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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성남의 '반 쪽의 도전, 절반의 성공'

기사입력 2007.07.27 18:58 / 기사수정 2007.07.27 18:58

엑스포츠뉴스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2007 피스컵에 패배의 쓴 맛을 본 성남 일화. 그러나 큰 수확이 있었던 대회였다.

피스컵 첫 승과 더불어 내친김에 우승까지 하겠다던 성남의 야심은 이번 대회에서도 이뤄지지 못했다. 성남이 3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2무 1패에, 1골 2실점이다. 이는 그동안 K리그에서 보인 위용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

그러나 성남은 이번 피스컵을 통해 적어도 절반 이상의 수확을 얻었다. 그동안 지적을 받아온 주전의 체력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것.  성남은 원래 아시안컵 차출로 빠진 김두현을 비롯한 주전 미드필더들의 공백이 염려됐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들을 대체한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너무 빼어났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에 맞선 K리그 (vs 볼튼 원더러스)

첫 상대부터 만만치 않았다. 프리미어리그의 중상위권 팀 볼튼 원더러스와 개막전에서 격돌했던 것. 주전이 대거 차출된 성남으로선 껄끄럽기 그지없는 상대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울린 휘슬은 의외의 상황을 낳았다. 부상에서 복귀한 김철호, 이적 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해 주전 경쟁에서 밀린 한동원, 드래프트 1순위로 올 시즌 출전 경험이 없던 김민호와, 자신의 원래 보직이 아닌 수비형 미들로 출전한 조용형까지 그동안 선발 출전이 힘들었던 백업 요원들이 볼튼을 상대로 분전을 펼쳤다.

선제골을 내주긴 했지만, 후반 교체 투입된 박광민은 성남의 후반 공격을 주도했고, 결국 후반 42분 남기일의 골을 어시스트해, 위기의 성남을 구해내며 극적인 1-1무승부를 기록했다.

터질 듯이 터질 듯이 터지지 않는 골 (vs 라싱 산탄테르)

볼튼전을 기대 이상의 결과로 끝맺은 성남은 자신감을 얻었다, 상대가 치바스에 5-0으로 대패를 당한 라싱 산탄데르라는 점은 선수들 사기에도 큰 도움이 됐다. 게다가, 경기가 열린 곳은 평소 성남의 홈구장인 탄천 종합 운동장. 여러 상황이 성남의 1승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성남은 1군을 뺀 라싱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특히 모따와 이따마르, 두 외국인 콤비는 라싱 수비진을 맘껏 교란하며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성남은 모처럼 탄천을 가득 메운 팬들이 파도타기 응원까지 펼쳐주었지만, 아쉽게도 라싱의 라싱의 골망을 출렁이는 데는 실패해 0-0무승부를 기록하고 만다. 볼튼전 무승부 이후 내심 피스컵 결승도 기대한 성남에 가장 뼈아픈 경기였다. 

단 한방에 무너지다(vs 치바스 과달라하라)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성남이 치바스를 꺾고 라싱이 볼튼을 잡아주면 피스컵 첫 결승 진출도 바라볼 수 있었다. 무기력한 모습으로 망신을 당한 라싱이 볼튼을 꺾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성남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치바스의 일격을 당해 피스컵의 오히려 마지막 일전을 패배로 기록해야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반 중반 한동원이 입은 부상 다음의 선수 교체였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것은, '특급 조커' 남기일이나 첫 경기인 볼튼 전에서 활약을 펼친 박광민의 투입이었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이 꺼내는 카드는 의외로 신영철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신영철 카드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결정적인 기회조차 놓치기 일쑤였고, 깔끔한 패스 연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다른 교체 카드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성남의 벤치는 조용하기만 했다. 골을 허용한 뒤의 교체는 이미 때가 늦었고, 승부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높기만 한 세계의 벽.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성남의 이번 피스컵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주전들이 대거 차출된 상황에서 리그 경험조차 없는 어린 선수들의 활약은 앞에서도 짚었던 것처럼, 그동안 수차례 지적되었던 성남의 출전 선수 최소화로 인한 주전들의 체력저하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박광민과 김민호는 단연 돋보였다. 2005년 배재대 졸업 후 성남에 입단한 박광민은 빠른 발을 가진 재원. 그동안 성남 미드필더진의 두터운 선수층에 밀려 리그 경험은 5경기에 그쳤지만, 그는 이번 피스컵에서 2경기에 나서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한 공격력으로 성남의 측면 공격을 주도하며 최성국의 공백을 잘 메웠다.  

그러나 리그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이지 못한 것은 성남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평소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줬던 모따마저도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자신의 진가를 선보이지 못하며, 계속되는 골 기회를 놓쳐, 아쉬움을 자아냈다.

또한, 김동현의 부진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되고 있어, 리그 재개 후에도 꽤 골머리를 앓을 듯하다. 수비진의 실력의 간극은 여전해, 첫 경기 부상으로 교체된 조병국의 자리를 메우려 투입된 박재용은 자신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며 상대에게 골을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학범 감독은 매 경기 "만족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골 기회에 성공하게 하지 못해도, 승리를 거두지 못해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기 때문이었다. 분명, 부족한 선수 속에서도 보여준 백업 요원들의 분전은 만족의 수준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었다.

피스컵은 항상 성남에 기폭제가 되어왔다. 부진에 허덕이던 2005년 전반기가 끝나고 열린 피스컵 이후 성남은 제 페이스를 찾아 후기리그 우승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아시안 컵이 끝나면 대표팀으로 활약했던 주전들이 돌아오고, 후기리그가 시작된다. 전기리그 무패로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 성남, 이번 피스컵도 기폭제로 활용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사진=피스컵 개막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성남 박광민]



엑스포츠뉴스 데스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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