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가 외야수 최형우와 역대 최고령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KIA는 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최형우와 계약 기간 1+1년 총액 22억원에 다년계약을 맺었다. 세부 계약 내용은 연봉 20억원, 옵션 2억원으로 2025년도 계약은 2024년 옵션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연장된다.
프로 데뷔 이후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활약했던 최형우는 2017시즌을 앞두고 KIA와 4년 총액 100억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FA 100억 시대'를 열었고, 2021시즌 전에는 3년 총액 47억원에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했다.
▲우승 주역 최형우, 7년간 그가 걸어온 길
2002 2차 6라운드 48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지만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고, 결국 2005시즌을 끝으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경찰청 지원 및 합격으로 군 문제를 해결한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2006~2007년 맹활약하며 도약을 꿈꿨다.
2008시즌을 앞두고 다시 삼성의 부름을 받은 최형우는 마침내 잠재력을 터트렸다. 2008년부터 매 시즌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생산하더니 2011년에는 데뷔 첫 30홈런 고지를 밟았고, 팀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삼성은 2014년까지 4년 동안 단 한 번도 챔피언의 자리를 뺏긴 적이 없을 정도로 2010년대 초반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손꼽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준 최형우의 활약이 존재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30홈런으로 장타력을 과시한 최형우는 2016시즌을 끝으로 생애 첫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 고심 끝에 원소속구단 잔류가 아닌 이적을 택했다. 최형우의 행선지는 KIA였다. 세부 계약 내용은 기간 4년, 계약금 40억원, 연봉 15억원이었다.
당시 KIA 외야진에는 김주찬, 김호령, 노수광 등 자원이 충분했지만 공격력 강화를 원했다. 외야 수비가 가능한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와의 계약을 앞두고 있던 KIA로선 5강 그 이상까지도 바라봤다.
KIA가 최형우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안겼다는 평가도 존재했지만, 최형우는 한 시즌 만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2017년 142경기 514타수 176안타 타율 0.342 26홈런 12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26을 기록, 2년 연속으로 1이 넘는 OPS를 나타냈다. 그해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17타수 4안타 타율 0.235 1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KIA가 기대했던 '우승청부사' 역할을 해낸 셈이다.
최형우는 2018년 143경기 528타수 179안타 타율 0.339 25홈런 103타점 OPS 0.963으로 상승곡선을 그려나갔고, 2019년과 2020년에도 꾸준히 3할 이상의 타율로 팀의 핵심 타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두 시즌 부진에도 다시 딛고 일어섰다, 美도 주목했던 최형우의 활약
최형우가 늘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두 번째 FA 계약 이후 다소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2021년 104경기 373타수 87안타 타율 0.233 12홈런 55타점 OPS 0.729로 아쉬움을 삼킨 데 이어 이듬해 132경기 454타수 120안타 타율 0.264 14홈런 71타점 OPS 0.78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형우는 주저앉지 않았다. 지난해 121경기 431타수 130안타 타율 0.302 17홈런 81타점 OPS 0.887로 반등에 성공했다. 전성기와 비교하면 수치가 낮은 게 사실이었지만, 최형우는 팀의 '기둥'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특히 최형우는 지난해 6월 20일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KBO리그 최초로 1500타점 고지를 밟으면서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1498타점)을 제치고 KBO리그 통산 타점 1위에 올라섰다.
베테랑의 활약에 미국도 주목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해 11월 '한때 KBO리그 팀에서 방출됐던 선수가 최다 타점 신기록을 작성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형우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최형우의 여정을 자세히 소개한 매체는 "최형우가 25홈런 이상을 기록한 건 8시즌,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건 7시즌"이라며 2011년과 2013~2014년, 2016~2017년 KBO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최형우가 삼성에서 방출된 이후 자신의 SNS에 "사람들이 나를 놀릴지 모르지만 나를 배신한 모든 일들에 복수하기 위해 돌아올 것이다. 언젠가는 이곳(프로야구)을 파괴하기 위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이 글을 언급한 MLB닷컴은 "보통 이런 종류의 게시물은 희망사항으로 여겨진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글을 일종의 오글거리는 감정 과잉 공유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형우는 이것을 야구장에서 실현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재기상'을 차지한 최형우는 "3년 전 시상식에 온 뒤로 이런 자리에 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운을 뗀 뒤 "우리 팀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한 해였는데, 아쉽기만 한 건 아니었다. 상위팀과의 차이가 크지 않아 한편으로는 희망도 봤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서 내년에는 좀 더 높은 곳에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최형우는"후배들이 다치면서 팀으로선 전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엄청 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들 개인적으로 겪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치는 사람이 나오면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면 자극이 될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얘기했다"며 "내년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내가 기대된다는) 얘길 드리는 것 같다"며 "솔직히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몸이 되는 한, 팀이 원하는 한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은 그는 "(삼성에서) 방출됐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고, 또 나같은 선수들이 엄청 많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면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초심 잃지 않을 것"..."항상 모범이 됐던 선수"
이제 최형우와 KIA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2024시즌을 준비한다. 지난해 정규시즌을 6위로 마감하면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만큼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최형우는 구단을 통해 "KIA에서 다년 계약이라는 좋은 조건을 먼저 제시해줘서 감사하다"며 "가을야구의 함성을 광주에서 들을 수 있도록 팀 동료들과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선수 생활을 하는 마지막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았던 선수로 타이거즈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재학 KIA 단장은 "최형우는 뛰어난 성적은 물론이고, 클럽하우스 리더로서 동료 선수들에게 항상 모범이 됐기에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동료 선수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KIA는 3일 FA 김선빈과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6억원, 연봉 18억원, 옵션 6억원 등 총액 30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뒤 최형우와의 계약도 마무리하면서 큰 과제를 두 개나 해결했다. 이제 남은 건 외국인 투수 계약이다. 마리오 산체스, 토마스 파노니를 모두 떠나보낸 KIA는 외국인 투수 두 자리를 모두 새로운 얼굴로 채워야 한다.
신규 외국인 투수 영입이 임박한 건 사실이다. 적어도 한 명은 조만간 계약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게 심재학 단장의 설명이다. 심 단장은 4일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면 다음주 쯤 최소한 1명은 계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신중을 기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좀 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