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다이어는 이날 후반 교체로 들어가 45분을 뛰었다. 뮌헨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김민재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빠진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의 후방에 손흥민(토트넘) '옛 동료' 에릭 다이어가 나타났다.
뮌헨은 2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13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우니온 베를린을 1-0으로 제압했다. 이 경기는 지난 달 열릴 예정이었으나 뮌헨에 기록적인 폭설이 기록되면서 연기됐고 김민재가 없는 이날 치러졌다.
개막 전 합류해 단숨에 주전 센터백 자리를 꿰찬 김민재가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차 이탈한 가운데 토마스 투헬 감독은 마테이스 더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를 선발 중앙 수비수 조합으로 내보냈다.
이는 김민재 입단 전까지 뮌헨의 수비진을 이끌던 조합이었으나 이날 경기에서는 오래 가동되지 못했다. 이번 시즌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우파메카노가 부상으로 전반만 뛰고 그라운드를 떠났기 때문이다. 우파메카노는 고질적 부상 부위인 허벅지 뒷근육을 다친 것으로 보인다.
투헬 감독은 우파메카노 대체자로 최근 입단한 다이어를 선택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를 밟은 다이어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더리흐트와 호흡을 맞춰 후방을 지켰다. 비교적 무난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위기도 막아내는 등 다이어는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성공적인 데뷔전을 가졌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4위를 차지한 베를린전에서 무실점 승리에 힘을 보냈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다이어는 이날 후반 교체로 들어가 45분을 뛰었다. 뮌헨 연합뉴스
◆손흥민 동료에서 김민재 팀원으로
이날 뮌헨 데뷔전을 치른 다이어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잉글랜드) 소속이었다. 손흥민보다 1년 앞선 2014년부터 줄곧 토트넘에 몸담은 다이어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으나 2019년부터 센터백으로 전환해 선수 경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발이 느려지면서 빠른 공격수들을 1대1로 막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2022-2023시즌 토트넘 '수비 붕괴'에 일조했다는 비판 여론에 마주한 끝에 올 시즌 도중 뮌헨으로 둥지를 옮겼다.
뮌헨 데뷔전에서는 걷어내기 2회, 가로채기 1회를 기록하는 등 통계적으로도 별다른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투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짰다. 마누엘 노이어가 변함없이 골문을 지켰다. 수비는 콘라트 라이머, 마테이스 더리흐트, 우파메카노, 하파엘 게헤이루가 맡았다. 요주아 키미히, 레온 고레츠카가 3선에 위치했고, 르로이 자네, 자말 무시알라, 킹슬리 코망이 2선에서 호흡을 맞췄다. 해리 케인이 원톱으로 출격했다.
베를린은 5-3-2로 맞섰다. 프레데릭 뢰노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로빈 고젠스, 디오구 레이트, 케빈 포크트, 로빈 크노헤, 크리스토퍼 트리멜이 수비를 구성했다. 야닉 하버러, 루카스 투사, 알렉스 크랄이 중원을 형성했고, 케빈 볼란트와 베네딕트 홀러바흐가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후반 45분을 뛰었다. 다이어는 소속팀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뮌헨 연합뉴스
뮌헨이 전반적으로 지배했던 경기였다. 포문은 우니온이 먼저 열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볼란트의 패스를 받은 고젠스가 왼발로 직접 슈팅을 가져갔다. 공은 아쉽게 골대 위를 넘어갔다. 뮌헨도 키미히의 패스를 받은 사네의 슈팅으로 응수했지만 역시 슈팅이 빗나갔다.
뮌헨은 키미히의 크로스에 이은 더리흐트의 헤더로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 우파메카노가 재차 슈팅을 가져갔으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코망의 슈팅도 골키퍼에게 막혔다.
계속해서 뮌헨이 기회를 잡았다. 라이머가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오른발 슈팅을 때려봤지만 골대 옆으로 살짝 벗어났다. 다시 한 번 더리흐트가 키미히의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했으나 역시 골문 옆으로 빗나가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고레츠카의 강력한 중거리 슛은 골문 위를 넘어갔다.
뮌헨은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전반 30분 키미히, 번반 34분 게헤이루의 중거리 슛 모두 골문을 외면했다. 원톱 케인은 이렇다 할 슈팅 기회를 잡지 못하고 부진했다.
우니온은 전반 막판 기회를 잡았다. 고젠스의 패스를 받아 하버러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뮌헨 골문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뮌헨은 전반 추가시간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무시알라가 사네에게 패스를 내줬고, 사네가 박스 안 왼발 슛으로 득점을 노려봤지만 골대 옆을 벗어났다. 코망의 패스를 고레츠카가 중거리 슛으로 이어갔고, 골키퍼가 쳐낸 공을 무시알라가 잡아 다시 슈팅했으나 선방에 막혔다. 결국 전반은 0-0으로 종료됐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후반 45분을 뛰었다. 다이어는 소속팀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뮌헨 연합뉴스
◆우파메카노 부상, 다이어 하늘이 돕는다
뮌헨이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에 변화를 줬다. 전반 막판 햄스트링 부근에 통증을 호소한 우파메카노를 빼고 다이어를 투입했다. 이로써 다이어의 뮌헨 데뷔전이 성사됐다.
다이어의 투입 효과였을까. 뮌헨은 후반 시작 1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게헤이루가 케인에게 패스했고, 케인이 슈팅을 때렸으나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를 게헤이루가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 해 골망을 갈랐다.
전반 내내 조용했던 케인은 후반 10분 추가골 득점에 성공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사네의 컷백을 그대로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득점이 취소됐다.
변수가 생겼다. 베를린 감독이 스로인 도중 사네의 얼굴을 밀쳐 퇴장 당했다. 베를린은 감독 지휘 없이 뮌헨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뮌헨의 지배가 이어진 가운데 우니온의 결정적 기회를 다이어가 막아냈다. 후반 35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오는 낮고 빠른 패스가 공격수에게 연결되기 전에 다이어가 몸을 던져 걷어냈다. 다이어가 걷어내지 않았다면 우니온에게 슈팅 기회를 내줄 뻔한 장면이었다. 노이어도 다이어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박수를 보냈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후반 45분을 뛰었다. 다이어는 소속팀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바이에른 뮌헨 SNS
뮌헨은 추가골을 노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번번이 막히면서 1-0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이어는 45분을 뛴 데뷔전을 무실점 승리로 마쳤다.
다이어는 지난 12일 뮌헨 입단을 확정지었다. 뮌헨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다이어를 임대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활약상에 따라 완전 영입 조항을 발동해 1년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다이어는 구단을 통해 "이 이적은 내게 꿈이 이뤄진 것이다. 어린 시절 언젠가 뮌헨같은 클럽에서 뛰길 원하기 때문이다. 뮌헨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구단 중 하나이며 엄청난 역사를 가진 구단이다. 난 수비에서 내 멀티 플레이어 자질을 통해 팀을 돕고 싶고 새로운 동료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알리안츠 아레나의 팬들을 만나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뮌헨 단장은 "우리는 다이어와 계약할 수 있어서 기쁘다. 그는 이번 이적시장에 오랜 시간 고려 대상이었다. 그는 우리 수비진에 가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다. 그의 축구적인 능력과 국제적 경험이 경기장 안팎에서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후반 45분을 뛰었다. 다이어는 소속팀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뮌헨 연합뉴스
◆기대치고는 괜찮은 데뷔전 활약
다만 다이어를 향한 기대는 크지 않다. 오히려 다이어가 팀에 피해를 끼칠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다이어가 그동안 토트넘에서 보여준 모습이 대부분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다이어는 토트넘 내 주전 경쟁에서도 밀린 선수다. 과거 조세 무리뉴 감독과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이 팀을 맡았던 시절에는 토트넘의 핵심 수비수로 뛰었으나, 점차 입지를 잃어 최근에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더펜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상태였다.
전술적인 문제도 아니었다. 책임은 오로지 다이어에게 있었다. 다이어는 부족한 기본기와 아쉬운 수비 능력 및 빌드업 능력 등으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센터백들에게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과거에는 후방에서 긴 패스로 빌드업을 주도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장점이었던 킥의 정확도마저 떨어져 무색무취의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독일과 뮌헨의 전설인 로타어 마테우스도 다이어 영입을 선택한 뮌헨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뮌헨은 더 많은 스쿼드 뎁스를 위해 보강이 필요한데, 이 선수들이 보강인가? 다이어는 최근 토트넘에서 핵심 선수가 아니었다. 울리 회네스 명예회장이 '우리는 더 이상 다른 클럽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를 영입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게 기억난다. 하지만 최근 영입은 말과 다른 것 같다"라며 다이어 영입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트리피어도 비슷한 경우다. 난 트리피어가 뮌헨에 어울리는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뮌헨은 보강이나 젊은 선수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는 출전할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브레멘전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다"라며 뮌헨이 확실한 선수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테우스의 우려와 달리 다이어의 데뷔전은 일단 합격점이었다. 호수비를 펼치면서 직접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우파메카노의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출전한 김민재가 복귀하기 전까지 당분간 주전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후반 45분을 뛰었다. 다이어는 소속팀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뮌헨 연합뉴스
◆케인 친구 찬스였다?
다이어 이적에 항상 흘러나오는 얘기가 케인 추천이다. 그의 뮌헨 이적엔 케인의 강력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뮌헨 구단도 지난여름 거액을 들여 영입한 케인의 안정적인 골 생산과 독일 생활 적응 등을 위해 다이어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는 의심을 받았다.
물론 투헬 감독은 다이어 영입이 케인과 상관 없는 것임을 강조했다. 다이어 영입이 임박했을 때 "다이어는 센터백 스페셜리스트이다. 그는 오랜 시간 뛰지 않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6번 미드필더로 뛰었다"라며 다이어의 멀티 플레이어 자질을 주목했다.
이어 "우리는 다이어를 센터백으로 데려왔다. 그는 오른쪽 혹은 왼쪽 센터백에서 뛸 것이며, 백3에서도 뛸 수 있다"라며 "다이어를 영입하면서 레온 고레츠카는 중원에서 자유롭게 뛸 수 있게 됐고, 더이상 센터백으로 뛰지 않아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미드필더인 고레츠카는 뮌헨이 마테이스 더리흐트와 김민재가 모두 부상으로 빠져 센터백 자리에 공백이 생기자 임시로 수비수 자리에서 뛴 적이 있다. 이제 다이어가 합류하면서 자신의 자리인 미드필더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다이어 입단에 케인 영항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실제 영국 '토크스포츠'는 지난 8월말 "이번 여름 토트넘에서 뮌헨으로 이적한 케인이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에게 다이어를 추천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토트넘에서 호흡을 맞췄던 케인이 다이어를 구단에 추전했을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투헬 감독 역시 지난해 가을까지 첼시 지휘봉을 잡았던 만큼 다이어의 장단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케인은 같은 잉글랜드 센터백인 해리 메과이어와 다이어를 굉장히 좋아하고, 이들의 실력을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어려운 수비수를 꼽아달라고 할 때도 둘을 곧잘 거론한다. 평소 케인과 다이어는 절친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케인은 과거 국내 동영상 채널에 출연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이어를 언급해 시선을 끈 적도 있다.
케인은 과거 축구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에 출연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다이어를 언급했다. 물론 거짓말 탐지기 결과 거짓으로 판명되긴 했지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이어의 이름을 말했다는 점에서 둘 사이가 평소 얼마나 돈독한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야말로 친구 덕을 톡톡히 봤다. 토트넘에서 밀려나 갈 곳 없는 다이어가 뮌헨에서 김민재와 경쟁 혹은 보완하는 상황을 맞았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후반 45분을 뛰었다. 다이어는 소속팀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뮌헨 연합뉴스
◆잉글랜드+포르투갈→독일
1994년생 다이어는 잉글랜드 출생이지만, 가족을 따라 10살 때 포르투갈로 이주했다. 그의 어머니가 포르투갈 대표팀을 지원하는 직업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04에 출전하는 포르투갈 대표팀 지원 스태프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다이어도 포르투갈 아카데미에 입단해 성장했다 .
다이어는 2011년 여름 에버턴 1년 임대를 제외하고 줄곧 스포르팅에서 성장했고 2012년 스포르팅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이 때의 활약을 바탕으로 다이어는 2014년 여름 토트넘에 입성해 현재까지 토트넘에서만 364경기에 출전했다.
다이어는 토트넘에서 초반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활약했지만, 2016-2017시즌부터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이 시즌에 토트넘에 합류한 다빈손 산체스, 그리고 얀 페르통언, 토비 알더베이럴트와 센터백으로 활동한 그는 2022-2023시즌까지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2022-2023시즌부터 다이어는 반복되는 실수와 집중력 저하 등 경기에서 부정적인 모습을 자주 선보였고 팬들은 그의 수비력에 불안함을 느꼈다.
토트넘은 결국 2023-2024시즌을 앞두고 미키 판더펜을 영입해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새로운 조합을 맞췄다. 다빈손 산체스도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로 보냈지만, 다이어는 팀에 조용히 남았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후반 45분을 뛰었다. 다이어는 소속팀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바이에른 뮌헨 SNS
시즌 개막 후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던 토트넘은 최근 수비진이 붕괴하면서 3연패 수렁에 빠졌다. 핵심 수비수인 미키 판더펜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상태이고,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다이렉트 퇴장으로 3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다. 두 선수가 빠지면서 토트넘은 첼시(1-4), 울버햄프턴 원더러스(1-2), 애스턴 빌라(1-2)전까지 3경기 모두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핵심 센터백 2명을 기용할 수 없게 되자 토트넘은 이후 에릭 다이어와 벤 데이비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중 다이어는 전문 센터백임에도 지난달 26일 리그 13라운드 빌라전 때 풀백인 에메르송 로얄에 밀려 선발에서 제외될 정도로 클럽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다.
다이어는 이번 시즌 센터백 붕괴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에서 리그 4경기, 198분 출전에 그쳐 사실상 전력 외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다이어가 전력 외 판정을 받자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이 관심을 보였다. 마친 핵심 센터백 김민재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 클럽을 떠나면서 뮌헨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모두 볼 수 있는 다이어로 김민재 공백을 해결하고 중원 강화를 꾀했다.
◆뮌헨의 그린라이트
'스카이스포츠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담당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는 지난 6일 "에릭 다이어와 바이에른 뮌헨 사이에서 구두 합의가 이뤄졌다! 다이어는 당장 뮌헨에 합류하고 싶어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기간은 적어도 2025년까지이며 이적료는 500만 유로(약 72억원) 이하일 것"이라며 "투헬 감독이 다이어와 이야기를 나눴다. 뮌헨은 다이어를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토트넘도 그린라이트를 켰다. 모든 것이 준비됐다. 뮌헨은 다이어 대한 최종 결정만 내리며 된다"라며 이적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글로벌 매체 '디 애슬레틱'도 지난 5일 "바이에른 뮌헨은 토트넘 수비수 에릭 다이어를 여러 센터백 옵션 중 하나로 협의 중"이라며 "그의 이적은 이번 1월에 있을 것이며, 임대가 아닌 영구적인 계약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결과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 됐다. 6개월 임대 뒤 이적 옵션으로 뮌헨에 왔기 때문이다.
이후 뮌헨은 갑작스럽게 토트넘 타깃인 루마니아 센터백 라두 드라구신(제노아)을 노리면서 다이어 영입을 철회하는가 싶었지만, 드라구신이 제의를 거절하고 토트넘 이적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뮌헨은 본래 계획대로 다이어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다이어의 수비력을 의심하는 일부 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댓글을 통해 "전혀 특별하지 않다", "지금 토트넘 감독도 다이어를 안 믿는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게 2017년이다"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의심의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다이어가 가세하면서 뮌헨은 핵심 센터백 김민재 공백 여파를 줄이고, 후반기 센터백 운영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후반 45분을 뛰었다. 다이어는 소속팀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바이에른 뮌헨 SNS
◆김민재 이탈, 다이어 영입을 부르다
올시즌 뮌헨은 경기 수에 비해 얇은 선수층으로 시작하면서 전반기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분데스리가 12년 연속 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자리에 도전 중인 뮌헨은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마테이스 더리흐트까지 1군 센터백을 3명만 데리고 2023-24시즌을 시작했다.
개막에 앞서 이적시장 때 센터백도 소화 가능한 풀백 요시프 스타니시치를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임대 보냈고, 뤼카 에르난데스(PSG)와 뱅자맹 파바르(인터 밀란) 모두 내보면서 수비 자원이 부족해졌다.
결국 뮌헨은 여름 때 센터백 자리에 김민재 한 명만 영입한 대가를 치렀다. 전반기 동안 더리히트는 오른쪽 무릎 인대가 부분 파열돼 전력에서 이탈했고, 우파메카노도 언제 근육 부상을 입을지 몰라 경기 중 교체되는 등 출전 시간을 관리 받았다. 2005년생 센터백 유망주 타레크 부흐만마저 허벅지 근육이 찢어져 수술대에 오르면서 2024년 2월까지 결장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일하게 건강한 센터백인 김민재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동료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유일한 1군 센터백인 김민재는 매 경기 선발 풀타임을 뛰어야 했고, 엉덩이 타박상으로 인해 결정한 지난해 11월 코펜하겐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 전까지 무려 15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다.
최근 더리흐트가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김민재가 오는 13일에 막을 여는 아시안컵을 위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다시 수비진에 공백이 생겼다. 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공인한 대륙별 선수권 대회이기에, 소속팀은 대표팀의 선수 차출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
한국이 만약 아시안컵에서 오는 2월 11일에 열리는 결승전까지 진출한다면 뮌헨은 리그에서 최대 5경기(호펜하임, 베르더 브레멘, 아우크스부르크,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바이엘 레버쿠젠)를 김민재 없이 치러야 한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후반 45분을 뛰었다. 다이어는 소속팀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부상 속출 우파+더리흐트, 다이어 영입 옳았네
이는 뮌헨이 최대 한 달간 우파메카노와 더리흐트 두 명의 센터백으로 후반기 초반을 버터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두 명 중 한 명이라도 부상일 입을 경우 엄청난 타격이 되기에 뮌헨은 겨울 때 새로운 수비수를 물색했고, 다이어를 최종 낙점했다.
다이어가 뮌헨으로 이적할 거라는 소식이 속속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이 이적을 확했지만 토트넘은 모든 거래가 끝날 때까지 답변을 아예 거부해 눈길을 끌었다.
뮌헨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마지막 날에 수비형 미드필더 주앙 팔리냐를 거의 영입할 뻔 했다. 팔리냐가 풀럼을 떠나 뮌헨으로 건너가 마지막 절차만 남겨두고 있었다. 당시 기자가 전한 뮌헨의 책정 이적료는 6500만유로(약 939억원)에 달했다. 계약기간은 2028년 여름까지5년이며 구단 간 합의도 완료했고 풀럼이 팔리냐의 대체자를 찾아야 거래가 성사되는 상황이었다.
풀럼은 팔리냐의 대체자로 피에르-에밀 호이비이르(토트넘 홋스퍼)를 노렸는데 호이비에르가 안지 포스테코글루 체제에서 잔류를 선택하면서 풀럼행이 틀어졌다. 그러면서 풀럼도 팔리냐 이적을 취소시켜 뮌헨이 영입하지 못했다.
심지어 팔리냐는 이적시장 데드라인을 앞두고 메디컬 테스트를 완료하고 뮌헨 유니폼을 입고 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와 같이 전했다.
팔리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풀럼으로 돌아왔지만, 일단 구단과 2028년 여름까지 재계약을 맺었고 1년 연장 옵션도 포함돼 있었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신입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25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뮌헨-우니온 베를린전에서 후반 45분을 뛰었다. 다이어는 소속팀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뮌헨 연합뉴스
팔리냐는 당시 구단을 통해 "정말 행복하다. 많은 일들이 지난 몇주 간 있었다. 내 미래에 대해 여러 소식들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제 풀럼에 집중한다. 100% 헌신해왔고 구단과 팬들을 존중했다"라고 풀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간이 흘러 다시 겨울 이적시장에 접어들자, 뮌헨은 다시 팔리냐의 상황을 지켜봤다. 여름에 합의했던 대로, 팔리냐는 뮌헨과 개인 합의는 마쳤다. 이는 구두합의였고 풀럼은 팔리냐의 이적료로 최소 6000만유로(약 867억원)를 원했다. 여름보다 단 500만유로(약 72억원) 떨어진 규모다.
뮌헨은 여름에 해리 케인을 영입하며 1억 유로(약 1445억원)에 가까운 이적료를 지출했고 겨울에도 우선 순위로 6번(수비형 미드필더) 역할보다 센터백을 우위에 두면서 팔리냐에게 이 정도 규모의 이적료를 지출하는 데 난감해 했다.
그 사이 뮌헨은 다이어를 꾸준히 노렸다. 올여름 완전이적에 성공할 경우, 팔리냐 이적료의 10%도 안 되는 다이어의 몸값은 뮌헨에 엄청난 매력임에 틀림 없다.
게다가 팔리냐는 뮌헨으 놓친 지난 6개월 사이 아스널과 바르셀로나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반면 다이어는 경쟁이 필요 없고, 케인이라는 친구가 있어 적응도 빠를 수 있다. 나이가 30살로 다소 많다는 게 흠이지만 2~3년은 계속 전성기를 누릴 수 있다.
뮌헨의 생각은 옳았다. 25일 베를린전에서 우파메카노가 다쳤지만 다이어를 데려온 터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에른 뮌헨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