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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게 화가 나더라"…'홈런 7개' 자존심 구긴 한유섬의 '반성'

기사입력 2024.01.22 09:45

(엑스포츠뉴스 송도, 고아라 기자) 21일 오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2024 SSG랜더스 팬 페스티벌이 열렸다. SSG 한유섬, 조형우가 새 BI가 적용된 유니폼을 소개하고 있다. 인천, 고아라 기자
(엑스포츠뉴스 송도, 고아라 기자) 21일 오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2024 SSG랜더스 팬 페스티벌이 열렸다. SSG 한유섬, 조형우가 새 BI가 적용된 유니폼을 소개하고 있다. 인천, 고아라 기자


(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SSG 랜더스가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군단'으로 거듭나기까지 많은 선수들이 함께 힘을 보탰다. '좌타거포' 한유섬도 그중 한 명이었다.

2012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 85순위로 SK(현 SSG)에 입단한 한유섬은 프로 2년 차였던 2013년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기량을 갈고 닦았고, 2017시즌을 기점으로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특히 한유섬은 2018년 136경기 486타수 138안타 타율 0.284 41홈런 1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8로 맹활약했고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는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도 연장 13회초 유희관(은퇴)으로부터 결승 솔로포를 기록하면서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2019년(12개)과 2020년(15개) 2년 연속으로 시련을 겪은 한유섬은 2021년 31개의 홈런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2년(21개)에 이어 지난해(7개)까지 홈런 수가 크게 줄었다.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한 2017년 이후 10홈런도 치지 못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2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SSG 한유섬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SSG 한유섬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4 SSG랜더스 팬 페스티벌'에 참석한 한유섬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즌도 보내면서 어떻게 보면 경험을 쌓은 것 아닌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올해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한유섬은 "(2017년부터 이어진) 두 자릿수 연속 홈런 기록이 깨진 것, 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신에게 많이 짜증나기도 했고 화도 났다. 일단 올핸 두 자릿수 홈런을 치고 싶고, 홈런보다 좀 더 욕심이 나는 건 타점이다. 타점 생산에 욕심이 많다 보니까 누상에 주자가 많을 때 잘 쳐서 많은 주자를 불러들이고 싶다"고 반성했다.

한유섬은 9월 이후 컨디션이 좋아진 것에 위안을 삼았다. 지난해 한유섬의 9월 이후 성적은 32경기 106타수 45안타 타율 0.425 3홈런 27타점. 홈런 개수가 크게 늘진 않았지만, 한유섬은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3타수 5안타 타율 0.385 2홈런 4타점으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한유섬은 "모든 선수가 꾸준하고 싶고 또 그걸 추구할 텐데, 스스로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꾸준하기보다는 임팩트가 강한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특정 경기보다는 마음을 내려놓은 게 (반등의) 계기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쫓기다 보면 마음이 급해지고 퍼포먼스가 안 나오는데 초반에 페이스가 안 좋고 2군도 내려갔다 오니까 많이 위축됐던 것 같다. 그래도 두 번째 1군 콜업 때 '편안한 마음으로 치자'고 생각하면서 잘 풀렸다"고 밝혔다.

2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1회초 2사 1루 SSG 한유섬이 우중간 안타를 날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5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1회초 2사 1루 SSG 한유섬이 우중간 안타를 날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전년도에 부진했다고 해서 올겨울 크게 변화를 준 건 없다. 한유섬은 "지난 시즌 막바지에 좋았던 타격감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도 그랬지만 변화라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뭔가를 바꾸기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살리려고 했다"며 "비시즌 동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운동을 했다. 스프링캠프 때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몸을 만들었는데,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한유섬은 "아직 피치클락에 대해 선수들과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았다. 타석에서 루틴이 긴 선수는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호흡부터 준비 과정이 필요한데 이게 급해지면 타이밍에서 지고 들어가는 거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는 한 경기 정도 경험했는데, 아무래도 콜이 바로 안 나오고 1초 정도 늦게 (판정이) 선언된 기억이 있다. 다른 선수들도 영상을 보겠지만, 볼 같은 공이 보더라인에 찍혀서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 선수들이 적응해야 하고, 또 겪어봐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수비 시프트 제한은 어쩌면 '좌타자' 한유섬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건 아니지만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수비 능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계획이다. 그동안 상대의 시프트에 공략을 당했던 좌타자들로선 올 시즌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한유섬은 "수비 시프트 활성화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사실이다. 유격수는 베이스 쪽에, 2루수는 우익수 앞에 있는 걸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안타성 타구가 너무 쉽게 잡히니까 어느 순간부터 1, 2루간으로 타구를 보내면 '잡혔구나'라고 생각한 뒤 1루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며 "(수비 시프트 제한으로) 가운데로 향하는 타구가 많아질지는 경기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6회말 1사 SSG 한유섬이 NC 이재학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3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6회말 1사 SSG 한유섬이 NC 이재학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1989년생' 한유섬은 고참 선수들과 함께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김강민(한화 이글스)과 최주환(키움 히어로즈)가 떠난 만큼 팀에 남은 야수들의 역할이 더 커졌다.

한유섬은 "후배들과 1:1로 소통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갔고 우리 선수들이 야구만 잘하면 팬분들께서 야구장에 오시지 않을까. (김)강민이 형을 굳이 언급하자면, 어떻게 보면 그 나이에 다른 팀에서 인정받고 이적한 것이다. 그런 부분을 존경한다"며 "내가 저 나이에 저렇게 다른 팀에서 부름을 받을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처음엔 많이 아쉬웠지만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것이지 않나.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올 시즌 주장은 추신수이지만, '주장 유경험자' 한유섬도 적극적으로 후배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한유섬은 "내가 (신수 형을) 도울 일은 없을 것 같다. 굳이 (도움이 되는 걸) 찾자면 난 야구만 잘하면 된다. 신수 형을 좋아하는 후배도, 어려워하는 후배도 있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잘하지 않을까. 혹시 중간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면 내가 그때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한유섬은 "모든 팬분들이 올 시즌 개막은 3월이라고 하더라. 그건 누구보다도 잘 아는데, 계속 반복해서 (개막이 3월이라는 걸) 말씀해주시더라. 좋은 말도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말 같다. 지난해 9~10월말큼만 했으면 좋겠다"며 "플로리다 캠프는 운동할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이미 목적지는 정해졌다. 잘 버텨서 (플로리다까지) 가보겠다"고 2024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인천, 고아라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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