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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전던지기 안 해요?'…한국 8강행 'SON 리더십' 있었다 [도하 현장]

기사입력 2024.02.02 05:50 / 기사수정 2024.02.02 07:06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리더십이 또 빛났다. 손흥민이 당당한 요구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16강 맞대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이날 3만명이 넘는 사우디 팬들 압박을 받은 클린스만호는 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미트윌란)이 헤더 동점골을 터트리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이후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1~4번 키커가 모두 킥을 성공시킨 반면에 사우디는 3~4번 키커가 조현우(울산HD) 선방에 막혔다.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거둔 클린스만호는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해 8강에서 호주를 만났다.



호주는 지난달 28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4-0으로 격파하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과 호주 간의 8강전은 오는 3일 오전 0시30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클린스만호는 호주전 전날인 1일 오후 최종 훈련에 돌입했다. 이날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엔 손흥민을 비롯해 태극전사들의 훈련을 보기 위해 찾아온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취재진이 훈련을 지켜보던 중 축구대표팀 관계자는 사우디와의 승부차기 직전에 있었던 한 상황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심판이 사우디에 유리한 골대에서 승부차기를 하길 원하자, 손흥민이 대회 규정을 언급하며 이를 제지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꺼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경기를 관장했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일기즈 탄타셰프 주심은 처음에 승부차기를 진행할 골대로 사우디 팬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제안했다.



승부차기 때 골대 선정은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자신들을 응원해주는 팬들이 모여 있는 관중석을 택한다면, 상대팀은 엄청난 야유를 받아 승부차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기에 승부차기 골대는 공평하게 동전 던지기로 정한다. 규정에 따르면, 미리 양 팀 주장들이 동전 앞면과 뒷면을 정한 뒤 동전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동전 면이 가리킨 팀 주장은 승부차기를 어느 골대에서 진행할지 정할 수 있다. 이후 동전 던지기를 한 번 더 진행하는데, 이는 킥을 찰 순서를 정한다.

그런데 당시 탄타셰프 주심은 동전 던지기를 하지 않고 사우디 팬들이 밀집해 있는 골대에서 승부차기를 할 것을 제안했다. 이유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지미집 위치가 그 쪽(사우디 골대)에 있어 훨씬 그림이 좋아 거기서 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를 받아 들였다면 태극전사들은 눈앞에 사우디 대표팀을 상징하는 녹색 물결로 가득찬 관중석에서 나오는 야유와 압박을 받으며 승부차기에 임해야 했다. 이를 제지한 건 다름 아닌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주심이 사우디 팬들이 모인 골대에서 승부차기를 하길 권하자 대회 공식 규정을 언급하며 동전 던지기를 할 것을 요구했다. 손흥민의 정당한 요구에 할 말이 없어진 주심은 동전 던지기를 진행했고, 손흥민이 이겨 한국 팬들이 위치한 골대에서 승부차기가 진행됐다.

이는 클린스만호에 큰 도움이 됐다. 사우디 팬들에 비하면 적지만 카타르까지 날아온 붉은 악마들이 태극전사들을 열렬히 응원했고, 또 한국 벤치가 가까이 있어 키커들에게 힘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손흥민이 영어가 되고, (선수)레벨이 있어 말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아직 페널티킥으로만 2골 넣었지만, 뛰어난 리더십으로 공격포인트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는 중이다.



조별리그 때 일부 선수들이 부진한 활약을 펼쳐 팬들로부터 과도한 비난을 받자 손흥민은 지난달 25일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 끝난 뒤 "대회 시작 전 미디어에게 선수들을 흔들지 않고 보호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보호해주셨으면 한다는 말을 전한다"라며 "많은 팬분들이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상에서 선을 넘는 반응들을 하시는데 안타깝다. 가족과 동료들이 있다. 선수들을 아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또 사우디전 승부차기 때 후배들을 위해 1번 키커를 자처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31일 승부차기에서 1번 키커로 나선 이유에 대해 "우스갯소리로 난 아직 (박)지성이 형을 되게 많이 원망하고 있다"라며 "나랑 관계가 워낙 좋으니깐 웃으면서 2011년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그런 후회를 조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2011 아시안컵 당시 한국은 준결승에서 일본과 승부차기를 했는데, 어린 선수들이 1~3번 키커로 나선 뒤 모두 실축하면서 패했다. 이 때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은 자신이 1번 키커를 자처하지 않은 점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와 마지막 키커라 그 중 하나를 원했고, 감독님께서도 첫 번째로 차라고 해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찰 수 있었던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승부차기 전 선수들에게 "오로지 공과 내가 차고자 하는 방향만 신경 써라", "야유, 분위기 이런 거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어디로 보낼지, 어디로 차고 싶은지 공과 골대와 발만 신경 써라"라고 독려했다. 그 결과, 한국은 손흥민을 포함해 4명의 키커가 모두 킥을 성공시켜 8강 진출을 일궈냈다.

손흥민의 리더십으로 16강을 넘은 클린스만호는 이제 8강에서 호주를 상대한다. 손흥민이 이끄는 한국이 호주도 격파하며 목표인 아시안컵 우승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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