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저는 주연은 아니에요. 근데 빛나는 조연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19일 고척 SSG전에서 10-3 승리를 거두고 홈 13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날 김성민은 팀이 4-3 한 점 차로 앞선 6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박윤성에게 마운드를 이어 받아 1⅔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위기에서 등판한 김성민은 최지훈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 박성한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최정을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끝냈다.
이후 키움이 6회말 3득점에 성공하면서 점수가 7-3으로 벌어졌고, 김성민은 7회초에도 등판해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유격수 땅볼 처리, 하재훈에게 체인지업, 김민식에게 커브로 헛스윙을 이끌어내고 K-K로 이날 자신의 투구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홍원기 감독은 "위기에서 올라온 김성민이 좋은 투구를 펼쳤다. 김성민이 잡아낸 아웃카운트 5개가 우리 흐름을 이어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김성민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2021년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고 군 문제를 해결하고 온 김성민은 비단 이날 뿐만 아니라 올 시즌 꾸준히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16경기 16/2이닝을 소화한 현재까지 실점은 단 1점. 이 1점으로 패전 한 번이 있긴 했지만 1승과 5홀드를 기록 중이고, 평균자책점은 0.54로 0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성민은 "계속 똑같이 하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수술을 하고, 군대도 갔다 오면서 생각을 많이 바꿨다. 옛날에는 '어떻게든 잘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너무 강했다. 그런 생각을 좀 비운 것 같다. 오로지 내가 공을 던지는 것, 내가 던지고 나서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멘탈도 많이 바뀌었다. 군대 있는 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옆에서 와이프가 많이 도와줬고, 김광수 선배님이 운영하시는 야구센터에서 김광수 코치님, 김태완 코치님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도와주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홍원기 감독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성민이 "더 쾌활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에 김성민은 "일부러 더 쾌활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편안하려고 하는데 편안하려고 노력하는 거지 편안하지는 않다. 지금도 계속 혼자만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팀에 어린 선수들도 많고 선배들도 많이 있는데, 그 중간 역할을 하기 위해 최대한 많이 노력하고 있다. 내가 대단한 시즌을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잘했던 선수들, 못했던 선수들을 많이 보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며 "결국 선배가 분위기를 이끌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중고참의 나이가 됐고, '그 역할을 내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순조로운 복귀 시즌, 그렇지만 김성민은 지금의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물론 내심 기분은 좋지만, 그런 걸 떠나 마음은 늘 같다. 어떻게든 팀이 이겼으면 좋겠고, 팀이 이기려면 결국 개개인이 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며 "꾸준하게 잘하면 좋지만, 어차피 점수 줄 때도 있을 거다. 그래서 그런 건 크게 개의치 않고 한다"고 말했다.
남은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서 팀을 많이 이끌어 나가고, 그렇게 하면서 우승이라는 드라마를 그려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는 "나는 주연은 아니다. 근데 빛나는 조연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주연은 애초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 주연은 다른 애들이 더 잘해서 해야 되는 거고, 나는 그냥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히어로즈는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는 팀. 주연과 조연은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돋보이게 해주고 싶다는 이런 마음이 오히려 지금의 김성민을 더 반짝거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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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