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 홋스퍼 역사상 최고의 7번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니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전까지 토트넘의 레전드 칭호를 들을 자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 홋스퍼 역사상 최고의 7번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니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전까지 토트넘의 레전드 칭호를 들을 자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은 최근 영국 매체 '기브 미 스포츠'가 선정한 토트넘 역대 7번 중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매체는 지난 18일(한국시간) 토트넘 역사에서 등번호 7번을 달고 뛰었던 선수들 중 1위부터 9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평가 기준은 세 가지였다. 매체는 ▲토트넘에서 꾸준히 뛴 기간 ▲기록한 공격 포인트 ▲상대에게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를 기준으로 두고 선수들을 평가했다.
토트넘의 황금기가 1960년대였고, 몇 안 되는 우승도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있었기 때문에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이 대부분 과거에 활약했던 인물들일 수밖에 없었다. 9위 테리 다이슨(1955년~1965년)과 8위 테리 메드윈(1956년~1963년), 7위 크리스 와들(1985년~1989년), 6위 글렌 호들(1975년~1987년) 등이 대표적이었다.
3위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하며 363경기에 출전해 30골 76도움을 기록한 애런 레넌이 차지했고, 2위는 1978년부터 1988년까지 토트넘에서 뛰면서 1980-81시즌과 1981-82시즌에 FA컵 2연패를 달성할 당시 주축으로 활약했던 오스발도 아르딜레스 전 토트넘 감독이 뽑혔다.
두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인물이 바로 손흥민이었다. '기브 미 스포츠'는 "토트넘의 현 주장 손흥민이 토트넘 역대 최고의 7번으로 선정됐다. 2015년 2200만 파운드(약 385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토트넘에 합류한 손흥민은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으나 결국 PL 최고의 측면 공격수 중 하나로 등극했다"면서 "손흥민이 이룬 성과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2020년 푸스카스상과 2021-22시즌 PL 골든 부트 수상이다"라고 했다.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 홋스퍼 역사상 최고의 7번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니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전까지 토트넘의 레전드 칭호를 들을 자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 연합뉴스
매체의 설명처럼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첫 시즌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팀에 적응한 뒤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리면서 PL 커리어를 쌓았다. 해리 케인과 함께 최고의 파트너십을 결성해 토트넘의 공격을 이끈 것은 물론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지난 시즌에도 토트넘의 주 득점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매체는 "손흥민이 놓친 건 팀 우승뿐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온 이후 두 번의 결승전에서 패배했다"며 손흥민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건 우승이라고 짚었다.
비록 우승은 없지만, 손흥민이 토트넘 역대 최고의 7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손흥민의 가치를 높이는 건 손흥민이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좋은 경기력과 토트넘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기브 미 스포츠'는 "손흥민이 토트넘에 합류한 이후 세계 최고의 팀들이 손흥민을 영입하길 원했으나, 손흥민은 언제나 팀에 충성했다. 손흥민은 자신이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7번을 달고 뛰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생각은 달랐다. 손흥민은 아직 자신이 토트넘의 레전드 중 하나로 불리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손흥민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우승 커리어가 없기 때문이었다.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 홋스퍼 역사상 최고의 7번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니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전까지 토트넘의 레전드 칭호를 들을 자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 연합뉴스
손흥민은 최근 '맨 인 블레이저'와의 인터뷰에서 "내 마음 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만 있다. 난 우승하고 싶고, 트로피를 얻고 싶다"며 "팀에 성공을 가져다 주는 트로피, 특히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을 때 이는 나와 내 가족, 그리고 클럽과 선수단에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난 우승을 위해 무엇이든 할 거다. 난 지금 토트넘에서 스스로를 전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난 무언가를 얻고 싶다"며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을 이끌던 시절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DESK 라인'을 구축해 토트넘의 코어 역할을 했으나 당시 토트넘은 좋은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토트넘이 거둔 최고 성적은 2016-17시즌 PL 준우승과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었다.
가장 최근 우승에 가까웠던 건 2020-21시즌이었다. 당시 토트넘은 리그컵 결승전에 올랐는데, 맨체스터 시티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조세 무리뉴 감독이 경질되면서 사령탑 없이 결승전을 치른 끝에 또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손흥민이 우승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손흥민은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후 토트넘이 우승에 가장 가까웠던 시기에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심지어 영혼의 파트너였던 해리 케인조차 우승을 위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지만, 손흥민은 여전히 토트넘에 남아 있다.
손흥민은 우승, 그리고 스스로의 발전을 원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난 내 경기력의 모든 면을 다듬어야 한다. 완벽한 축구선수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한 몇 명뿐이다"라며 "난 모든 면을 개선할 수 있다. 모든 감독은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고, 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 홋스퍼 역사상 최고의 7번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니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전까지 토트넘의 레전드 칭호를 들을 자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 연합뉴스
사실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서 토트넘은 1년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토트넘 입단 초기 극심한 경쟁에 적지 않게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 2019년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5-2016시즌이 끝난 후 토트넘을 떠나는 걸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2015년 여름 토트넘으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손흥민이 1년 만에 이적을 고려하게 된 계기는 출전 시간 부족이었다. 지금은 토트넘 부동의 주전 공격수이지만 손흥민은 데뷔 시즌에 리그에서 28경기 4골 1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8경기 중 선발로 나온 건 15경기뿐이었고, 총 출전 시간도 1104분에 불과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에서 활약하다가 손흥민보다 토트넘에 1년 먼저 온 라멜라가 손흥민과의 경쟁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던 상황이었다.
당시를 회상한 손흥민은 "난 그때 거의 토트넘을 떠날 뻔했다. 포체티노 감독한테 여기가 편안하지 않아 독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볼프스부르크 등이 영입에 진지한 관심을 보였고, 토트넘은 레버쿠젠에 줬던 이적료 그대로 받을 수 있었더. 원금 회수가 가능했던 것이다. 손흥민도 볼프스부르크 이적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등 당시 코칭스태프들의 만류가 컸다. 토트넘에 잔류한 손흥민은 곧바로 다음 시즌인 2016-2017시즌에 리그 14골 8도움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21골 9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핵심 공격수로 거듭났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위해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는 마음은 이전에도 나타난 적이 있다.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 홋스퍼 역사상 최고의 7번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니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자신이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전까지 토트넘의 레전드 칭호를 들을 자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 연합뉴스
손흥민은 지난 6월11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중국전이 끝난 뒤 계약 논란이 나오자 당시에도 "내게 온 게 없다. 불편하다"면서도 "토트넘에 뭔가 하나 남기고픈 마음이 있다"고 했다. 토트넘과 함께 역사를 이루고 싶고, 거기에 보탬이 되고 싶은 게 손흥민의 진심이다.
마침 토트넘은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 진출하는데 우승 후보로도 여겨지고 있어 과연 손흥민의 꿈이 이뤄질지 궁금한 상황이다. 유로파리그 등에서 우승하면 손흥민의 토트넘 '종신 계약'도 가까워지게 된다.
손흥민은 지난해 여름 새로 부임한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구단 최초 비유럽인 주장으로 뽑혔다. 그리고 리더십과 실력에서 토트넘 최고의 플레이어임을 입증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 내에서 거의 감독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토트넘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선수들의 정신적인 모범이 됐다.
플레이 면에서도 최고였다. 2022-2023시즌 제기됐던 '손흥민 쇠퇴론'을 지웠다. 손흥민은 2023-2024시즌 17골과 10개의 도움을 기록해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3번째 '10-10'을 달성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을 포함해 6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순수하게 득점만 놓고 보면 리그 17골을 추가,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20골을 기록해 리버풀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와 함께 역대 득점 22위에 올랐다.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 10골을 간신히 채우며 기량이 쇠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리고 새 시즌 출발선 앞에 섰다.
손흥민은 오는 20일 오전 4시 레스터 시티와의 2024-25시즌 리그 개막 라운드를 시작으로 다시 한번 우승을 향한 첫 발을 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