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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5점대 부진→한일전서 눈도장, '1차지명 좌완' 오원석은 아쉬움 만회할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24.01.15 06:30 / 기사수정 2024.01.15 06:30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김광현의 후계자'로 불리던 투수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더니 팀의 주축 투수로 거듭났다. 매송중-야탑고를 졸업한 좌완투수 오원석(SSG 랜더스)이 그 주인공이다.

오원석은 2020년 SK(현 SSG) 1차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할 때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팀으로도, 또 리그 전체로 봐도 젊고 유망한 좌완 선발투수를 찾기 어려운 만큼 오원석에 대한 팀의 기대치가 높았다. 그만큼 그가 느끼는 책임감도 컸다.

입단 첫 해만 해도 1군에서 8경기밖에 나오지 못했던 오원석은 이듬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선발 후보'로 스프링캠프를 보낸 뒤 불펜에서 2021시즌을 맞이했지만, 4월 22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기점으로 선발진에 합류했다. 당시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었는데, 오원석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SSG로선 조금이나마 선발진 고민을 덜 수 있었다.

사실상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오원석은 2021년 33경기 110이닝 7승 6패 2홀드 평균자책점 5.89의 성적을 남겼다. 정규시즌 막바지에는 선발보다 불펜으로 등판한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는 보직에 관계없이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오원석은 선발투수로 2022시즌을 시작했고, 전반기 내내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7월 말 이후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에 힘을 보탰다.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31경기 144이닝 6승 8패 평균자책점 4.50.

가을야구에서도 오원석의 존재감이 빛났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한 오원석은 3차전에서 선발 등판, 5⅔이닝 5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데뷔 첫 가을야구 등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덕에 팀은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과 2022년은 '경험'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023년은 오원석이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시기였다. 오원석은 이전 두 시즌과 달리 선발과 불펜을 오가지 않고 선발로만 한 시즌을 뛰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28경기 144⅔이닝 8승 10패 평균자책점 5.23으로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평균자책점이 높은 것도 문제였지만, 선발로 등판할 때 팀에 안정감을 주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닝은 전년도와 비슷했는데, 볼넷 개수는 58개에서 69개로 증가했다. 탈삼진 개수는 112개에서 88개로 하락했다.

오원석의 부진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반등을 기다렸던 SSG는 고민을 안고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했다. 게다가 1차전 로에니스 엘리아스, 2차전 김광현을 내세우고도 2연패를 당하면서 계획이 완전히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받은 오원석은 팀을 구하기 위해 3차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1⅓이닝 5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5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SSG는 부랴부랴 노경은, 커크 맥카티 등을 투입하며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으나 이미 흐름은 NC 쪽으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결국 오원석과 SSG의 2023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오원석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으로 향했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과 불펜 경험을 모두 갖춘 오원석의 활용도에 기대를 걸었다. 소집훈련 당시 상무와의 연습경기에 출전한 오원석은 대표팀 타자들을 상대로 2이닝 무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성공적으로 점검을 마쳤다.

대회 기간을 통틀어 오원석이 마운드에 오른 건 딱 한 차례뿐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중요했다. 오원석은 11월 17일 일본과의 예선 2차전에서 선발 이의리(KIA 타이거즈)에 이어 7회말 두 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해당 경기를 중계했던 일본 방송사는 '일본킬러(김광현)의 애제자'라는 표현으로 오원석을 설명했다.

이튿날 대만과의 예선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오원석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야구의 성지'인 도쿄돔에서 등판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고,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이기에 (등판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며 "(가을야구와는) 긴장감이 비슷하면서도 국가를 대표해 나온 만큼 그 느낌이 달랐던 것 같다"고 전날 경기를 복기했다.

소속팀에서는 선발 등판한 경기가 대부분이었다면, 대표팀에서는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나선 오원석이다. 그래도 보직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오원석은 "불펜투수들은 항상 그런 걸 안고 가는 것이고, 경기를 보다 보면 언제쯤 내가 나갈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하면 된다. (그렇게 준비한 뒤) 등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준비가 안 된 것보다는 그게 낫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프로 입단 이후 첫 국제대회에서, 그것도 한일전에서 무실점 투구를 펼친 것만으로도 오원석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다. 더그아웃에서 오원석의 투구를 지켜봤던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한국의 투수들이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상당히 어려웠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첫 국제대회를 무사히 마친 오원석은 2023년보다 더 나은 모습을 꿈꾼다. 이미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3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한 오원석은 현재 김광현, 백승건, 신헌민, 이기순, 이로운과 함께 '미니 캠프'를 소화 중이다. 항공료는 선수들이 각자 부담하고, 숙박이나 식비 등은 모두 김광현의 몫이다. 김광현을 따라서 일본행 비행기에 탑승한 5명 모두 자발적으로 캠프에 참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오원석도, SSG도 간절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오원석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외국인 투수 로버트 더거와 엘리아스, 김광현까지 3선발을 어느 정도 갖춘 SSG는 4~5선발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어깨가 무거운 오원석이 지난해의 아쉬움을 씻어내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SSG 랜더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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