유천'에는 전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학 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민희가 연기한 전임은 자신의 학과 아이들의 촌극이 한 스캔들로 인해 흐지부지되자, 배우 겸 연출자이나 블랙리스트에 올라 관련 일을 못하고 책방을 운영하는 외삼촌 추시언(권해효 분)에게 연출을 부탁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시언이 대학촌극제 연출을 맡으며 나비효과처럼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담는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답게 극적인 사건이나 기승전결은 없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요약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소소한 에피소드와 사건들이 잔잔한 몰입도를 유지하게 만든다.



한 컷 한 컷 롱테이크가 많은 '수유천'은 백색 소음부터 바람소리까지 날것의 사운드가 그대로 들어간다. 배우들의 뒤에 잡히는 날아다니는 벌레부터 식당 근처에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까지.


일반 영화같지 않은 구도와 소음은 일부 관객에겐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전임의 시선, 학생들의 상황, 시언과 그의 팬이라며 설렘을 드러내는 전임의 선생인 정 교수(조윤희)의 플러팅에 집중하다보면 술집 옆 테이블 일행의 대화를 엿듣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나와 내 친구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모두에게 있을법한 일상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전임의 제자이자 여대생 7명은 준원이라는 연출자와 촌극 준비에 나서지만, 준원은 이들 중 세 명의 학생에게 따로 만남을 제안하는 스캔들이 벌어진다. 



한 남자가 여러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청춘들에게 가끔가다 일어나는 현실적인 스캔들을 대하며 분노하는 전임의 모습이 대화로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장년이 된 한 인물의 과거 실패·좌절부터 장년에도 느낄 수 있는 이성적 설렘, 관계의 변화도 인물들간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물 흐르는 김민희의 연기가 매력적이다. 사랑에 빠지는 듯 아닌 듯한 외삼촌이 혹시 불륜을 저지를까 경계를 풀지 않는 조카의 마음까지 소소한 웃음 포인트도 분명 존재한다. 진짜 시언과 정교수로 살아본 듯한 권해효, 조윤희의 연기도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다수 출연한 이유가 있음을 알려준다.

가까워지는 시언과 정교수와 제자들을 삼촌에게 맡기고 자신의 작품 활동의 패턴을 찾으며 전시회를 준비하는 전임의 시간은 같이 흐른다. 그에 맞게 초승달이던 달도 상현달이 되고, 어느덧 보름달이 된다.

김민희는 로카르노 영화제 수상 후 인터뷰를 통해 "제가 관객으로서 영화를 봤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너무 아름답고 이상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었다. 그게 되게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싶다. 너무 따뜻하고 사람들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소소하지만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하고, 정말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한 바 있다. 

영화를 보면 달의 변화와 땅과 하늘의 대조가 아름답다고도 강조한 김민희의 말이 이해가 된다.



끝까지 가늠이 불가능한 영화의 결말도 '수유천' 답다. 

가끔 사람냄새가 그리울 때, 드라마에 몰입하는 건 피곤하지만 남 얘기는 엿듣고 싶을 때 보면 매력적일 작품이다.

'수유천'은 18일 개봉한다.

사진= (주)영화제작전원사, (주)콘텐츠판다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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