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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팬페이지] 3연속 피안타…오승환도 사람이었다

기사입력 2011.09.13 15:43 / 기사수정 2013.09.04 01:09

김준영 기자

[revival] 오승환이 경기 도중 홈플레이트 뒤로 가는 일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투수는 통상 피득점권 상황에서 적시타를 맞을 경우 홈플레이트 뒤로 재빨리 이동해서 포수의 포구가 빠졌을 경우를 대비한 커버 플레이 준비를 하는 게 원칙입니다. 물론, 구위가 좋고 훌륭한 투수일수록 TV중계 리플레이 화면에 그러한 모습이 잡히는 경우가 적죠. 올 시즌이라면, 특히 오승환이 이런 케이스입니다. 끝판 대장 오승환은 올 시즌 단 두 번만 그런 행동(?)을 했었습니다. 10일 대구 LG전 이전까지는.

10일 대구 LG전. 오승환의 올 시즌 3자책점째 경기로 남게 됐네요. 그것도 9회초 2사 후 연속 3피안타를 맞는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1자책점을 기록했음에도 2사 1,2루 위기서 이대형을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시즌 40세이브를 챙겼습니다. 1994년 정명원(태평양)이 세웠던 최소 경기 40세이브 기록을 50경기서 47경기로 깨버렸고, 개인 통산 3번째 40세이브 고지에 올랐네요. 단일 시즌 40세이브는 총 5차례 있었는데, 이 중 오승환이 유일하게 3차례나 기록하게 됐습니다. 나머지는 정명원과 2000년 진필중(두산)의 몫입니다. 이 외에도 이날 세이브로 18경기 연속 세이브로 한국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국내 최연소, 최소 경기 통산 세이브 행진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평균자책점만 봐도 올 시즌 47경기에 나서 50이닝 동안 단 3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평균자책점은 고작 0.72. 이것도 이날 실점으로 올라간 것입니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2006년 자신이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아시아 기록(47세이브)를 깰 가능성도 충분하고, 40세이브 이상 0점대 평균자책점을 세운 유일한 투수였던 1990년 메이저리그의 데니스 에커슬리(48세이브 평균자책점 0.61)에 이어 21년만에 두 번째 투수로 명맥을 이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이렇게 위대한 기록에 도전하고 있음에도 그 역시 사람이기에 3연속 이날 안타를 맞고 실점을 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경기 후 “마음먹은 데로 풀리지 않았다”고 아쉬워한 오승환의 표정에서는 '이래서 야구는 끝까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날 오승환은 분명 평소보다 볼 끝이 좋지 못했습니다. LG 타자들이 그걸 잘 공략한 것 같습니다. 오승환도 사람이기에 분명 이런 날이 있는 게 당연하죠. 그러나 한편으로 다시 한번 정신 무장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을 듯싶습니다.  타자들도 비록 그에게 블론세이브를 안기지는 못해도 오승환 공략의 희망을 가졌을 것 같네요.

각종 진기록 속 오승환의 3연속 피안타 및 자책점 기록은 '철가면' '끝판 대장'이라는 별명이 주는 이미지를 떠나 오승환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해준 대목입니다.

[사진=오승환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reviva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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