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인 '척'하는 개그맨과 베트남 음식 먹방…"인종차별" 비판 폭주 [엑's 이슈]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유튜버 쯔양이 '니퉁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김지영과 먹방을 진행했다. 니퉁의 존재를 접한 필리핀인들은 영상에 불쾌하다는 의견을 달고 있고, 뒤늦게 소식을 알게 된 많은 국내 누리꾼들 역시 이는 인종차별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쯔양 유튜브 채널에는 '줄서서 먹는 베트남음식점'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영상 속 쯔양은 "오늘은 구독자 분과 먹방을 하려고 한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으로 오신 필리핀 분께서 밥 한 끼 하고 싶다고 해서 초대했다"고 했다. 이어 니퉁이 등장해 자신을 소개하면서 어눌한 발음이지만 유창하게 한국어로 쯔양과 소통했다.

니퉁의 모습으로 먹방을 즐긴 뒤, 그가 필리핀 며느리 캐릭터 니퉁으로 활동 중인 코미디언 김지영임이 소개됐다. 이후 쯔양은 "어떻게 모시게 됐냐면 '개콘' 셀럽데이 날에 하시는 걸 직접 봤다"며 해당 코너를 본 뒤 이번 협업이 성사됐음을 밝혔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많은 필리핀 현지인들이 댓글을 남겼다. 이 영상에서 필리핀인들은 "진짜 필리핀 사람이 아닌 필리핀 사람을 사칭하는 한국 사람과 협업한 이유가 뭐냐"며 실망감을 표했다.

더욱이 쯔양은 구독자 929만명의 인기 '먹방' 유튜버로, 해당 영상의 조회수 역시 109만회(2월4일 기준)에 달하고 있다. 영향력이 큰 만큼, 니퉁의 존재가 알려진 뒤 필리핀인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필리핀 사람으로서 처음엔 뿌듯했다. (필리핀 사람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고 필리핀 억양을 조롱하는 순간 괴로웠다", "이게 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등 희화화를 지적하는 댓글들도 이어졌다. 여기에 "필리핀인으로서 실망스럽다. 나는 오랫동안 구독자였지만 이건 아니다"라며 구독자였다는 필리핀의 팬도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약 일주일 전 공개된 영상에는 공개 당시부터 최근까지도 많은 필리핀인과 외국인들의 지적 댓글이 이어졌다. 뒤늦게 이를 접한 한국인들의 댓글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누리꾼들은 "심지어 필리핀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다", "이런 부분을 지적하면 프로불편러라며 합리화하는 사람들 때문에 발전이 없는 것 같다", "왜 굳이 필리핀 사람인 척 연기하는 사람과 영상을 찍은 건지", "이것도 인종차별이란 걸 인식하지 못 했냐"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해당 영상의 댓글창뿐만 아니라 이 영상과 필리핀인들의 반응은 국내 커뮤니티들과 SNS 등에도 빠르게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니퉁 캐릭터는 2020년 6월 폐지됐던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지난해 11월 돌아왔을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과거부터 '개콘'은 일부 코너들에서 비하성, 가학적 혹은 차별적인 개그 소재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놀랍게도 돌아온 '개콘'에도 이런 소재의 코너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였던 코너가 바로 '니퉁의 인간극장'이었다. 이 코너에는 '필리핀 며느리' 설정의 니퉁이 어눌한 발음의 한국어를 구사하고, 니퉁을 구박하는 시어머니와의 일상이 담긴다. 이 코너는 첫 방송 당시에도 제노포빅(xenophobic, 외국인 혐오)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사진=쯔양 유튜브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