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를 하루 앞둔 5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센터에서 대표팀 손흥민과 황희찬이 훈련장을 뛰며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이 다리에 테이핑을 한 채로 훈련을 받으면서 팬들의 걱정을 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7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0시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준결승전을 치른다.
조별리그에서 함께 E조에 속했던 두 팀은 결승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났다.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격파해 4강에 올랐고, 요르단은 이라크와 타지키스탄을 제압하면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팀은 이제 결승행 티켓을 두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한국과 요르단 중 승자는 결승전에서 이란 혹은 카타르와 아시안컵 챔피언 자리를 두고 맞붙는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를 하루 앞둔 5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센터에서 대표팀 손흥민과 황희찬이 훈련장을 뛰며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준결승전을 앞두고 태극전사들은 경기 하루 전까지 훈련을 받아 최종 점검에 나섰다. 대표팀 26인이 모두 훈련장에 모인 가운데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 잡은 건 바로 황희찬이다.
올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을 터트리며 손흥민과 함께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 중인 황희찬은 대회 전 엉덩이 부상으로 인해 조별리그 3차전이 돼서야 교체 출전을 통해 경기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도 후반전에 교체로 나왔다.
교체 출전으로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린 황희찬은 마침내 호주와의 8강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4-2-3-1 전형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이날 105분을 소화하는 동안 유효슈팅 3개, 드리블 성공 3회, 지상 볼 경합 승률 50%(8/16)를 기록하며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황희찬은 훈련과 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보여줬던 모습에 점점 가까워졌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호의 고민 중 하나는 공격수들의 저조한 득점력인데, 황희찬의 경기력이 점점 오르면서 준결승부터는 답답한 공격력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를 하루 앞둔 5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센터에서 정승현, 이기재, 황희찬이 민첩성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5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진행된 요르단전 대비 훈련에서 황희찬이 다리에 테이핑을 한 채로 훈련장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테이핑을 하면 근육이 한계 이상으로 수축하거나 이완하는 것을 막아줘 통증 및 부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테이핑을 한 황희찬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특히 황희찬은 지난 호주와의 8강전 때 발목을 향한 살인 태클까지 당해 팬들의 걱정을 키웠다. 축구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황희찬의 선발을 기대하는 팬들의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황희찬뿐만 아니라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도 다리에 테이프를 둘둘 감은 채로 훈련에 임하면서 요르단전 선발로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를 하루 앞둔 5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센터에서 대표팀 손흥민, 김진수, 황희찬이 훈련장을 뛰며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2015 호주 아시안컵 이후 9년 만에 4강에 올라간 한국은 자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준결승 무대를 통과한 요르단을 만난다.
2004년과 2011년 아시안컵 때 기록한 8강이 최고 성적인 요르단은 조별리그에서 바레인과 한국 다음인 3위를 차지해 16강에 올라갔다. 16강에서 그들은 조별리그 때 일본을 2-1로 꺾었던 이라크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둬 8강 진출에 성공했다.
8강에선 대회 첫 참가임에도 8강까지 진출한 '돌풍의 팀' 타지키스탄을 1-0으로 쓰러뜨리면서 대표팀 역사상 최초로 4강에 올라갔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새 역사를 쓴 요르단은 공교롭게도 준결승에서 이미 한 번 상대했던 한국을 만났다.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요르단은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조별리그 E조 2차전 때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으나 동점골과 역전골을 허용했다. 패배가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해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당시 요르단과 간신히 비긴 경기는 축구 팬들로부터 큰 불만을 샀다. 대회 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기준으로 한국은 23위이지만 요르단은 87위로 한국보다 64계단 밑에 있다. 대회에 참가한 요르단 선수들 중 유럽에서 뛰는 선수는 무사 알 타마리(몽펠리에) 한 명뿐일 정도로 한국에 비하면 전력이 열세인 팀이다.
한국과 무승부를 거뒀다는 사실은 준결승전을 앞두고 요르단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요르단 매체 '료야뉴스'에 따르면, 골키퍼 야지드 아부라일라와 수비수 압달라 나시브는 "우린 한국 선수들을 존경하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며 "우린 조별리그에서 그들을 상대했기에, 어떻게 경기를 하는지 알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무승부로 끝났던 조별리그 때와 달리 준결승전에선 황희찬이 출전하기에 다른 결과가 기대됐지만, 훈련장에서 다리에 테이핑을 한 그의 모습을 통해 일부 팬들은 교체 투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경기에 계속 출전해 몸 상태를 끌어 올렸던 황희찬이 모두의 기대대로 요르단전 선발로 출격해 모두가 원하는 아시안컵 결승 진출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