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릭 텐 하흐 감독이 자신과 마찰을 빚은 제이든 산초를 다가오는 시즌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산초의 역할이 커진다면 판매 가능성도 점점 줄어든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5일(한국시간) "에릭 텐 하흐 감독에 따르면, 제이든 산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가 될 수 있으며 9번(스트라이커)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며 산초가 새로운 포지션에 뛸 수 있다고 전했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의 스트라이커 기용에 관한 질문에 "라스무스 회이룬이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며 "산초는 스트라이커로 뛸 수 있다. 그는 넓은 지역에서도 뛸 수 있지만 그가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초는 프로 데뷔 후 줄곧 윙어로만 뛰었기에 그의 스트라이커 기용은 일종의 도박일 수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팀의 사정이 있다.
맨유는 지난해 여름 영입한 스트라이커 회이룬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뛰지 못한다. 회이룬은 지난달 28일 미국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프리시즌 친선경기 도중 부상으로 전반 16분 만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부상 정도도 알려졌다. 맨유는 지난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회이룬이 약 6주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여름 영입한 2005년생 센터백 레니 요로는 3개월 정도 경기에 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이룬의 부재는 지난 4일 리버풀과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맨유는 득점력 빈곤 속에 리버풀에 0-3으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공격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맨유는 리버풀보다 2배 많은 18번의 슈팅을 시도했고 유효 슈팅도 리버풀보다 많은 8번을 시도했지만 득점이 없었다. 리버풀은 5번의 유효 슈팅을 3골로 만드는 놀라운 결정력으로 라이벌 맨유를 꺾었다.
프리시즌 경기이지만 스트라이커 공백은 있었다. 회이룬이 나오지 못한 2경기에서 스트라이커 자리에는 마커스 래시퍼드가 나왔다. 래시퍼드는 지난 1일 레알 베티스와의 경기에서 당한 부상의 여파가 있어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고 지난 시즌에도 스트라이커로서는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시즌 회이룬이 뛰지 못하는 경기에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최전방 공격수로 세우는 전술도 사용했다. 사실상 스트라이커가 없는 전술이었다. 이것도 고려하고 있지만 새로운 전술을 꺼낼 가능성도 있다.
산초의 스트라이커 기용이다. 산초가 프리시즌 4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새로운 시즌에 들어가기 전, 차근차근 몸 상태를 끌어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부활한 듯한 활약도 펼쳤다.
산초는 지난 1월 친정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임대를 떠나 23경기에 출전해 3골과 3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PSG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경기에서는 팀의 공격을 이끌며 도르트문트의 11년 만에 결승 진출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텐 하흐 감독은 이번 시즌 산초를 적극적으로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신과 공개적인 갈등을 벌인 산초이지만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이다.
텐 하흐 감독과 산초의 갈등이 알려진 것은 지난 9월이었다. 텐하흐 감독은 산초가 훈련에 지각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임해 1군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고 산초는 사실이 아니라며 텐하흐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산초는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고 도르트문트로 향했다.
맨유가 텐 하흐 감독의 유임을 결정하고 1년 연장 계약까지 맺으며 산초는 팀을 떠날 것으로 보였다. 도르트문트와 이탈리아 팀인 유벤투스, 라치오 등이 그의 영입에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산초는 지난달 팀 훈련에 복귀해 선수들과 합을 맞췄고 텐 하흐 감독과 산초가 따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일을 더 이상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산초는 2021년 여름 도르트문트에서 맨유로 이적한 뒤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도르트문트에서는 리그 두 자릿수 득점과 두 자릿수 도움을 한 시즌에 기록하기도 했으나 맨유에서는 두 시즌 합쳐 12골에 그쳤다. 경기력도 매우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맨유는 지난 시즌 공격력 부재를 실감했다. 득점할 선수가 없어 리그 최다 득점 선수가 10골에 불과했고 공격에서도 답답한 모습이었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를 통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고자 한다.
맨유는 이번 여름 2001년생 네덜란드 스트라이커 조슈아 지르크지를 영입했다. 그러나 이번 여름에 영입했기에 선수들과 발을 맞춘 시간이 짧았고 주전 스트라이커로 시즌 초반부터 활약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르크지에 대해 "그는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훈련을 오래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영국 축구와 우리의 플레이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며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맨유는 오는 10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의 커뮤니티 실드를 시작으로 새로운 시즌에 돌입한다. 지난 시즌에도 득점에 문제를 겪은 맨유가 회이룬이 복귀하기 전까지 어떻게 공백을 메울지가 시즌 초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