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높이와 파워, 그리고 스피드까지 김희진(20, IBK기업은행)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았다. '제2의 김연경'이라 불리는 박정아(19, IBK기업은행)와 함께 여자배구 신인 최대어로 평가받은 그는 지난 1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2011 수원 IBK기업은행 프로배구대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이다.
김희진은 지난 12일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홀로 21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IBK기업은행의 데뷔전인 이 경기에서 김희진은 빠른 몸놀림으로 이동 속공과 백어텍을 구사했다.
그동안 한국 여자배구의 약점 중 하나는 센터 포지션에 있었다. 장소연(37, 인삼공사)이후, 이동 속공의 계보가 끊겨졌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동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 상대 팀의 빠른 이동속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국내 경기에서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빠른 이동속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이동속공이 이루어지려면 순발력과 힘, 그리고 배구 센스 등이 필요하다. 다른 국가선수들이 구사하는 이동속공은 우리 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1진 팀과의 경기에서 한국에 전승을 거둔 일본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반드시 이동속공으로 한국의 의지를 꺾어놓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피드와 파워를 동시에 갖춘 김희진의 등장은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서브리시브와 토스가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나타나는 김희진의 속공은 한동안 한국여자배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위력이 있었다.
17일, IBK기업은행을 3-2로 꺾은 인삼공사의 박삼용 감독은 "아직 김희진은 좋지 않은 볼을 처리하는 부분에 문제가 있다. 이 점만 보완되면 앞으로 무서운 선수가 될 것 같다. 리시브와 토스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나타나는 속공은 위력적이다. 김희진이 성장한다면 다른 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희진은 장점은 센터는 물론, 라이트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는 점이다. 현재 세계 여자배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선호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 중, 대표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김연경(23, 터키 페네르바체 아즈바뎀)이다.
어려서부터 세터와 리베로 공격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성장한 김연경은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 특히, 레프트는 물론, 라이트와 센터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김연경의 장점이다.
김연경과 함께 다양한 위치에서 뛸 수 있는 선수로 배유나(21, GS칼텍스)가 있다. 배유나는 라이트와 레프트는 물론, 센터 포지션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외에는 특정 위치에서만 활동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김희진의 등장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번 코보컵에서 김희진이 센터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점에 대해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현재 우리 팀은 리베로와 수비형 레프트 한 자리가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브리시브를 해줄 박경낭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경낭은 라이트 포지션에 들어가기 때문에 공격형 라이트를 기용하기 어렵다. 수비력을 강화하기 위해 김희진은 센터로 주로 기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17일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서브리시브가 무너지면서 무릎을 꿇었다. 위력적인 속공은 안정적인 리시브와 빠른 토스가 있어야만 완성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김희진의 위력은 아직 온전하게 발휘되고 있지 않다.
김희진의 장점은 후위에 있을 때, 백어텍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여자배구가 전성기를 달릴 때, 센터와 라이트 포지션을 맡았던 김남순(전 한일합섬)이 후위에서 위력적인 백어텍을 구사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백어텍은 다양한 공격패턴을 구사하던 한국 여자배구의 '숨겨진 무기'였다.
김희진의 등장은 IBK기업은행뿐만 아니라 한국여자배구 전체를 생각할 때,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 = 김희진 (C) 한국배구연맹 제공,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