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주아와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현대건설 이다현과 강성형 감독, 정관장 정호영과 고희진 감독. KOVO 제공
(엑스포츠뉴스 청담동, 최원영 기자) '승리는 우리 것.'
도드람 2023-2024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가 18일 호텔 리베라 청담에서 열렸다.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과 흥국생명, 정관장의 감독과 대표선수가 참석했다.
올 시즌 현대건설이 승점 80점(26승10패)으로 1위, 흥국생명이 79점(28승8패)으로 2위, 정관장이 61점(20승16패)으로 3위에 올랐다. 이날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과 이다현,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이주아, 정관장 고희진 감독과 정호영이 미디어데이에 함께했다.
◆봄 배구 키워드: 결의, 끝까지, 지치지 말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현대건설은 '유지경성'을 내세웠다. 이다현이 직접 고른 사자성어다. 이다현은 "진지하게 결의를 다지기 위해 선택했다. 의지를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뤄진다는 뜻이다"며 "우승을 놓친 경험이 많아 선수들 모두 정말 간절했다. 올 시즌엔 지난 아쉬움을 다 털어낼 만한 결과를 가지고 오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강성형 감독은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생했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개막 전 자꾸 운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떨쳐버린 듯해 다행이다. 선수들과 잘 회복해 (챔프전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2019-2020시즌, 2021-2022시즌 정규리그 1위를 질주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가 조기 종료돼 두 번이나 울었다.
왼쪽부터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이다현. KOVO 제공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은 '끝까지 싸우자'라고 외쳤다. 그는 "지난해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엔 잘 끝마치고 싶다"며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부족했던, 맞추지 못했던 부분을 다듬어 우승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였던 흥국생명은 챔프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2연승 후 3연패로 리버스 스윕을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정관장은 2016-2017시즌 이후 7시즌 만에 봄배구행 열차에 탑승했다. 정호영은 '지치지 않는 정관장의 힘'이라 운을 띄웠다. 그는 "비시즌 굉장한 고강도 훈련을 소화했다. 선수들끼리 유대감이 많이 생겼다"며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려면 속도보다는 지치지 않는 힘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고희진 감독은 "리그 3위로 올라온 만큼 도전자 입장으로 겸손하게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기본기 싸움이 중요하다"며 "매일 아침 홍삼을 먹고 있다. 상당히 힘이 된다. (챔프전에 진출해) 우리 정관장 팬들이 (현대건설의 홈인) 수원에서 갈비를 드실 수 있게끔 만들어보겠다"고 미소 지었다.
왼쪽부터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이주아. KOVO 제공
◆이 선수를 막아라!: 김연경, 지아, 메가
오는 22일부터 흥국생명과 정관장이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를 치른다. 이중 승리팀이 오는 28일부터 현대건설과 챔프전(5전3선승제)에서 맞붙는다. 상대의 주요 공격수를 봉쇄해야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 이날 대표선수로 나온 세 명의 미들블로커가 각오를 다졌다.
먼저 이다현은 "챔프전에서 어떤 팀과 만나게 될지 모른다. 정관장에선 지아(지오바나 밀라나)를 막아보고 싶다"며 "배구를 똑똑하게 하는 선수다. 블로킹하는 입장에서 놀랄 정도로 공격력이나 테크닉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흥국생명에선 (김)연경 언니를 막고자 한다. 언니는 모든 공격의 중심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아는 "눈앞의 상대가 정관장이니, 정관장의 메가(메가왓티 퍼티위)를 막아내고 싶다. 기술이 좋은 편이라 그런 점들을 생각하며 플레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여자프로배구 정관장 고희진 감독과 정호영. KOVO 제공
정호영은 "우린 흥국생명과 먼저 만난다. 연경 언니를 막아보고 싶다"며 "언니가 살아나면 흥국생명 팀 분위기가 올라간다. 그게 두렵다. 언니를 가로막고 우리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싶다"고 당차게 미소 지었다.
사령탑들은 키플레이어를 꼽았다. 고희진 감독은 "어느 팀에서든 세터다. 세터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느냐에 따라 게임 양상이 많이 바뀔 것이라 본다"고 부연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나도 동의한다. 포스트시즌엔 세터가 키플레이어다"며 "더 좋은 배구를 하기 위해 우리 선수들도 홍삼을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강성형 감독은 "모든 선수가 잘해야겠지만, 우리 팀은 6라운드 아웃사이드 히터 쪽에서 문제가 발생해 힘들었다. 챔프전에선 아웃사이드 히터가 잘 버텨야 세터가 상대를 잘 요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왼쪽부터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주아, 현대건설 이다현, 정관장 정호영. KOVO 제공
◆우리가 나눈 이야기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각 팀들은 저마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 이다현은 "(우승 도전이) 좌절된 순간이 많았기 때문에 되풀이하지 말자고 우리끼리 약속했다. 특히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도로공사에 허무하게, 손 써보지도 못하고 졌다(2연패). 그런 상황을 다시는 만들지 말자고 했다"며 "(양)효진 언니, (김)연견 언니, (황)연주 언니 등이 편한 분위기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선수들의 의지가 무척 강하다"고 귀띔했다.
이주아는 "연경 언니와 (김)수지 언니, 주장 (김)미연 언니가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다. 주로 멘털과 자신감에 관해서다. 서로 도와주자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정호영은 "(지난 7일) GS칼텍스전 승리 후 (플레이오프행이) 확정된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수훈선수로 뽑혀 인터뷰 후 선수들에게 갔는데 다 울고 있더라"며 "(한)송이 언니, (염)혜선 언니가 우시는 걸 봤다. 난 눈물이 나진 않았지만 언니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이라 같이 울컥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정규리그 매 경기 언니들이 '원 팀(One team)'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우리 팀은 한 명만 잘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7명이 다 같이 잘해 이기자는 말을 계속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KOVO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