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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스태프 35명 지원도 '무소용'…클린스만호 탈락 더 참혹한 이유 [아시안컵]

기사입력 2024.02.07 20:20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역대 최고의 지원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 했지만, 결과는 참극이었다. 

상대팀 감독이 더 잘 아는 대표팀을 잘 모르는 클린스만은 최악의 선택을 거듭하며 예정된 결과를 받아들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 있는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요르단과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완패, 우승 도전을 멈췄다.

한국은 전반에 상대 파상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0-0으로 마쳤으나 후반 들어 수비가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8분 야잔 알나이마트, 후반 21분 무사 알타마리 등 요르단이 자랑하는 두 공격수에게 연속 실점했다. 그야말로 무기력했다. 한국은 이날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고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요르단에 완패하면서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던 클린스만호는 4강에서 짐을 싸야 했다. 또 지금까지 6번 만나 3승3무로 무패를 거둔 요르단 상대로 패했을 뿐만 아니라 유효슈팅을 1개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굴욕을 면치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다. 올해 31살로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어느 때보다 의욕을 갖고 준비했는데 뜻하지 않은 상대에게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미 시즌 10골을 달성한 황희찬,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수비수 김민재, 프랑스 최강 파리 생제르맹에 입단한 이강인 등 유럽 빅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포지션마다 있어 손흥민과 함께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어느 대회보다 부진한 내용과 결과로 짐을 싸게 됐다.

클린스만호는 한국 축구에 유례없는 위대한 황금세대를 갖고도 제대로 된 경기 플랜도 없이 전후반 내내 우리보다 한참 낮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가진 팀에게 고전하다 선수들의 개인 능력으로 극장골을 터뜨려 기사회생하는 '좀비 축구'를 펼쳤다. 

손흥민이 7일 카타르 알라이얀에 있는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완패, 결승행이 좌절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위로를 받고 있다. 한국은 이날 충격패로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7일 카타르 알라이얀에 있는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완패, 결승행이 좌절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위로를 받고 있다. 한국은 이날 충격패로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선 후반 추가시간 54분 조규성의 극장 골, 호주와의 8강전에선 후반 추가 시간 52분 황희찬의 극장 페널티킥 동점 골이 터지며 간신히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요르단전도 똑같았다.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면서 다시 좀비 축구를 재현하는 듯했지만, 요르단은 우리의 숨통을 후반 시작 21분 만에 완전히 끊어놨다. 2-0을 만들었다.

클린스만호 스태프가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나 대비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64년 만에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를 위해 역대 최다 인원 스태프를 보강해 줬다. 

대회 첫 경기 바레인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3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3일(한국시간) "전문 스카우트와 데이터 전문가까지 2명이 추가돼, 이번 아시안컵 대표팀 스태프는 총 35명"이라고 밝혔다. 코칭스태프, 지원 스태프를 합친 35명은 한국 대표팀 역대 최다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하=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만 한국 대표팀에서 활약할 예정인 전문 스카우트 마크 포더링햄은 스코틀랜드 국적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P 라이선스를 보유했다. 과거 헤르타 BSC 코치 등을 하며 지도자 경험도 갖춘 인물이다.

포더링햄과 함께하는 데이터 전문가는 크리스 록스턴이다. 영국 국적의 그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전력 분석 팀장 등을 역임했다고 한다. 포더링햄은 이미 팀에 합류했으며, 록스턴은 15일 바레인과의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부터 함께 했다.

아울러 물리치료사(피지오 테라피스트)도 2명 추가로 뽑아, 기존 4명의 물리치료사와 함께 선수단 전체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클린스만호는 지난해 초 출범 당시 현재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 파올로 스트링가라 코치, 안드레아스 쾨프케 골키퍼 코치, 마이클 킴 코치, 차두리 테크니컬 어드바이저 체제로 시작했다. 

(도하=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호주의 8강전을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대표팀 클린스만 감독과 차두리 코치가 훈련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호주의 8강전을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대표팀 클린스만 감독과 차두리 코치가 훈련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마이클 킴 코치가 팀을 떠나고 차두리 어드바이저가 코치로 부임하면서 변화를 맞았다. 또 의무 팀에도 변화가 있었다.

메디컬 팀에 니클라스 알베르스가 피지오 테라피스트로 계약을 맺고 클린스만호와 동행했다. 그는 독일에서 20년간 스포츠 분야에서 일한 유명한 스포츠 테라피스트이며 함부르크 축구팀과 핸드볼팀, 그리고 독일 핸드볼 국가대표팀 의무팀 경력이 있다. 

그리고 알베르스는 클린스만과 연을 맺으며 미국 국가대표팀 의무팀에서 함께 일했고 이번 한국 축구 대표팀 합류도 이때의 연으로 맺어졌다. 또다른 피지오 테라피스트 올리버 슈미틀라인도 지난해 6월 부산 A매치 일정부터 대표팀에 합류해 선수단 관리를 맡았다. 

아우크스부르크 피지오 테라피스트로 일했던 니클라스 알베르스. 지난해 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합류해 아시안컵 스태프로 활약했다. DPA 연합뉴스
아우크스부르크 피지오 테라피스트로 일했던 니클라스 알베르스. 지난해 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합류해 아시안컵 스태프로 활약했다. DPA 연합뉴스


나아가 이번 대회 직전에는 상대 팀 전술 파악을 위해 지지도자 경험까지 갖춘 스카우트와 데이터 전문가까지 갖췄다. 

그러나 대회 내내 선수단 부상자는 끊이지 않았다. 이기제는 2023시즌 막판 부상 여파로 수원 삼성에서도 뛰지 못했지만, 명단에 넣어 출전시켰다가 화를 입었다. 문선민도 부상, 황희찬도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했다가 다시 부상 재발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김진수는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전문 왼쪽 풀백으로 대한민국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선수지만, 오른발을 쓰는 설영우를 왼쪽에 계속 기용했다. 설영우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지만, 납득하기에 어려웠다. 

김진수는 "난 말레이시아전 이후로 단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다. 많은 분께서 오해를 많이 하시고 나한테 연락해서 아프냐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라며 "난 말레이시아전 이후로, 말레이시아전에도 아프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아픈 건 없었다"라며 몸 상태 문제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한 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6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가 끝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김진수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가 끝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김진수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아픈 건 아니었다. 경기 출전 여부는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할 수 있지만, 내 나이가 고참이기에 지금, 이 대회에서 뛰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뛰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뛰었어도 경기가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요르단과 조별리그에서 만나 상당히 고전했던 클린스만호는 준결승에서는 다른 경기력을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조별리그 경기보다 더 처참한 경기력으로 참사를 맞이했다. 

후세인 아무타 감독의 요르단은 김민재가 있을 때도 쉽게 무너진 한국 수비진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전반부터 파상공세로 한국을 힘들게 했고 결국 후반에 성과를 냈다. 클린스만호는 앞선 경기들에서도 고전했지만 이렇게 시종일관 상대에 괴롭힘을 당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아무타 감독이 작전을 잘 챙겨 들고 나왔다. 그는 한국을 완파한 뒤 "한국을 존중하지만,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존중할 필요는 없다"며 "지난 5경기 통계를 보니 한국은 8골을 내줬다. 한국을 상대로 득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솔직히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한국 입장에선 반박할 수 없는 팩트였다. 아무타 감독은 "우린 능력이 있는 팀이고, 5경기에서 8골을 허용한 팀을 상대하니까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 약점을 공략하기로 했다"며 "한국은 정말 좋은 선수가 많아 쉬운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투지 있게 수비하고, 특정 지역에서 압박하기로 한 게 먹혔다"고 했다.

역대 최다 인원을 자랑하는 스태프를 보유하고도 지도자 한 사람의 악수가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 요르단에 참패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비단 요르단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전 3-3 무승부, 토너먼트 두 경기 연속 정규 시간 내에 승부를 내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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