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 6회말 무사 1,2루 KIA 임기영이 KT 이호연의 내야땅볼때 2루 주자 황재균이 3루에서 세이프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지난해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일까. KIA 타이거즈가 시즌 초반부터 부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캡틴' 나성범, 내야수 황대인에 이어 불펜 핵심 요원 임기영까지 이탈했다.
KIA 구단은 1일 "임기영이 31일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불펜피칭을 하다가 왼쪽 옆구리에 불편함을 호소했고,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MRI 검진을 실시했다. 검진 결과 왼쪽 내복사근 미세손상 소견을 받았으며, 일주일 뒤 재검진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기영은 이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성적만 놓고 보면 엔트리에서 빠질 이유가 없었다. 임기영은 개막 이후 2경기에서 1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0으로 순항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달 29일 두산과 원정경기에선 볼넷 2개를 내줬으나 1탈삼진 무실점으로 큰 이상 없이 경기를 마쳤다. 결국 몸 상태가 문제였다.
24일 오전 임기영이 일본 오키나와현 킨 구장에서 진행된 KIA 타이거즈 2차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캐치볼을 준비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지난해 부상으로 주저앉은 KIA, 올 시즌 초반도 위태롭다
2022시즌 5위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KIA는 더 큰 꿈을 갖고 2023시즌을 시작했지만, 6위라는 성적표와 함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무엇보다도, 전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선수들의 부상이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탈한 나성범을 시작으로 많은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사실상 KIA가 '완전체'를 가동한 시기는 정규시즌 전체 일정에서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특히 시즌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부상자가 점점 늘어났다. 주전 내야수 박찬호가 지난해 9월 12일 손가락 인대를 다친 데 이어 부상 복귀 이후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던 나성범이 오른쪽 햄스트링 손상 진단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후 최형우, 최원준까지 부상으로 빠져나갔다.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선수층이 얇은 것도 아니었다.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도 존재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을 극복할 방법이 없었다. 수개월 동안 버텨왔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도 그 한계를 체감했다.
트레이닝 파트를 비롯해 팀 구성원 전체가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상 방지에 힘을 쏟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월 호주 캔버라에서 만난 정재훈 투수코치는 "캠프에서의 첫 번째 목표는 부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선수층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건강이 우선순위라는 걸 강조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한 나성범도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회복이 느려지는 게 느껴지더라. 좀 더 몸 관리에 신경 써야 할 것 같다"며 "트레이닝 코치님과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할지 대화를 많이 하고 있고, 맞춤형 훈련을 준비해주시다 보니까 좋은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 7회초 1사 KIA 나성범이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그렇게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던 KIA의 계획이 시범경기부터 꼬이고 말았다. 지난해 부상 때문에 고생했던 나성범은 지난달 17일 KT 위즈와의 시범경기에서 주루 플레이를 하다가 오른쪽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꼈고, 검진 결과 햄스트링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았다. 2년 연속으로 부상 때문에 개막 엔트리 승선이 불발됐다.
시범경기를 기점으로 1루수 경쟁에 불을 붙인 황대인은 지난달 2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2차전 도중 안타를 치고 1루를 돌다가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MRI 검진을 받았고, 부상 부위에 피가 빠지지 않아 정확한 진단조차 듣지 못했다. 당분간 피가 빠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황대인이다. 재검진은 4월 중순 전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임기영까지 포함하면 불과 2주 사이에 세 명이나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시즌 초반 6경기 5승1패로 좋은 성적을 기록한 KIA로선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할 수밖에 없다.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군 예의주시하고 있는 꽃감독, 기회 받는 투수 등장할까
임기영은 지난해 팀 내 최다인 82이닝을 던지면서 궂은 일을 도맡았다. 그에 비해 올핸 비교적 시즌 초반 등판이 적은 편이었다. 타선이 터지면서 쉽게 풀어간 경기도 있었고, 선발투수가 이닝을 길게 끌고 가면서 전상현, 최지민, 정해영 세 명의 투수로 매듭지은 경기도 존재했다. 그러나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만큼 KIA로선 임기영의 이탈이 아쉽기만 하다.
기존 1군 투수들이 임기영의 몫을 해줘야 하지만,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도 콜업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범호 KIA 감독은 "퓨처스에 있는 선수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들도 계속 노력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1군에 있는 선수들이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고, 언제 부상자가 나올지 모른다. 낙담하지 않고 준비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 본인들이 잘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2군 개막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들도 체크하고 있다. 1군, 퓨처스팀 모두 같은 팀이기 때문에 같이 잘 돌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부상 선수가 발생하는 것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걸 이미 인지한 사령탑이다.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 7회말 KIA 박준표가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 1회말 2사 만루 KIA 김민주가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IA 퓨처스팀은 지난주 26일 2024 메디힐 KBO 퓨처스리그 개막 이후 26~27일 삼성 라이온즈와 두 경기를 치렀다. 두 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2연승을 달렸다. 특히 김건국, 이형범, 이준영, 박준표, 김사윤(개명 전 김정빈) 등 1군 경험이 많은 투수들이 대거 호투를 펼쳤다.
KIA 마운드의 미래로 주목받는 김민주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민주는 지난달 26일 삼성전에서 ⅓이닝 1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올해 첫 등판을 마무리했다. 코칭스태프가 사이드암 임기영의 공백을 감안하면 같은 유형의 박준표, 김민주 카드도 생각해볼 수 있다.
팀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달라진 선수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건 사실이다. 이제는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일이 남았다. KIA가 살림꾼의 공백을 메우면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