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의지가 담긴 오컬트물 '파묘'가 해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사바하', '검은 사제들'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기에 공포 마니아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파묘'는 귀신이 나와 관객을 놀라게 만드는 일반적인 공포 영화, 으스스한 오컬트물과는 다른 특별함을 가졌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문장이 영화의 핵심.
영화는 파묘를 하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당을 보며 느끼는 공포 뿐 아니라 우리의 땅과 의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범의 허리가 끊기며 영화의 허리도 끊겼다.
영화 중반부터 분위기의 전환을 의도한 장재현 감독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 코로나로 극장이 어려울 때 '파묘' 소재를 생각했고, 관객이 극장에 오도록 만드는 영화를 만들자는 사명감을 느꼈다. '파묘'도 음흉한 공포영화로 해야하나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반대의 길을 갔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공포영화 장르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던 장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파묘'로 색다른 도전을 했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 구조 자체부터 허리를 끊고 영화를 기획했다. 그는 "'파묘'는 리얼리티 영화를 베이스로 해 (생소한) 후반부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뒷 부분에는 관객들이 기대한 귀신이 아닌 타국의 정령이 등장하는 부분에 대해 솔직히 짚었다.
이어 "진보가 없으면 영화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당이 파묘하는) 앞의 톤을 이어 웰메이드로 담백하게 갔다면 영화에 발전이 없는 거다. 불편한 부분이 있더라도 끝까지 밀어 붙였다"고 자신의 소신을 덧붙였다.
그렇게 장재현 감독은 성공했다. '파묘' 개봉 초반에는 예고편과 다르게 흘러가는 서사와 뒷 부분에 쏟아지는 반전에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고, 캐릭터와 서사 자체의 매력과 더불어 공포영화는 절대 보지 않는다는 겁 많은 관객층까지 매료시켰다.
흥행을 위해 일부러 반일 코드를 넣은 것도 아니라는 장재현 감독은 그저 우리나라와 우리 땅 한반도에 집중했을 뿐이다.
"한국은 매번 당하기만 했어요. 그 곪아터진 잔재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파묘해버리고 싶었어요.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 두려움을 뽑고 싶었죠"
공포 영화로 즐기든, 한국 사랑으로 즐기든 개인마다 호평 포인트가 달랐던 '파묘'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아우르는 장 감독의 진심은 천만이라는 기록으로 모두에게 통했음을 입증했다.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파묘'의 주연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이라서 '파묘'를 선택했다"며 감독을 지지하는 마음을 보인 바 있다.
'파묘' 속 등장하는 도깨비불, 일본의 장수, 여우가 사람의 형상을 한 듯한 사람. 자칫 유치해질 수 있던 장치들이지만 서사의 탄탄함과 현실감이 돋보이는 연출, 캐릭터의 매력, 그간 볼 수 없던 새로운 오컬트물이라는 점이 시너지를 냈다.
최민식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재현 감독의 패기가 좋았다. 매번 몸 사리고 고민만 하는 게 아니었다. 자기가 노선을 정해 표현하고 싶던 게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배신이다'라고 하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는 열린 생각이 전 좋았다"고 밝혔다.
천만 흥행 전부터 '파묘'에 확신을, 장재현 감독의 도전에는 깊은 믿음을 가졌던 최민식은 "'파묘'의 도전이 작품을 파멸로 이끌고 주제와 메시지에 크게 어긋난다면 제가 반대했을 거다. 저도 제 이름 걸고 출연하는데 이상해지면 당연히 그렇지 않나"라며 장 감독을 향한 지지의 마음을 전했다.
최민식은 '파묘'의 자유로움을 높이 평가했다. 장 감독의 전 작품인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관객에게 철학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는 그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왜 장 감독만의 것을 버려?'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색을 고수하면서도 더 유연해졌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엑스포츠뉴스가 만난 배우들과 감독은 개봉 전부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으며 이미 기대감으로 부풀어있었다.
코로나와 OTT 열풍 여파에 영화 개봉은 큰 도전과 모험이 됐지만, '파묘' 팀은 모두가 그 도전을 즐겼다. 결국 장재현 감독의 의지와 소신, 배우들의 믿음, 제작진의 노력, 그리고 관객의 관심이 '파묘'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사진 = 쇼박스, 엑스포츠뉴스DB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