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일본 대표팀은 26명 엔트리 중 20명의 유럽파를 뽑아 데려왔다. 그 중 11명이 소위 '5대 리그'라고 불리는 빅리그에서 뛰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 대표팀엔 11명의 유럽파 선수들이 포함돼 있고 '5대 리그' 소속 선수는 6명이다. 일본이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오직 4명의 해외파 선수들만 소집했던 점 감안하면 일본은 자국 선수를 해외로 수출하는 데에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박지성, 손흥민, 황희찬, 혼다 게이스케, 도미야스 타케히로, 구보 다케후사 등 과거와 현재 성공을 거뒀던 한·일 양국 선수들 때문에 유럽 축구계가 아시아 시장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아니다. 유럽 축구계는 여전히 아시아 시장에 관심보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자국 선수를 적극적으로 해외로 보낼 수 있게 된 것일까.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19일(한국시간) "한국, 포스테코글루, 그리고 일본은 왜 아시아 최고의 가치를 가진 시장인가"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선수 수출 발달 과정과 그 과정에서 한국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분석했다. 매체는 일본의 많은 해외 진출에 "유럽 축구단 인수를 통한 연결다리 건설"을 중점 요인으로 꼽았다.
일본 J리그 FC도쿄에서 강화부장을 지냈던 다카유키 다테이시 신트 트라위던 CEO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이승우도 뛰었던 벨기에 1부 구단 신트 트라위던은 일본 자본이 인수하면서 일본 대표급 선수들의 유럽 진출 전진기지가 되고 있어서다.
'디 애슬레틱'은 "다카유키는 (일본의 온라인 통신 판매 업체) 'DMM'의 CEO 가메야마 게이시에게 제안해 유럽 중위권 리그의 팀을 구매하는 것에 성공했다"며 "DMM은 2017년 여름 벨기에 리그의 신트 트라위던 지분 20%를 구매했고 이듬해 전부 매입했다. 구단 회장 자리는 다카유키에게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다카유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현재 아스널, 리버풀, SS 라치오에서 뛰고있는 도미야스, 엔도 와타루, 가마다 다이치를 각각 영입하며 유럽 등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다카유키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3명은 (성공을 거둬) 우리 구단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에 도움을 줬다. 자연스레 우리 구단은 일본 선수들의 집이 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신트 트라위던은 J리그에 스카우트도 두지 않고 재능을 영입하고 있다. 비결은 바로 일본축구협회 및 J리그 팀 감독과의 인맥이다. 다카유키에 따르면 현재 신트 트라위던은 J1 3팀, J2 두 팀과 긴밀한 협조 아래 선수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영입할 수 있다.
결국 일본 선수들이 벨기에 시장에 대거 유입되자 벨기에 리그 다른 팀들도 일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같은 리그의 RWD 몰렌비크 영입 담당자 톰 체임버스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새로운 시장이긴 한데 가격까지 착했다"며 "각자 50만 유로(약 7억원)에서 150만 유로(약 21억원)의 헐값이었다. 이런 거래에 나도 참가하고 싶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토트넘 홋스퍼의 감독을 맡고 있는 안지 포스테코글루도 공이 크다. 그는 과거 J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감독을 맡아 2019년 리그 우승을 이뤄냈고 이후 스코틀랜드 1부리그 셀틱에 넘어간 그는 일본 선수 6명을 영입한 뒤 두 시즌동안 총 6개의 국내대회 트로피 중 5개를 획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포스테코글루는 J리그서 미토마 가오루를 보고 일본 선수들의 등용을 결심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미토마는 갓 대학교를 졸업하고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서 뛰며 특급 선수로 평가받고 있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는 "난 미토마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그는 완전히 우리 팀을 산산조각냈다"며 "그 순간 난 '그가 대학을 갔던 안 갔던 무엇이 중요한가.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그만큼 실력이 좋은) 대학생 선수는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셀틱에 와서도 일본 선수들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는 "스코틀랜드로 간 후 난 '일본 선수 3~4명은 영입해야겠다. 그들은 성공할 자질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사람들은 나보고 너무 급진적인 판단이 아니냐고 되물었다"고 밝혔다. 물론 포스테코글루는 6명의 일본 선수로 셀틱에서의 2시즌간 리그와 대회를 휩쓸며 우승을 일궈냈다. 포스테코글루의 등장이 일본 선수들에게 문을 열어준 계기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유럽 진출에 있어 장애물이 많다. '디 애슬레틱'은 "일본이 아시아 시장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그에 이어 두번째"라면서도 "한국이 일본보다 더 큰 시장이 될 수 없는 요인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연봉, 두번째는 병역문제"라고 짚었다.
매체에 따르면 K리그1에서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연봉은 J리그의 연봉보다 평균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유럽에서 선수들을 구매하려 할 때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신트 트라위던 선수들을 싸게 데려와 벨기에 리그 경쟁팀 이목을 끌어왔던 점을 생각하면 급여는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병역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성인 남성은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 만 26세 전 필연적으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따라서 유럽의 팀도 선수로써 가장 전성기를 발휘할 수 있는 연령의 선수를 강제로 한국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신트트라위던 VV 공식 홈페이지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