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미국 양궁을 대표하는 브래디 엘리슨이 한국 양궁의 강함에 시스템을 칭찬했다. 두꺼운 선수층이 있기에 한국 양궁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김우진(청주시청)과 임시현(한국체대)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 혼성팀은 지난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양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독일의 플로리안 운루-미셸 크로펜 조를 세트스코어 6-0(38-35 36-35 36-35)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양궁은 여자 단체전, 남자 단체전에 이어 혼성 단체전까지 정상에 오르며 이번 대회 5개 전 종목 석권을 눈앞에 뒀다. 3일 진행되는 여자 개인전과 4일 열리는 남자 개인전에도 출전하는 6명의 선수가 모두 16강에 올라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한국 양궁은 전통적으로 효자 종목으로 꼽힌다. 하계 종목에서는 금메달을 사실상 획득한 것이나 다름없는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 단체전은 1988 서울 올림픽부터 10연패에 성공했고 남자 단체전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3연패를 이뤄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신설된 혼성 단체전도 2연패 업적을 달성하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보였다.
한국을 상대하는 선수들도 한국 양궁의 강함에 혀를 내둘렀다.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베테랑 궁수 브래디 엘리슨은 미국의 시스템과 한국의 시스템을 비교하며 왜 한국이 강한지 설명했다.
엘리슨은 "한국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15년 동안 상당한 훈련을 받는다고 들었다. 궁사로 훈련받은 상태에서 대학교에 들어가고, 양궁이 직업인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양궁을 직업으로 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내가 양궁으로 밥벌이하는 유일한 궁수다. 한국과 미국의 양궁 시스템은 뿌리부터 다르다. 그렇기에 한국 양궁이 훨씬 뛰어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슨은 과거 한국 양궁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는 선수다. 그는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한국을 꺾는 데 일조했다. 한국은 엘리슨이 버틴 미국에 패하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경력도 화려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고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은 놓쳤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런 엘리슨이 한국 양궁에 부러움을 드러냈다.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 정상에 올라 대회 2관왕의 주인공인 김우진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일본 기자는 한국의 역사를 거론하며 양궁의 강함에 관해 물었다. 기자는 "한국이 양궁을 잘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조선 시대, 고구려 때부터 한국이 활을 잘 쐈다는 얘기도 있는데 정말 그런가"라고 질문했다.
김우진은 "한국 양궁은 체계가 확실히 잡혀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실업까지 모든 선수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정한 대한양궁협회가 있기에 모든 선수가 부정 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의선) 양궁협회 회장님이 양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세계 정상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만들어 간다. 그래서 지속해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 양궁의 성과에는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감독, 코치들의 지도도 있지만 한국 양궁을 지원하는 현대자동차 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 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대한양궁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다.
특히 대한양궁협회장과 아시아양궁연맹협회장을 맡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노고가 빛나고 있다. 최근 SNS상에서 정의선 회장이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개인전에서 탈락한 강채영(모비스 양궁단)에게 직접 다가가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정의선 회장은 선수들의 금메달 수여식에 직접 나섰다. 정의선 회장은 여자 양궁 단체전을 현지에서 관람하고 직접 시상자로 나서 선수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했고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도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국 양궁은 양궁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전광왕 석권에 도전한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4관왕에 성공했지만 남자 개인전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이번에는 기필코 5관왕을 달성해 양궁 최강국임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3일에는 맏언니 전훈영을 필두로 에이스 임시현, 막내 궁사 남수현이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4일에는 남자 양궁 최초의 3관왕에 도전하는 김우진을 주축으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인 이우석과 파이팅 궁사 김제덕이 올림픽 양궁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