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해를 넘긴 뒤에도 행선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올 시즌에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매체 '블리처리포트'는 13일(한국시간) '이마나가 쇼타, 마커스 스트로먼의 계약에 따른 선발 FA 시장 재설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팀별로 선발투수가 필요하거나 시장에 나설 수 있는 팀, 또 선발 로테이션을 갖춘 팀 등 30개 팀과 시장에 나온 FA 투수들의 상황을 정리했다.
블리처리포트는 선발투수가 꼭 필요한 팀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 미네소타 트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까지 총 네 팀을 지목했다. 또한 선발투수 시장에 나설 수 있는 팀으로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LA 에인절스, LA 다저스, 밀워키 브루어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텍사스 레인저스와 함께 토론토가 포함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콜로라도 로키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탬파베이 레이스, 워싱턴 내셔널스는 스프링 트레이닝에 대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선발투수를 찾을 수 있는 팀으로 거론됐다.
매체는 "에인절스, 애리조나, 다저스, 필라델피아는 모두 유망하고 젊은 선발투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투수들은 5선발을 차지하고 있다"며 "토론토의 경우 현재 로테이션에서 알렉 마노아의 반등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마이크 클레빈저, 클레이튼 커쇼, 마이클 로렌젠, 제임스 팩스턴에 이어 류현진의 이름은 7번째로 언급됐다. 블리처리포트는 "2019년 말 류현진의 4년 총액 8000만 달러 계약 이후 더 많은 금액을 받은 투수는 게릿 콜(9년 총액 3억 2400만 달러), 스티븐 스트라스버그(7년 총액 2억 4500만 달러), 잭 휠러(5년 총액 1억 1800만 달러), 매디슨 범가너(5년 총액 8500만 달러)"라고 소개했다.
이어 "류현진은 2020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를 차지했으며, 2021년에는 31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으나 부상 이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회복 기간이 길어졌다. 마지막 2년 동안 79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또 매체는 "36세의 류현진은 지난 시즌 복귀와 함께 충분히 좋은 투구를 보여줬던 만큼 아직 어느 팀과도 1년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소 놀랍다. 중간급 선발투수들이 계약을 맺은 걸 보면 더 그렇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토론토와 1년 800만 달러(약 105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6~2012년 KBO리그를 평정한 류현진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중 하나인 LA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
류현진은 2013년 30경기 192이닝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빠르게 빅리그에 적응했고, 빅리그 2년 차인 2014년 26경기 152이닝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성공했다.
물론 2015년과 2016년 수술로 공백기를 가졌지만, 2017년 25경기 126⅔이닝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2019년에는 29경기 182⅔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2014년 이후 5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으며 빅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됐다. 그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많은 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류현진은 2019년 말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익숙했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떠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새롭게 도전에 나서게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렇게 류현진과 토론토의 동행이 시작된 가운데, 첫 시즌부터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일정이 단축됐고, 토론토는 로저스센터가 아닌 임시 홈구장에서 시즌을 소화해야 했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던 류현진으로선 생각하지도 못했던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류현진은 12경기 67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경기 외적인 변수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적 후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21년에는 31경기 169이닝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로 두 시즌 만에 10승 투수가 됐다. 시즌 중에는 이적 후 처음으로 로저스센터 마운드에 오르며 홈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류현진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온 건 2022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6월 2일이다. 이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경기 이후 팔꿈치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IL)에 등재됐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의 특성상 복귀까지 최소 1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회복세에 따라서 복귀 시점이 빨라지기도 하고 늦춰지기도 하지만, 2023시즌 개막전에 맞춰 돌아오는 건 불가능했다. 더구나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감안할 때 수술을 받은 류현진이 성공적으로 복귀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복귀를 향한 의지는 확고했고, 류현진은 2023년 7월을 목표로 잡고 본격적인 재활에 돌입했다.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고, 체중 관리를 위해 야식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 현지 언론은 몸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류현진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5월 불펜 피칭, 6월 라이브 피칭, 7월 재활 등판으로 복귀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첫 등판을 소화했다. 수술 전 마지막 경기였던 2022년 6월 2일 화이트삭스전 이후 정확히 1년 2개월 만이었다.
여전히 노련한 투구를 선보인 류현진은 8월 한 달간 5경기 24이닝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만 9월 들어 다소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고, 결국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ALWC)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다. 류현진의 2023시즌 최종 성적은 11경기 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
그렇게 류현진은 '자유의 몸'이 됐고, 토론토와의 4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빅리그 잔류를 원했던 그는 FA 시장에 나와 다른 팀들의 평가를 기다렸다. 물론 '친정팀' 한화 이글스 복귀도 선택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11월에도, 12월에도 류현진의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소문만 무성했을 뿐이었다. 피츠버그를 비롯해 샌디에이고,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등이 류현진의 영입 후보로 꼽혔으나 아직 류현진과 계약을 맺은 팀은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류현진이 토론토에 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관측됐다.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된 건 그만큼 현재 토론토의 선발진이 썩 좋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해 토론토의 팀 선발 평균자책점과 이닝은 각각 3.85(전체 3위), 894⅔이닝(전체 5위)으로 준수한 편이었다.
크리스 배싯이 팀 내 최다인 200이닝을 던졌고, 호세 베리오스(189⅔이닝)와 케빈 가우스먼(185이닝), 기쿠치 유세이(167⅔이닝)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배싯과 가우스먼 정도를 제외하면 시즌 내내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준 선발투수가 없었고, 늘 토론토는 4~5선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시즌을 보내야 했다. 지난 시즌 전반기 내내 토론토가 류현진을 오매불망 기다린 이유이기도 하다.
토론토는 지난달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 영입전에 뛰어든 팀이었지만, 다저스에 밀리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에도 이렇다 할 외부 영입 없이 기존 전력을 유지했다. 스넬이나 몽고메리와 같은 '톱 티어' 투수들도 존재하지만, 안전한 옵션을 택할 수도 있는 토론토다.
더구나 류현진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대한 적응을 마친 점, 구단이 계약에 있어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류현진의 토론토 잔류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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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