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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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을 만나면 항상 좋다!"…'도쿄 4강' 이끈 라바리니, 전설과 재회에 웃었다 [파리 인터뷰]

기사입력 2024.08.07 21:21 / 기사수정 2024.08.07 21:21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한국 여자 배구의 2020 도쿄 올림픽(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1년 개최) 4강 신화를 이끌었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2024 파리 올림픽 여정을 8강에서 마감했다.

라바리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폴란드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토너먼트에서 미국에게 세트 스코어 0-3으로 졌다. 


폴란드 선수들 대부분은 준결승 진출 실패 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자국 취재진에게 정중히 인터뷰 거절 의사를 밝힌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가는 선수가 적지 않았다.

라바리니 감독도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해 세계 최강 팀을 상대로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을 치켜세우는 동시에 미국의 경기력을 치켜세웠다.



라바리니 감독의 폴란드는 파리 올림픽 조별리그 B조에 브라질, 일본, 케냐와 함께 편성됐다. 라바리니는 3년 전 도쿄에 이어 파리에서도 일본을 격침시키고 8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다만 8강에서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해 메달 도전은 멈춰섰다. 

라바리니 감독은 "오늘 결과에 만족할 수 없지만 미국이 우리보다 확실하게 더 나은 배구를 했다"며 "미국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우리도 더 좋은 배구를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폴란드가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토너먼트 진출도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배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19년 여자 배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해 2020 도쿄 올림픽(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1년 개최)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 여자 배구는 라바리니 감독과 성공 신화를 썼다. 브라질, 세르비아, 도미니카 공화국, 일본, 케냐와 함께 A조에 편성돼 조별리그를 3승 2패로 통과했다. 조 4위까지 주어지는 8강 토너먼트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특히 8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일본과의 조별리그 4차전은 한국 여자 배구 역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명승부였다. 풀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두고 '도쿄 대첩'을 완성했다.

한국은 당시 5세트에서 13-14로 벼랑 끝에 몰려 있었지만 16-14로 승부를 뒤집는 드라마를 썼다. 최소 조 3위를 확정하고 자력으로 8강 진출 티켓을 얻어냈다. 

'라바리니 매직'은 도쿄 올림픽 8강 토너먼트에서도 발휘됐다. 튀르키예를 세트 스코어 3-2로 제압하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2012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에 한국 여자배구는 올림픽 4강 신화를 또 한 번 이뤄냈다. 당시 세계배구연맹(FIVB) 랭킹 4위였던 튀르키예가 14위 한국에 덜미를 잡히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한국 여자배구는 비록 준결승에서 브라질,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포디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도쿄 올림픽 여정은 한 편의 명작으로 남아 있다. 

라바리니 감독에게도 3년 전 도쿄 올림픽은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에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 있다. 다만 지나간 과거보다는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라바리니 감독은 "폴란드 선수들과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3년 전) 도쿄 대회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면서도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나는 현재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와 함께 한국이 자랑하는 '배구 황제' 김연경과 파리에서 즐겁게 해후를 나눈 일화도 공개했다. 김연경은 이번 파리 올림픽을 선수가 아닌 배구계 레전드 자격으로 지켜보고 있다. FIVB의 초청으로 최근 파리를 찾았고 올림픽 기간 주요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FIVB는 김연경을 비롯한 남녀 배구 레전드 14명을 'FIVB 파리 올림픽 홍보대사(Ambassadors Paris 2024)' 자격으로 파리 올림픽에 초청했다. 모든 경비를 FIVB에서 부담하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김연경은 현역 시절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까지 총 3차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2012 런던 대회에서는 득점왕과 MVP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자 배구 우승팀이 아닌 4위팀에서 MVP가 배출된 건 김연경이 최초였다. 



김연경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를 4강으로 이끈 뒤 국가대표 은퇴를 결정했다. 지난 6월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늦어졌던 국가대표 은퇴 기념 이벤트 매치를 개최하기도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파리 올림픽에서 김연경과 만나게 돼 너무 기뻤다. 그녀가 (FIVB 초청으로) 파리에 와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미국과 게임을 치르기 전에 정말 만나고 싶었는데 마침 오늘 경기장을 찾아와서 경기 전에 만날 수 있었다"고 웃었다.

또 "김연경을 만나면 항상 좋다. 김연경을 경기 전에 만난 부분이 폴란드가 경기(미국과 8강)에서 이길 수 있는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김연경과 함께했던 도쿄 올림픽의 좋은 추억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향후에도 국가대표팀 사령탑 커리어는 폴란드에서 이어갈 전망이다. 라바리니 감독 스스로 "폴란드와 다음 올림픽(2028 LA)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파리, 엑스포츠뉴스/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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