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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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영선수권 '독박 취재'를 마치며 [권동환의 도하시아]

기사입력 2024.02.18 13:05 / 기사수정 2024.02.18 13:13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한국 기자는 한 명인가요?"

중국 취재진을 비롯해 가끔씩 외국 기자들에게 들었던 질문이다.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폐막을 앞두고 있다. 19일 경영 마지막날 남자 혼계영 400m 결승 등이 끝나면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이번 대회 17일간 열전도 막을 내리게 된다.

사실 이번 대회가 취재 계획에 처음부터 있던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팬들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카타르에선 지난달 12일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열렸고, 나 역시 아시안컵 취재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카타르로 가기 몇 달 전 회사와 데스크로부터 "흔치 않은 기회이며, 기초 종목 세계선수권 취재는 해당 종목을 맡고 있는가의 여부와 관계 없이 체육기자로 발전하는데 꼭 필요하다. 그리고 수영 대표팀 성적이 굉장히 잘 나올 것이다"는 권유를 받고 '월드 아쿠아틱스(옛 국제수영연맹)' 취재 신청을 거쳐 수영장을 드나들게 됐다.



마침 하늘이 세계수영선수권을 취재하라는 계시를 내린 듯 축구대표팀이 요르단전 참패를 하고 돌아간 직후부터 다이빙에서 한국 선수들의 메달이 나왔다. 이어 경영에서 금메달 2개와 사상 첫 단체전 은메달까지 보게 됐으니 이 정도면 행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번 대회를 나 혼자 취재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프레스 신청을 한 다른 한국 기자들도 있었고,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낸 한국 수영의 열기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질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결국 수영장에 한국 언론은 단 한 명만 남게 됐고 이후부터 홀로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세계수영선수권이라는 큰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을 '독박 취재' 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하다보니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고, 준비도 더 단단히 할 수밖에 없었다. 3년차 기자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인 것은 한국 수영이 세계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만큼 성적이 아주 좋았고, 또한 대표팀 선수들도 항상 레이스를 마치고나면 열과 성을 다해 방금 전 물살을 갈랐을 때의 그 느낌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고스란히 전달했다는 점이다.

한국-요르단전을 앞두고 월드아쿠아틱스의 취재증을 처음 받아 갔던 아티스틱 스위밍 프리 결승을 기억한다. 이리영-허윤서 조가 테크니컬에 이어 프리에서도 결승에 올라 연달아 10위를 차지했다.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역사 최고의 성적이었지만 7월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신할 수 없던 때였다.

그 와중에 둘은 훈련 과정에서의 눈물 나는 노력을 소개했다. 물 속에 있다가 물 위로 뜨는 동작인 '수위' 동작을 보다 높이, 완벽하게 하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헤염쳤다는 점이다. 저 갸날픈 두 선수가 그냥 수영하고 물 속에서 물구나무 서 있는 것도 힘들 텐데 모래주머니까지 몸에 묶었다면 얼마나 힘들까란 마음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다이빙 혼성 3m 싱크로도 잊을 수 없다. 다 따놓은 줄 알았던 동메달을 마지막 라운드에서 남자 선수인 이재경 선수의 작은 실수로 인해 놓칠 뻔했는데 이어 연기한 영국 선수들이 큰 실수를 범해 다시 메달을 되찾았을 때의 이재경의 표정과 안도감, 그리고 이재경을 격려하는 한 살 누나 김수지의 모습 등은 메달 획득을 떠나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경기 전날 탁구장에서 다툼을 축구대표팀 선수들과도 비교가 잘 됐다.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금메달을 따냈을 때 김우민의 정말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 거꾸로 황선우의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 뒤 드디어 해냈다는 당당함과 자신감 넘치는 반응 등도 이번 대회를 취재하면서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었던 장면 장면들이다.

메달이 아니어도 준결승,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끼고 뿌듯해 하는, 적게는 중학생부터 많게는 30살 베테랑 선수들까지의 몸짓, 표정, 미소, 눈물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첫 취재처였던 아시안컵에서의 우승컵을 보지 못하고 요르단에서 참패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지만, 수영 대표팀의 역영을 보면서 '힐링'했다는 느낌이랄까.

이런 느낌을 나 혼자 만끽해서 행복했지만 다음 세계선수권에선 보다 많은 한국 기자들이 선수들을 함께 축하하고, 그들의 땀과 눈물을 같이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도 숨길 수 없다.

끝으로 언제나 인터뷰에 100% 진심을 다해 답변을 건넸던 수영 대표팀 선수들, 그 중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음에도 수영장이 낯선 내게 존중의 자세로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던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김서영, 박수진, 이주호, 백인철, 김수지, 이재경 등 간판 선수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또 대한수영연맹, 그리고 올댓스포츠 분들께도 큰 감사를 드린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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