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이 멀티골을 기록하고도 펩 과르디올라 감독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득점이 아닌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바르디올은 지난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맨시티와 풀럼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경기에서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맨시티는 그바르디올 2골에 힘입어 풀럼을 4-0으로 꺾고 아스널을 승점 2점 차로 따돌리고 리그 1위로 올라섰다.
그바르디올 득점은 결정적이었다. 전반 13분 케빈 더브라위너의 패스를 받은 그바르디올은 수비수를 제치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자신의 주발이 아닌 오른발로 풀럼의 골문을 가르며 팀에 선제골을 안겼다.
팀이 2-0으로 앞선 후반 26분에는 코너킥에서 패스받은 베르나르두 실바의 크로스를 발로 밀어 넣으며 자신의 두 번째 골이자 승리의 쐐기를 박는 득점까지 만들어 냈다.
그바르디올은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새로 쓸뻔했다. 프리미어리그 수비수 최초로 해트트릭을 할 수 있었으나 무산됐다.
후반 추가시간 6분 훌리안 알바레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맨시티는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였고 멀티골을 넣은 그바르디올에 페널티킥 기회를 주며 해트트릭하게 할 듯했다. 그바르디올도 페널티킥을 욕심냈으나 알바레스가 페널티킥을 찼고 성공시켰다.
그도 아쉬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팀을 위하는 태도를 보였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우리는 내가 페널티킥을 차는 것에 대해 논의했고 나도 차고 싶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누가 페널티킥을 차는지 알고 있었다"며 "알바레스가 페널티킥을 찼고 그가 골을 넣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규율이 강한 과르디올라 감독 스타일에 따라 정해진 키커가 찬 것으로 보인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더 나아가 그바르디올을 야단치기도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바르디올에 대해 "득점은 환상적이었다. 이 선수는 여전히 발전할 수 있다"며 칭찬하는 동시에 "하지만 후반전 그는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공을 너무 많이 잃었다. 수비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플레이다. 그가 골을 넣은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것은 그의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공격에서는 뛰어났던 그바르디올이었지만 수비에서는 아쉬웠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지상 볼 경합 5번 중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고 공중 볼 경합도 1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가로채기나 걷어내기도 기록하지 못하며 수비에서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주 포지션인 센터백인 그바르디올이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점은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는 불만일 수 있다.
그바르디올은 이번 시즌 라이프치히를 떠나 맨시티로 이적했다. 맨시티는 유럽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떠오른 그바르디올에게 9000만 유로(약 1330억원)라는 유럽 수비수 최고 이적료를 지불하고 그를 데려왔다.
맨시티는 후벵 디아스, 네이선 아케, 마누엘 아칸지 등이 버티고 있던 센터백에 그바르디올까지 합류하며 세계 최강의 수비진을 구축했다. 라이프치히와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에서 주로 센터백으로만 출전했던 그바르디올은 맨시티에서 왼쪽 풀백으로 출전하는 일이 많았다. 왼발을 잘 쓰며 수비력도 뛰어났기에 과르디올라 감독이 요구하는 스타일과 부합했다. 그는 첫 시즌부터 리그 26경기를 포함해 39경기에 출전하며 프리미어리그에 안착했다.
그바르디올은 시즌이 끝나갈 무렵 자신의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리그 5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골 넣은 수비수로 변모했다. 이전까지 득점이 하나도 없었지만 4월과 5월에만 리그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5골을 기록하며 웬만한 공격수 못지않은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맨시티는 리그 2경기와 잉글랜드 FA컵 결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맨시티는 리그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자력으로 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다음 경기가 맨시티에 강한 손흥민이 있는 토트넘 홋스퍼라서 부담스럽지만 리그 8연승을 기록한 맨시티의 기세가 좋다.
2023-2024 잉글랜드 FA컵 결승에서는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만난다. 맨시티는 리그 우승을 확정하고 맨유까지 꺾어 이번 시즌 더블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도 결승에서 맨유를 꺾고 우승한 맨시티이기에 더블을 예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