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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두산 8명이 아닐 수도 있다" 발언 주목…전·현직 야구선수 13명, '오재원 대리 처방' 사실 시인

기사입력 2024.05.20 15:44 / 기사수정 2024.05.20 15:44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오재원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13명이 경찰 조사를 통해 수면제를 대리 처방한 사실을 인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두산 베어스 구단에서 자체로 확인해 명단을 통보한 8명과 이외 전·현직 선수 5명 등 13명의 조사를 마무리했다"며 "13명은 대리 처방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위력에 의해 할 수 없이 (대리 처방을) 했다면 최종적인 판단에서 참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1차로 확인하고 싶었던 13명의 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이 부분은 결정을 앞두고 있다. 혹시라도 더 나오는 게 있는지 들여다볼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단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두산 측에서 확인한 게 8명이고 우리(경찰)가 보기에 8명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전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인 오재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주민등록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지난달 17일 검찰에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했다. 지난해 4월에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재원은 이와 함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천242정을 수수하고,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혐의 등도 있다. 또한 자신의 마악류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했던 지인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멱살을 잡고 협박한 혐의도 적용됐다.



오재원의 소속팀이었던 두산 구단은 3월 중순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소속 선수 8명이 오재원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받아준 사실을 확인했고, 곧바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구단은 "8명의 선수는 각자 변호사를 선임했고 앞으로 성실하게 경찰 수사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산 소속 8명은 대부분 2군 선수로, 팀 선배였던 오재원의 강압에 이기지 못하고 수면제를 전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오재원은 후배 선수들이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악용해 대리 처방을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


오재원의 범법 행위로 부담을 떠안게 된 두산으로선 대리 처방에 연루된 선수 및 관계자가 자진 신고한 8명에 그쳐야 근심을 덜 수 있지만, "8명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경찰의 판단에 더 조심스러워졌다.



2003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72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오재원은 이후 경희대를 거쳐 2007년 두산에 입단해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1571경기 4321타수 1152안타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289도루.

오재원은 2015년, 2018~2021년 팀의 주장을 맡았고 한국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2회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대표팀의 일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만큼 오재원은 야구팬들 사이에선 '우리 팀 선수라면 든든하지만, 다른 팀 선수라면 까다로운 존재'였다.

2019시즌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든 오재원은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으로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결국 2022시즌 도중 현역 은퇴를 결심했고, 그해 10월 8일 은퇴식을 통해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은퇴 이후 모델 활동으로 인생 2막을 연 오재원은 방송 활동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한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해설위원을 맡았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발언으로 팬들의 비판을 받았으며, 2023년 5월엔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오재원은 "전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 응원했던 마음, 그 감사한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 (박찬호가) 해설하면서 바보로 만든 선수가 1~2명이 아니다. 그것에 관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 해설을 하면 말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아닌 걸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를 해설하던 중에는 SSG 최정을 향한 삼성 양창섭의 몸에 맞는 볼에 대해 "대놓고 때린(던진) 것이다. 난 이런 상황을 가장 싫어한다"며 '고의적인 빈볼'이라고 단정해 경기장 안팎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좀처럼 비난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자 오재원은 스스로 해설위원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후 개인 레슨장을 열었고,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팬들과 소통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면서 또 한 번 팬들을 실망하게 했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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