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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실축' 벤투의 UAE, 이란에 1-2 패배…아시안컵 C조 2위로 16강행

기사입력 2024.01.24 07:55 / 기사수정 2024.01.24 09:09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2년 대한민국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에서 다시 한 번 관중석에 앉아 지휘봉을 잡았던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 번 더 미소를 지었다. 비록 난적 이란을 이기진 못했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202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2위로 이끌면서 토너먼트에서의 성공을 다짐하게 됐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UAE는 24일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이란에 1-2로 졌다. UAE는 3전 전승을 챙긴 이란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같은 조 팔레스타인도 1승1무1패를 기록했으나 UAE에 골득실에서 뒤져 3위가 됐다.

이날 경기에서 벤투 감독은 벤치에 앉지 못한다. 벤투 감독은 2차전 팔레스타인전에서 심판에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이에 따라 최종전에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설 수 없게 됐다.

1년 2개월 전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와 상황이 같다. 당시 대한민국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벤투 감독은 가나전에서 잉글랜드 출신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해 포르투갈전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벤투 감독이 관중석에서 본 포르투갈전은 한국의 기적적인 승리로 끝을 맺었다. 그런데 이번 이란전이 열린 경기장이 바로 그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이었다. 한국이 포르투갈보다 열세인 것처럼 UAE도 우승후보인 이란보다 열세였다. UAE가 직전 팔레스타인전에선 고전했지만 벤투 감독 취임 뒤 월드컵에 단골 출전하는 코스타리카를 잡는 등 선전한 터라 이번 이란전에서도 시선이 쏠렸다.



포르투갈전처럼 세르지우 코치가 지휘봉을 잡았다.

벤투 감독은 이란전을 앞둔 사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시아 최강이자 우리 조에서 가장 강한 팀인 상대로 전략을 준비했다. 이란은 매우 훌륭하고 경험이 많은 선수로 구성된 팀"이라며 "그 중 일부는 높은 수준의 대회에서 뛰고 있다"고 했다. 포르투갈 1부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메흐디 타레미 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벤투 감독은 이어 "오랜 시간 함께 뛰며 경기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는 팀이기도 하다. 대응하기 쉽지 않은 팀이기에 여러 면에서 좋은 경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경기 방식을 영리하게 해야 하며, 어떤 순간에는 경기를 지배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을 통해 통제하고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한다"라고 하며 붙어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란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골문을 지켰다. 사데그 모하라미, 호세인 카나니, 쇼자 칼릴자데, 에산 하지사피가 수비를 형성했다. 사에이드 에자톨라히, 사만 고도스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알리 골리자데, 메흐디 타레미, 메흐디 가에디가 2선에 위치했다. 최전방은 사르다르 아즈문이 맡았다.


UAE는 5-4-1로 맞섰다. 칼리드 에이사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하리브 압둘라, 바데르 압앨라지즈, 칼리드 알하셰미, 칼리드 이브라힘, 자예드 술탄이 백5를 구성했다. 알리 살레, 압달라 라마단, 마지드 라시드, 타흐눈 알자비가 중원을 이뤘다. 야히아 알가사니가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해 득점을 노렸다.

이란전 직전 UAE는 1승1무 승점 4로 2승을 거둔 이란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 2위 팀이 16강에 진출하고 3위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상위 3팀이 추가 진출한다. 이미 승점 4점을 확보해 이란전 결과에 따라 3위로 떨어져도 16강 진출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2위 진출이냐 3위 진출이냐가 걸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필요했다.



이란은 UAE의 도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미르 갈레노이 이란 감독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어서 기쁘지만 홍콩전에서 우리에겐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패스 정확도가 좋지 않았고, 상대에게 기회를 내줬다. 그 기회들은 우리 실수에서 나왔다"라며 "UAE전을 이기고 선두로 16강에 가고 싶다. UAE는 벤투 감독 밑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 성공하려면 모든 선수가 개인 최고 경기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일단 이란전을 수비 5명을 세우는 극단적 수비 전술로 임했다. 지난 팔레스타인전에서 주전 수비수 칼리파 알함마디가 퇴장 당해 수비 라인에 변화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전력상 우세인 이란을 상대하기 위해 수비를 한 명 더 늘리는 방법을 택한 UAE는 최대한 실점을 틀어막고 역습 한 방을 노렸다.

예상대로 이란의 공격은 매서웠다. 전반 3분 만에 하지사피의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다. 전반 9분에는 아즈문이 타레미에게 좋은 패스를 내줬으나 UAE 에이사 골키퍼가 잡아냈다.

이란은 수비에 집중하기로 한 UAE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반 18분 아즈문의 헤더가 나왔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이어진 가에디의 슈팅은 골키퍼가 잡아냈다. UAE는 쉽게 이란 진영으로 올라오지 못했고, 이란은 거의 반코트 경기를 펼치며 UAE 골문을 두들겼다.

이란에게 결정적 기회가 찾아왔다. 전반 23분 타레미가 골리자데의 패스를 살짝 방향만 바꾸는 슛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골문을 벗어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이란의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26분 타레미가 아즈문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UAE도 역습에 나섰다. 하지만 살례의 슈팅이 수비에 막혔다.

이란이 추가골이 터졌다. 전반 32분 하지사피가 올려준 크로스를 골리자데가 헤더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됐다. 추가시간 6분이 주어졌고, 이란의 1-0 리드로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전 들어 UAE가 조금씩 공격을 시도했다. 후반 1분 타레미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나오자 가에디가 잡아 직접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5분 아즈문의 슈팅도 골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반 12분 UAE 라마단이 회심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빗나갔다. UAE가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후반 13분 공격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알가사니가 이란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1차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자 재차 달려들어 슈팅했지만 골키퍼가 잡아내면서 동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란이 확실한 추가 득점으로 점수를 벌렸다. 후반 20분 타레미가 다시 한 번 아즈문의 패스를 골로 연결했다. 이후 아즈문도 UAE의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이란이 맹공을 펼쳤다. 후반 32분 타레미가 해트트릭을 노려봤으나 슈팅이 수비에 걸렸다. 이란이 세 번째 골을 넣었다. 후반 36분 교체 투입된 모헤비가 자한바크시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재차 밀어넣었다. 그러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이전 상황에서 모헤비가 반칙을 저질렀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추가시간 13분이 주어졌고 UAE의 추격골이 터졌다. 페널티킥을 실축해 고개를 숙였던 알가사니가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동점골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란이 당황하지 않고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경기를 지배했다. UAE도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팔레스타인과 홍콩의 경기가 3-0으로 끝나면서 팔레스타인과 승점 4 동률이 됐지만 알가사니의 골로 골득실에서 1골 앞서 조 2위였기 때문이다.



경기는 2-1 이란의 승리로 종료됐지만 UAE는 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마지막 골이 유종의 미가 됐다. 토너먼트에서 다시 희망을 밝힐 수 있는 득점포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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