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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반대 속' 염기훈 감독 선임…수원 삼성 승부수 적중할까

기사입력 2024.01.09 22:15 / 기사수정 2024.01.09 22:15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사상 처음으로 2부 강등 굴욕을 겪은 수원 삼성이 한 달간 장고 끝에 예상대로 염기훈 감독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을 선택했다.

염 감독은 비록 지난 시즌 수원 강등을 막진 못했으나 조기 강등이라는 대참사는 막아내고 마지막까지 생존 싸움을 끌고 가면서 K리그1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염 감독이 강등 현장에 서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보니 시즌 직후 그의 감독 승격을 놓고 팬들이 적지 않게 반대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는 염 감독 지도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수원이 다음 시즌 바로 1부 승격을 일궈내기 위해선 외부의 역량 있는 인사가 와서 객관적으로 선수단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염 감독의 대행 시절 퍼포먼스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견해를 제기한다. 올해 수원 입단 15년차로, 누구보다 수원의 강등을 슬퍼하고 실제 강등 현장에서 눈물을 흘린 이라는 점에서 염 감독의 진정성을 믿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수원 구단은 9일 "염기훈을 제9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초 수원이 2부 강등 아픔을 겪은 뒤 어떤 지도자가 난파선을 맡을지 궁금해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염 감독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1순위 후보로 꼽힌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 이를 주장하는 보도도 나왔다. 9일 정식 선임으로 그의 사령탑 취임이 확인됐다.

수원 구단은 "신임 감독의 조건으로 패배감 극복과 새로운 목표 제시 및 수행, 혼선없는 선수단 개혁 추진, 주요 핵심선수들의 이탈 방지, 구단의 장기적 발전 계획 수행 등을 정했다"며 "복수의 감독 후보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염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고 알렸다.



수원 측은 아울러 "선수단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염 감독이 당면 문제 해결과 팀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선임의 전권을 갖고 새로운 사단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선수단 재구성 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염 감독의 계약기간은 오는 2025년까지 2년이다.

수원은 과거 제주와 성남 감독을 역임했고 지난해 4월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지냈던 박경훈 단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는데, 박 단장 역시 염 감독의 승격에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 측은 "박 단장이 창단 후 최대 위기 상황을 조속히 타개하고 선수단을 응집시켜 다시금 K리그1으로 복귀시킬 적임자로 염 감독을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전북과 울산을 거쳐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수원에 입단했다. 입단 직전 부상을 당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수원은 그대로 염 감독을 받아들여 전력 개편의 축으로 삼았다.

염 감독은 이후 중동 진출 등의 유혹을 뿌리치고 수원의 '리빙 레전드'가 됐다. 소속 최다출전(416경기), 최다득점(71골), 최다도움(121개)을 비롯해 수원 최다 주장 역임(7시즌) 및 최초 4년 연속 주장(2014~2017) 등 수원 레전드로 다양한 기록을 보유했다.

단순이 축구 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따르고, 구단 안팎에서의 인성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염 감독은 지난해 플레잉코치 보직을 받아 지도자로서의 첫 걸음에 들어섰다. 이어 이병근 감독, 김병수 감독이 각각 4월과 9월 연이어 경질되는 수난 속에서 K리그1 7경기를 남겨놓고 전격적으로 감독대행이 됐다. "초보 지도자에게 구단의 명운을 맡기는 게 말이 되느냐", "수원의 레전드를 이런 식으로 잃고 싶지 않다"는 비판이 흘러나왔지만 염 감독은 생각보다 꽤 좋은 리더십과 전술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일단 염 감독은 7경기에서 3승 2무 2패를 기록, 선수단이 위축되고 무너져가던 시기 난파선을 홀로 지탱하는 선장과 같은 상황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꽤 훌륭한 결과였던 셈이다.

게다가 몇몇 경기에선 초보답지 않은 전술가 면모도 드러냈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해 36라운드 수원FC와의 원정 경기였다. 수원은 수원FC와의 더비 매치에서 패하면 2경기를 남겨놓고 일찌감치 강등당하는 망신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지난해 여름부터 활약했던 일본인 선수 카즈키가 전반 초반 예상밖 다이렉트 퇴장을 당해, 팬들이 수원의 운명이 여기서 다하는가 싶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실제 수원은 홈팀 수비수 우고 고메스에에게 전반 31분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염 감독의 용병술은 이때부터 번뜩였다.



한 명 적은 상황에서도 마치 지난해 11월7일 첼시를 상대로 수적 열세에 몰린 토트넘이 라인을 끌어올리고 오히려 더 공세로 나서듯이 공격수를 계속 유지하며 수비가 취약한 수원FC 뒷공간을 계속 노린 것이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골키퍼 펀칭에 이어 수비수 맞고 흐른 볼을 아코스티가 골 지역 왼쪽에서 넘어지면서 오른발로 밀어 넣어 전반을 1-1로 마쳤다. 이후에도 역습으로 홈팀을 위협한 수원은 후반 8분 안병준이 아크 왼쪽 오른발 중거리포를 터트려 뒤집기에 성공했다.

후반 15분 수원FC 장신 공격수 김현에 헤더로 동점골을 내줘 2-2가 됐으나 '소년 가장'으로 불리는 조커 김주찬이 후반 33분 상대 박스 앞 공중볼 혼전 상황에서 수비 뒷공간 침투에 성공했고 뮬리치의 로빙 패스를 오른발 바깥발로 밀어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김주찬은 득점 직후 수원 서포터 앞으로 달려가며 포효했다.

지난해 K리그1에서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였다. 뒤숭숭하던 선수단이 그나마 염 감독을 중심으로 뭉쳐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염 감독은 이어 벌어진 37라운드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도 상대가 한 수 위 전력이라는 평가 속에 적지에서 바사니의 묵직한 '한 방'이 터져 1-0으로 이기고 강등 싸움을 최종전까지 끌고 갔다.

물론 최종라운드 강원과의 홈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겨 생존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염 감독의 리더십과 계속 업그레이드된 전술 능력이 아니었다면 마지막 승부 전에 이미 강등이 확정됐을 가능성도 제외할 수 없다.



하지만 강등이라는 결과물을 받아든 채 시즌을 마무리한 직후 수원 서포터들은 염 감독 정식 사령탑 승격 움직임에 반대를 표명했다.

성명서를 통해 "수원의 제9대 감독으로 염기훈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를 표한다"며 "첫째, 프로에서 정식 감독으로 지휘 경험이 없는 감독은 승격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둘째, 재창단의 각오로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본인들의 말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셋째, 그간 구단의 행태로 미루어 보아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할지 또한 의문"이라고 밝힌 것이다.

염 감독의 능력이나 됨됨이는 인정하지만 정식 감독 경험이 없고, 게다가 수원의 녹을 15년째 먹고 있는 염 감독이 변화와 개혁을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그러나 수원은 침묵 속에 태국 전지훈련을 며칠 앞둔 8일 수원 구단과 전혀 인연이 없는 축구인 박 단장을 선임했고, 이어 박 단장 승인 아래 팬들이 반대한 염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박 단장은 경험이 많다. 2007년엔 국내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을 맡아 도전했다가 조별리그 탈락, 안방에서 토너먼트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제주를 맡은 뒤 재기에 성공, 2010년엔 K리그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엔 성남 지휘봉을 잡아 2부리그 감독도 해봤고, 지난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에서 내려온 뒤엔 역시 2부에 있는 부산 아이파크에서 일하며 2부리그 겉과 속을 어느 정도 파악한 인사다.



이에 더해 염 감독은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7경기를 하면서 선수나 주장이 아닌 지도자로 수원을 파악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수원에 맞는 전술이나 젊은 패기를 바탕으로 현대 축구의 트렌트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결국 박 단장이 오고 염 감독이 정식 지휘봉을 잡으면서 수원은 특히 시즌 초반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아, 1부 승격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일부 지도자들이 "수원에 가고 싶었다"는 의견까지 공개적으로 낸 터라 박경훈-염기훈 체제는 더욱 냉정한 팬들의 시선 속에 구단의 사상 첫 2부리그 시즌을 열어젖히게 된 셈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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