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매체 '코코카라 넥스트'가 삼성 라이온즈의 토종 에이스 원태인의 일본 프로야구 진출 희망 발언에 주목했다. 자국 야구 대표팀을 부르는 애칭 '사무라이 재팬'이 라이벌 국가의 선수에게 영향을 줬다는 자평도 내놨다.
'코코카라 넥스트'는 4일 "한국 대표팀 우완 투수가 일본프로야구(NPB)에 대한 동경을 드러냈다"며 "일본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과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의 역동성은 국내외 많은 선수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보도했다.
원태인은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좋지만 일본 야구에 대한 생각이 좋은 쪽으로 많이 있다"고 말하면서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한 팀 선배 오승환에게 NPB에 대한 질문을 종종한다고 밝혔다.
원태인이 일본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계기는 지난해 3월 WBC 출전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은 WBC 본선 1라운드 B조에 편성돼 일본 도쿄돔에서 조별리그 4경기를 치렀다. 원태인은 이 기간 일본 야구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호주와의 WBC B조 첫 경기에서 7-8로 패하는 수모 속에 2013, 2017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라이벌 일본에는 4-13으로 무릎을 꿇는 참패까지 겪었다.
하지만 원태인은 값진 경험을 쌓은 것은 물론 한국 투수들 사이에서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이 치른 조별리그 4경기 중 호주, 일본, 중국전 3경기에 등판했다. 4⅓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4실점(3자책) 평균자책점 6.23으로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게임 내용을 뜯어보면 엄청난 투혼을 발휘했다.
한국의 2023 WBC 첫 경기였던 3월 9일 호주전에서 1⅓이닝 1탈삼진 볼넷 무실점, 3월 10일 일본전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제 몫을 해줬다.
한국은 투수진의 집단 컨디션 난조로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던 중국과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설 자원이 없었다. 원태인은 일본전을 마친 뒤 이틀 휴식 후 중국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고전했다.
원태인은 이후 지난해 10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게 멋지게 설욕했다.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의 완벽투로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한국은 원태인의 호투를 앞세워 금메달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코코카라 넥스트'는 "원태인은 KBO리그에서 실력파 우완 선발투수다. 2023 시즌에는 26경기에서 17번의 퀄리티 스타트와 평균자책점 3.24의 성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원태인은 WBC에서 일본과의 경기에도 등판했다. 선수들을 소개할 때부터 경기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하면서 일본 야구계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며 "도쿄돔의 만원 관중 앞에서 던지는 것이 정말 즐거웠고 이제 프리미어12에서 투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원태이는 2019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 라이온즈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뒤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 데뷔 시즌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26경기 4승 8패 2홀드 펴균자책점 4.89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21 시즌에는 26경기 14승 7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 리그에서 손꼽히는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2022 시즌에도 27경기 10승 8패 평균자책점 3.92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성공했다.
2023 시즌의 경우 타선 지원을 받지 못했음에도 26경기 7승 7패 평균자책점 3.24로 활약했다. WBC와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강행군 속에서도 삼성 마운드를 확실하게 지탱해줬다.
원태인은 이제 국가대표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원태인은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시작으로 지난해 WBC와 아시안게임까지 출전했다. 올해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까지 참가하면 메이저 국제 대회를 모두 경험하게 된다.
'코코카라 넥스트'는 "원태인은 한국에서 탄탄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 이유만으로도 일본 야구에 도전하는 것도 재미있다. 끊임없는 탐구심을 품은 24세의 선수의 꿈은 실현될까"라고 덧붙였다.
원태인은 2019 시즌 데뷔한 이후 매년 FA(자유계약) 등록일수를 꾸준히 채워왔다. 5년 연속 145일 이상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2024, 2025 시즌에도 FA 등록일수를 채울 경우 포스팅을 통해 해외 진출에 도전할 수 있다.
원태인의 FA 자격 획득은 2026 시즌 종료 후 취득 가능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아 커리어 공백기가 없는 것도 강점이다.
최근 KBO리그에서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사례는 공교롭게도 KBO리그 역사사 최고의 투수이자 원태인의 팀 선배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2013년 삼성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은 뒤 한신 타이거스와 2년 계약을 맺고 NPB에 도전했다.
한국 야구가 자랑하는 '돌부처'는 일본에서도 성공 신화를 썼다. 오승환은 2014 시즌 64경기 2승 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으로 세이브왕에 올랐다. 2015 시즌에도 63경기 2승 3패 41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으로 2년 연속 구원왕 타이틀을 따내며 역대 NPB에서 뛰었던 한국 선수 중 손꼽히는 성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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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