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18분 '잘 가세요'에 초긴장→박태하 감독 "머리가 쭈뼛 섰다, 초반엔 자제하셨으면"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포항, 권동환 기자) 포항 스틸러스를 이끄는 박태하 감독이 울산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팬들이 전반 이른 시간 '잘 가세요' 노래를 부르자 긴장했다고 고백했다.

포항은 3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울산HD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0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분 홍윤상의 선제골과 전반 19분 이호재의 페널티킥 추가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통산 180번째 동해안 더비를 포항이 승리로 가져가면서 포항과 울산 간의 상대 전적은 65승 54무 61패가 됐다. 또 이날 결과로 순위가 변동되지는 않았지만 3위 포항은 승점을 37(10승7무3패)로 늘리면서 승점 38(11승5무4패)인 2위 울산과의 승점 차를 1점 차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관중 1만3079명이 보는 앞에서 포항은 전반 2분 만에 터진 홍윤상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뒤 이호재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스코어 차를 벌렸다. 이후 전반 25분 고승범의 환상적인 프리킥에 한 골 실점했지만 동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라이벌 매치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감독은 "중요한 시기에 울산이라는 강팀을 만나 승리해 기쁘다"라며 "그동안 홈에서 무승부가 굉장히 많이 아쉬웠는데, 오늘 울산이라는 큰 산을 넘어서 이전 기억들이 쌀 사라진 거 같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준 경기였다"라며 소감을 남겼다.

라이벌 매치에서 승리한 점에 대해선 "중요한 시기에 따라가지 못하면 힘들거라 생각했다. 라이벌전이라는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라며 "선수들이 결과를 가져와 큰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다.

지난 3월 0-1로 패했던 개막전이자 시즌 첫 동해안 더비에 관한 질문엔 "그때는 정신없이 준비하고 수비했던 기억밖에 없다"라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1실점밖에 안 했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지난 3개월 동안 선수들이 노력해서 성장하는 모습이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져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승부를 가른 부분에 대해 박 감독은 홍윤상의 이른 선제골과 이호재의 페널티킥 추가골을 거론했다. 그는 "훈련할 때 모습을 보고 충분히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은 일찍 득점이 터진 거였다"라고 말했다.

또 "부상자가 많은 울산을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한 울산을 상대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전력이 온전치 않은 울산을 만나 운이 좋았다고 주장했다.

선두 김천을 2점 차로 추격하면서 우승 경쟁에 불을 붙인 박 감독은 우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금 계속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고, 30라운드 지나가면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현재 우승에 대해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전반 18분 만에 울려 퍼진 '잘 가세요' 노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날 포항 홈팬들은 울산 상대로 2-0으로 앞서자 경기 시간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울산 팬들이 승리하고 있을 때 자주 부르는 '잘 가세요' 노래를 거꾸로 부르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이후 한 골 실점하긴 했지만 승리를 지켰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솔직히 위험하다고 생각해 머리가 쭈뼛 섰다. (경기 초반엔)안 하셨으면 좋겠다"라며 "선수들은 그런 거에 신경을 안 쓸수가 없어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가능하면 경기가 끝날 때쯤 노래 불러줄 것을 팬들에게 요청했다.


사진=포항스틸야드, 권동환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