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시즌 사령탑 데뷔를 앞둔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 사진 SSG 랜더스 제공
(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올해는 두산이 재미있을 것 같다. 우승후보라고 보여진다."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은 지난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시범경기에 앞서 2024 시즌 판도에 대한 예상을 밝혔다. SSG를 중위권 전력으로 보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부 전문가들과 팬들의 시선을 '쿨하게'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숭용 감독은 "기자분들도 다 SSG를 (5강 밖으로) 보고 계시지 않느냐"며 "우리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뽑아봤을 때도 (전력이) 중위권이다. 그게 팩트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SSG는 2023 시즌 76승 65패 3무, 승률 0.539로 페넌트레이스 3위에 올랐다. 2022 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에 이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SSG의 지난해 가을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게 1~3차전을 내리패했다. 뼈아픈 업셋(Upset)을 당하면서 2023 시즌을 허무하게 마감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엄청난 후폭풍이 불었다. '성적' 문제가 아닌 '팀 리빌딩'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김원형 전 감독을 경질했다. 2022 시즌 통합우승 뒤 3년 총액 22억 원에 재계약을 맺었던 사령탑을 잔여 계약기간 2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낙마시켰다.
2024 시즌 사령탑 데뷔를 앞둔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 사진 SSG 랜더스 제공
여기에 2001년부터 팀에 몸담았던 '원클럽맨' 김강민까지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1982년생 노장 선수를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건 유망주를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했지만 김강민의 유출을 막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프런트의 실책으로 팀의 레전드를 잃었다.
SSG는 다행히 이숭용 신임 감독 체제에서 2024 시즌을 준비하면서 팀 분위기가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스토브리그 기간 베테랑 포수 이지영을 영입해 안방을 보강한 것을 제외하면 겨우내 뚜렷한 전력보강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SSG의 올해 예상 성적이 저평가를 받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SSG 에이스 김광현은 지난 11일 KT 위즈와 시범경기를 마친 뒤 "SSG가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건 기분이 좋지 않다"며 "얼마 전 영상에서 우리를 하위팀이라고 말한 분을 봤는데 그런 예측들이 적중하는 걸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나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의 '발끈'에 흐뭇함을 나타내고 있다. 감독이 굳이 성적에 대해 얘기하지 않더라도 선수들이 스스로 분노하고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는 부분에 만족 중이다.
부임 2년차를 맞이한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이숭용 감독은 "우리 팀은 감독도 코치도 초보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이런저런 말들도 많았기 때문에 내가 해설위원이었더라도 SSG를 높게 보지는 않았을 것 같다"면서도 "나도 해설가를 해봤지만 시즌 예측을 정확하게 맞춘 사람을 못 봤다. 그래서 야구가 재미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숭용 감독은 이와 함께 KT, LG, KIA 등 올 시즌 3강으로 꼽히는 팀들 외에 두산을 다크호스로 꼽았다. 구체적인 설명을 깃들이지는 않았지만 두산이 충분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보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74승 67패 2무, 승률 0.521로 정규리그 5위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에서는 4위 NC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넘지 못하고 가을야구 여정을 마감했다.
두산도 SSG처럼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은 없었다. 다만 내부 FA 양석환, 홍건희를 모두 잔류시킨 데다 올해 입단한 루키 투수 김택연이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당장 필승조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2024 시즌 사령탑 데뷔를 앞둔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 사진 SSG 랜더스 제공
이숭용 감독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KT 단장을 역임했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KT는 이강철 감독-이숭용 단장 체제에서 급성장을 거듭했고 2020 시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2021 시즌 첫 통합우승의 역사를 썼다.
이숭용 감독은 현역 시절에도 현대 유니콘스(2008년 해체)에서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강팀이 주는 특유의 기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두산에게도 이런 느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숭용 감독은 "KT, LG, KIA를 다 3강으로 언급하는데 나는 두산이 셀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두산 야구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두산이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보고 있다. 내 생각이 맞을지 안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KT, LG, KIA, 두산에 (5강에서) 나머지 한 팀은 우리가 들어가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SSG 랜더스/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