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요르단 축구대표팀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다시 한번 '연막 작전'을 펼쳤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7일(한국시간) 오전 0시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준결승전을 치른다.
조별리그에서 함께 E조에 속했던 두 팀은 결승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났다.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격파해 4강에 올랐고, 요르단은 이라크와 타지키스탄을 제압하면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팀은 이제 결승행 티켓을 두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한국과 요르단 중 승자는 결승전에서 이란 혹은 카타르와 아시안컵 챔피언 자리를 두고 맞붙는다.
이번 준결승 진출로 한국은 2015 호주 아시안컵 이후 9년 만에 4강에 올랐지만 요르단은 자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8강을 통과했다.
2004년과 2011년 아시안컵 때 기록한 8강이 최고 성적인 요르단은 조별리그에서 바레인과 한국 다음인 3위를 차지해 16강에 올라갔다. 16강에서 그들은 조별리그 때 일본을 2-1로 꺾었던 이라크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둬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이라크는 공격수 아이만 후세인이 스코어 2-1을 만드는 역전골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너무 길게 하다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처했다. 이후 요르단을 총공세에 나서면서 경기를 뒤집어 8강행 티켓을 거머 쥐었다.
8강에선 대회 첫 참가임에도 8강까지 진출한 '돌풍의 팀' 타지키스탄을 1-0으로 쓰러뜨리면서 대표팀 역사상 최초로 4강에 올라갔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새 역사를 쓴 요르단은 공교롭게도 준결승에서 이미 한 번 상대했던 한국을 만났다.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요르단은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조별리그 E조 2차전 때 한국은 손흥민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으나 동점골과 역전골을 허용했다. 패배가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황인범이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해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준결승에서 다시 만나게 된 두 팀은 단 한 장뿐인 결승행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요르단이 팀 에이스 무사 알 타마리(몽펠리에)를 취재진에게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요르단은 4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팀 훈련을 진행했다. 이때 알 타마리가 훈련장에 나오지 않았는데, 실내에서 개인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96년생 왼발잡이 윙어 알 타마리는 자타 공인 요르단 축구대표팀의 에이스이다. 선수단 대다수가 자국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요르단 대표팀 내에서 유일한 유럽파 선수이자 현재 유럽 5대리그 중 하나인 프랑스 리그1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몽펠리에에 합류한 알 타마리는 몽펠리에 합류 직후 8월에만 3경기를 뛰며 3골 1도움을 올렸다. 리그앙 이달의 선수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빠른 속도와 드리블에서 나오는 전진 능력, 그리고 공을 소유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몽펠리에에서 꾸준히 출전해 올시즌 16경기에서 3골 3도움을 올렸다. 16경기 중 선발 출전이 15경기로, 명실상부 몽펠리에 주전 선수로 등극했다.
요르단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간 알 타마리는 한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한국 수비진을 시종일관 괴롭혔다. 이날 그는 한국을 상대로 유효슈팅 1회, 기회 창출 2회, 드리블 성공률 50%(3/6), 피파울 4회, 태클 1회, 인터셉트 2회, 리커버리 10회, 슈팅 블락 2회 등 공수에 걸쳐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 통틀어 알 타마리는 2골, 경기당 기회 창출 7회, 90분당 드리블 성공 2.5회 등 대회 내내 공격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요르단이 결승에 올라가기 위해선 알 타마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가 한국전을 앞두고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알 타미라는 타지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때 교체됐는데,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오른쪽 사타구니 쪽을 붙잡아 부상이 의심됐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알 타마리 부상 유무는 한국과 요르단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요르단은 일단 선수가 실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상을 입은 게 맞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한국을 방심시키기 위한 요르단의 작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르단은 이미 한국을 상대로 '연막 작전'을 펼친 바 있다. 조별리그 1차전 말레이시아전 때 윙백 마흐무드 알 마르디가 멀티골을 터트린 후 전반 35분 만에 교체됐다. 말레이시아를 4-0으로 격파한 뒤 요르단 대표팀을 이끄는 후세인 아모타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 사전 기자회견 때 "(알 마르디는)햄스트링 부상이다. 그가 없이 뛰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모타 감독은 보란듯이 한국전에서 알 마르디를 선발로 내세웠다. 한국전을 치른 후 알 마르디는 3차전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이후 토너먼트 2경기를 모두 선발로 나와 정상적으로 소화했기에, 감독의 발언은 일종의 연막 작전이었던 걸로 드러났다.
그들은 이번에도 알 타마리 몸 상태를 확실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한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자 했지만, 이미 한 번 당했던 클린스만호가 또 속임수에 넘어갈지는 미지수이다. 무엇보다 결승을 목표로 삼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알 타마리 출전 유무에 상관 없이 요르단을 꺾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