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24일 인터뷰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수원,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이런 외인 또 없다.
"감사합니다 자민이 형!", "사랑해 벤자민." 지난 23일 KT 위즈 퓨처스(2군)팀 선수들이 줄지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감사 인사를 올렸다. 퓨처스팀에 커피차를 보내준 외인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을 향한 것이었다. 2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벤자민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며 밝게 미소 지었다.
벤자민은 1군 등판 일정에 컨디션을 맞추기 위해 지난 20일 퓨처스팀에 합류해 투구했다. 이천 원정경기에 등판한 그는 퓨처스팀이 홈인 익산으로 돌아오자 커피차를 선물했다.
벤자민은 "퓨처스팀 선수들이 나를 무척 반갑게 맞아줬다. 날 위해 같이 뛰어주고, 열심히 도와준 덕분에 힘내서 투구할 수 있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며 "또, 올 시즌 잘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힘을 주고자 했다. 커피차를 엄청 크게 보낸 것은 아니다. 그냥 소소하게, 음료 한 잔하면서 편하게 시즌을 준비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과거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생활해 본 적 있다.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며 "언제, 누가 1군에 등록될지 예상할 수 없어 정신적으로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선수들 모두 굉장히 밝게 야구하고 있어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KT 위즈 퓨처스팀에서 훈련 중인 홍현빈, 윤준혁이 올린 게시글. 벤자민의 커피차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홍현빈, 윤준혁 SNS
벤자민의 지갑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젊은 투수들과 불펜포수 등에게 밥을 샀다. 당시 훈련을 마친 투수조와 트레이닝 파트는 각 1000엔(약 9000원)씩 돈을 모아 간단하게 제비뽑기 게임을 진행했다. 벤자민이 우승해 상금 2만6000엔(약 23만원)가량을 수령했다.
이후 벤자민은 내기 상금에 사비를 더해 동료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어린 선수들이 오키나와에서 꼭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초밥집으로 향했다. 80만원가량의 식사비를 기꺼이 책임졌다.
팀원들을 각별하게 챙기는 마음이 돋보인다. 벤자민은 "미국에서 루키였을 때 다른 고참 선수들이 나를 포함한 후배들에게 그렇게 잘해줬다. 훈훈한 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며 "'나도 선배가 되면 이렇게 해야지'라고 다짐했다. 한국에 와 젊은 선수들을 보니 나의 신인 시절이 생각나더라"고 전했다.
벤자민은 "KT 팀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었다. 이런 팀 문화가 자리 잡으면 다음 후배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이어질 듯했다"며 "늘 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행동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부터 KT와 동행을 시작한 벤자민은 올해 KBO리그 3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다음 주 시즌 첫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벤자민은 "비시즌, 스프링캠프 기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다했다. 이제 남은 것은 경기 당일 컨디션을 잘 조절하는 것이다"며 "경기 중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내가 가진 능력을 다 보여주려 노력하겠다. 그러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까지 준비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벤자민은 팬들을 떠올렸다. 그는 "팬분들의 엄청난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응원 덕분에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올 시즌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수원, 최원영 기자 / 홍현빈, 윤준혁 SNS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