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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너무 사랑했다"…떠나는 '정대영'의 마지막 인사 "모두 오래오래 배구하길" [인터뷰]

기사입력 2024.04.08 06:45

여자프로배구 레전드 미들블로커인 GS칼텍스 정대영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KOVO 제공
여자프로배구 레전드 미들블로커인 GS칼텍스 정대영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KOVO 제공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아름다운 이별이다.

여자프로배구 레전드 미들블로커 정대영(43·GS칼텍스)은 2023-2024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1981년생으로 여자부 현역 최고령이었던 그가 유니폼을 내려놓았다.

정대영은 엑스포츠뉴스와 통화에서 "거의 매 시즌 은퇴를 고민했던 것 같다. 이번 시즌 중반부터 '이제는 배구를 정말 놓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5라운드쯤 됐을 때 딱 결정을 내렸다. 6라운드 후반쯤 구단에 말씀드렸고, 잘 이해해 주셨다. 팀에서 나올 때도 너무 잘해주셨다"고 돌아봤다.

선수 생활을 끝내는 것에 대한 섭섭함은 전혀 없었다. 정대영은 "이전까지는 '내가 지금 은퇴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막상 결심하고 나니 힘들었던 일보다는 배구 덕분에 행복했던 것들만 떠올랐다"며 "참 즐겁게 배구했구나 싶었다. 마지막 시즌 코트에 자주 나서진 못했지만 서운함이나 아쉬움보다는 행복함만 남겨뒀다"고 미소 지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을 때다. 당시 한국도로공사 소속이었던 정대영은 팀원들과 함께 난적 흥국생명을 물리쳤다.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에 올랐다. 흥국생명에 1, 2차전을 내준 뒤 3, 4, 5차전서 모두 승리하며 리버스 스윕 우승을 달성했다. 1, 2차전 패배팀의 우승 확률 '0%'를 깨고 드라마를 완성했다.

정대영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우승이었다. 다들 너무 힘들어했지만 잘 이겨냈다"며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님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다 추억으로 남았다. 늘 내게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 중요하다. 오래오래 배구해라'라고 이야기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김종민 감독과 정대영은 도로공사에서 2016-2017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7시즌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여자프로배구 레전드 미들블로커인 GS칼텍스 정대영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KOVO 제공
여자프로배구 레전드 미들블로커인 GS칼텍스 정대영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KOVO 제공


은퇴 보도자료가 나온 지난 3일 정대영은 김 감독, 배유나(도로공사)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정대영은 "은퇴를 결정했을 때부터 감독님께 '너무 후련하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줄 몰랐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은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해서 그런 거다'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주축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정대영은 "훈련이다. 솔직히 나이가 들수록 몸 상태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훈련을 많이 하지 않으면 젊은 선수들에 비해 뒤처진다. 결국 훈련이 답이더라. 조금 욕심내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레전드 미들블로커가 됐다. 정대영은 "그 수식어가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후배들이 '언니 덕분에 저희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더라"며 "조금 뿌듯했다. 좋은 선수들과 오래 배구했다는 것만으로도 내 배구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 본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배구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해서, 내 욕심에 선수 생활을 오래 했다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네가 지금까지 뛰어준 덕분에 후배들도 마흔 넘어 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이야기해 주셨다"며 "정말 감사한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정대영은 "함께해준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했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사실 프로 생활이 힘들다고 금방 그만두는 선수들도 있다. 너무 안타깝고 아쉬웠다"며 "요즘엔 결혼하거나 출산해도 배구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여러 상황을 잘 이겨내 모든 선수가 배구를 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제2의 인생은 어떨까. 정대영은 "너무 오랫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살았다. 딸이 중학교 2학년인데 배구선수로 뛰고 있다. 향후 대학이나 프로팀에 가면 또 떨어져 지내야 해 우선 가족들과 계속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휴식을 취하며 유소년 지도자 등 일들을 알아보고 있다. 배구계에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여자프로배구 레전드 미들블로커인 GS칼텍스 정대영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올 시즌 정대영이 경기 중 세리머니하는 모습. KOVO 제공
여자프로배구 레전드 미들블로커인 GS칼텍스 정대영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올 시즌 정대영이 경기 중 세리머니하는 모습. KOVO 제공


정대영은 1999년 양백여상 졸업 후 당시 실업팀이던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2005년 프로배구 V리그 출범 당시에도 현대건설 소속으로 코트를 누볐다. 2007-2008시즌 GS칼텍스로 자유계약(FA) 이적한 정대영은 팀의 간판선수로 맹활약하며 2007-2008시즌, 2013-2014시즌 챔프전 우승에 앞장섰다. 2014-2015시즌엔 도로공사로 FA 이적했고 2017-2018시즌 통합우승, 2022-2023시즌 챔프전 우승에 공을 세웠다. 2023-2024시즌엔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정대영은 V리그 통산 19시즌 동안 523경기서 득점 5653점, 공격성공률 36.89%, 블로킹 1228개(세트당 0.624개) 등을 올렸다. 역대 통산 누적 기록에서 여자부 득점 4위, 공격득점 6위(4185점), 블로킹득점 2위, 출전경기수 4위에 자리했다.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2005년 득점상, 블로킹상, 수비상, 4월 월간 MVP,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2005-2006시즌 백어택상과 올스타 MVP, 2006-2007시즌 페어플레이상, 2007 KOVO컵 MVP, 2007-2008시즌 블로킹상과 영예의 챔프전 MVP, 2014-2015시즌 페어플레이상, 2018-2019시즌 베스트7 미들블로커 부문 등 꾸준히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태극마크와도 인연이 깊다. 2004 아테네 올림픽, 2006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와 세계여자배구선수권, 도하 아시안게임에 다녀왔다. 2007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2012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대영의 은퇴식은 2024-2025시즌 도중 열릴 예정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OVO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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