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야구와 축구, 그리고 농구와 배구가 프로화 된 한국은 올림픽에서도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스포츠 강국'이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의 근간을 이루는 육상에 대해서는 '불모지'로 남아있었다. 같은 기초종목인 수영과 기계체조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해냈지만 육상은 여전히 세계의 높은 벽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 정상에 군림하는 육상 선수들은 대중들에 낯선 존재들이다. 이번 대회를 대구에 유치하면서 육상에 익숙하지 못한 한국인들이 과연 얼마만큼 경기장을 찾아 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일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한국인들에게 '육상의 참맛'을 일깨워 준 좋은 기회였다. 오전에 치러지는 낮 경기에는 상당수의 동원 관중이 관객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굵직한 이벤트가 열리는 저녁 경기에는 많은 이들이 대구 스타디움을 직접 찾았다.
대구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트랙과 필드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트랙을 질주하는 선수들이 앞으로 지나가면 격려의 응원을 보냈고 필드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기록에 도전할 때, 함께 박수를 치며 힘을 북돋아 줬다.
남자 200m와 400m 계주에서 2관왕에 오른 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는 "한국 관중들이 함성을 크게 질러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 팬들을 대단하고 나에게 힘을 줬다"고 말했다.
육상의 재미는 기록 싸움을 지켜보는 것과 한 번에 다양한 종목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트랙과 필드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경기에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선수들은 이러한 분위기 힘을 얻었다.
또한, 경기 막간을 활용해 펼쳐지는 '키스 타임'과 '댄싱 타임' 등의 이벤트도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이렇듯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육상의 재미를 한국인들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많은 팬들은 육상이 주는 즐거움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조직위원회의 손발이 맞지 않는 경기 운영으로 빈축을 샀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자원봉사자들의 힘은 세계선수권대회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비록, 많은 한국 선수들과 만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이번 대회는 '육상의 낯설음'을 '친근감'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사진 = 우사인 볼트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