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롤모델'에 극찬받은 곽빈, 오타니와 '리턴 매치' 기회 얻었다 [고척 현장]

(엑스포츠뉴스 고척, 김지수 기자) KBO리그가 자랑하는 또 한 명의 파이어볼러가 미국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을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다. 두산 베어스 곽빈이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무키 베츠 등 LA 다저스의 강타자들과 맞붙을 기회를 얻었다.

류중일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이끄는 '팀 코리아'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 매치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0-1로 석패했다.

팀 코리아는 선발투수로 나선 문동주(한화 이글스)가 2이닝 1피안타 4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릴레이 호투를 펼쳤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2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신민혁(NC 다이노스)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정해영(KIA 타이거즈)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최준용(롯데 자이언츠)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샌디에이고 타선을 틀어막았다.

팀 코리아는 비록 타선이 샌디에이고 투수들의 구위에 눌려 무득점에 그친 여파로 패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류중일 감독이 샌디에이고전에 앞서 "그래도 국가대표팀인데 창피한 경기를 하면 안 된다. 대등하게 싸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던 가운데 선수들이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제 팀 코리아는 18일 같은 장소에서 LA 다저스와 격돌한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투수로 곽빈을 내정했다. 곽빈은 지난 14일 KIA 타이거즈와의 KBO 시범경기에서 1⅔이닝 무실점으로 좋은 컨디션을 뽐냈다. 사흘 휴식 후 LA 다저스를 상대하게 됐다.



곽빈은 팀 코리아 합류 전부터 LA 다저스전 등판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 차례 대결을 펼쳤던 오타니 쇼헤이와의 리턴 매치를 희망했다.

곽빈은 2023 WBC에서 오타니에 2루타를 허용했다. 오타니는 투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던진 곽빈의 4구째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1루수 옆을 꿰뚫는 장타로 연결했다. 곽빈은 오타니에게 맞은 2루타의 영향으로 ⅔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곽빈은 오타니와 붙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비록 비공식 연습경기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와 기량을 겨뤄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곽빈은 지난해 두산은 물론 KBO리그 전체에서 주목받는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3경기 127⅓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유망주 껍질을 완전히 깨뜨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후반기 막판 자리를 비운 탓에 규정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150km 초반대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에이스라는 칭호에 걸맞은 투수가 됐다.

곽빈의 구위는 충분히 위력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3일 두산의 일본 스프링캠프 기간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평가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준수한 투구 내용을 보여주기도 했다.

곽빈과 대결을 펼쳤던 소프트뱅크의 간판타자이자 일본프로야구의 리빙 레전드 야나기타 유키는 곽빈의 투구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야나기타는 "두산 투수(곽빈)가 정말 공이 좋다고 생각했다. 직구는 빠르고, 커브의 각도도 정말 좋았다"며 "아직 젊은 투수라고 들었는데 점점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1988년생인 야나기타는 우투좌타 외야수로 2010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24번으로 소프트뱅크에 입단, 팀을 상징하는 원클럽맨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13시즌 통산 1389경기, 타율 0.313, 1542안타, 260홈런, 855타점, 159도루, OPS 0.940의 누적 성적을 기록 중이다. 

야나기타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롤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야나기타는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기를 바란다는 덕담도 건넸다. 
 
곽빈은 팀 코리아 합류 전 "뉴스를 통해 야나기타 선수가 나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접했다. (야나기타의 칭찬이) 인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업적을 남긴 것 같다"며 "사실 나는 야나기타 선수의 타격 능력에 놀랐다. 내가 범타로 잡았지만 내 커브를 노려서 확실하게 자기 스윙을 가져가더라. 만약 타이밍이 맞아서 정타가 됐다면 타구가 지금까지도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또 ""오타니는 워낙 대형 스타다. 야구선수라면 꿈처럼 생각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상대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다"라며 "많은 공을 던지지 않더라도 최정상급 선수들과 승부를 해 보면 공부가 되는 부분이 많다.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오타니에게는 전력으로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길 수도 없다. 한국에서 경기를 하지만 내가 더 유리한 부분은 없다. 오타니는 너무 잘하는 선수라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오타니는 지난 15일 입국 후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 상태다. 17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스페셜 매치에서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물러났다. 다만 워낙 뛰어난 선수인 만큼 하루 만에 타격감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추구하는 '야구의 세계화'에 맞춰 2024 시즌 정규리그 개막 2연전을 오는 20~21일 한국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한다.

KBO는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한국 방문에 맞춰 KBO리그 10개 구단의 국가대표급 선수, 젊은 유망주를 주축으로 '팀 코리아'를 꾸렸다. 문동주, 곽빈을 비롯해 강백호(KT 위즈),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을 비롯한 35명의 선수들은 비록 연습경기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실전에서 맞붙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엑스포츠뉴스 DB/두산 베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