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이 시원한 웃음뿐만 아니라 감동, 가족애까지 모든 것을 담은 종합 선물 세트를 선사한다.
한정우는 탁월한 비행능력, 넓은 인맥, 깔끔한 자기관리 등을 두루 갖춘 스타 파일럿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같은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SNS 팔로워와 좋아요는 급등, 스타 파일럿인지 인플루언서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은 잠시, "요즘 그런 말씀하시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해요"라는 말이 오고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회식 자리가 등장한다. 직장 상사의 비위에 맞추기 위해 한 '꽃다발' 발언으로 한정우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가정을 돌보지 못해 이혼 위기에 처하고, 부모님 집의 대출도 한참 남아 있는 상태.
마냥 쉬고만 있을 수 없는 한정우는 동생의 신분을 빌려 '여성' 파일럿으로 취업에 성공한다. ASMR 뷰티 유튜버 동생 한정미의 손길을 받은 그는 절친했던 후배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미녀로 재탄생한다.
처음에는 어딘가 삐그덕거리는 한정미지만, 윤슬기라는 든든한 동료도 생기고 자신을 배신한 후배 서현석의 추군거림도 통쾌하게 거절하며 복수 아닌 복수에도 성공한다.
한정미가 되어도 한정우의 스타성은 어디 가지 않는다. 그리고 '본업 모먼트'를 발휘할 수 있는 순간도 등장, 운행 중인 비행기가 갑자기 난기류를 만나게 됐으나 적절한 판단능력으로 조종대를 잡은 한정미는 승객들을 구출한 영웅이 돼 한에어 간판 파일럿이 된다.
한정우는 한정미가 되면서, 윤슬기를 만나면서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문제가 됐는지 깨닫는다. 그러나 거짓으로 쌓아 올린 영광은 오래가지 못하고, 선택의 길에 서게 된다.
마법 소녀 변신마냥 알아보지 못하는 여장, 대형 난기류로 인한 갑작스러운 비행기 사고 등 다소 개연성은 아쉬울 수 있으나 '유퀴즈'의 유재석, 조세호의 특별출연이나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를 통해 '밈'을 배우는 모습, 인기 트로트 가수 이찬원을 '덕질'하는 엄마 등 현실 밀착한 소재들이 친근감과 현실감을 더한다.
거기에 조정석과 이주명의 케미스트리도 눈길을 모은다. 러브라인을 뛰어넘는 여성의 우정, 의리가 두 사람을 통해 그려진다.
영화 말미, 조정석과 오민애, 김지현이 보여준 가족애도 뜨겁다. 유일하게 한정우의 여장을 눈치채는 아들과, 전 아내와의 갈등 해소, 부모로서 전할 수 있는 위로 등이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조정석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리고 지금도 정우가 너무나도 공감이 많이 간다"라며 "저도 가장이고 뮤지컬로 데뷔 후 이 자리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 정우가 마지막에 했던 그런 생각, 대사들과 엄마와 통화했던 장면들이 저에게도 존재했다"라고 이야기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