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LG 트윈스의 'V3'에 힘을 보탠 투수 임찬규가 구단과 FA 계약을 체결하고 '원클럽맨'으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LG 구단은 20일 내부 FA 임찬규와 계약기간 4년, 계약금 6억 원, 연봉 20억 원, 인센티브 24억 원 등 총액 5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임찬규는 2011년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에 입단했다. 루키 시즌부터 불펜 핵심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면서 순조롭게 프로 무대에 안착했다.
임찬규는 2012 시즌부터 생각보다 긴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16 시즌에는 15경기 3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1로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임찬규는 2017 시즌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LG 마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특히 투수진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동료들로부터 신망을 얻었다. 2023년까지 11시즌 동안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통산 298경기, 65승 72패 8세이브 5홀드 1075⅔이닝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임찬규는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당초 불펜에서 롱릴리프 보직을 부여받고 정규리그를 시작했지만 팀 내 젊은 투수들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부진을 거듭하자 3선발로 위치가 격상됐다.
LG는 전반기 코칭스태프가 선발투수로 기회를 부여했던 유망주들이 나란히 부진에 빠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우완 이민호가 5경기 19⅔이닝 2패 평균자책점 5.03, 좌완 김윤식이 11경기 49⅓이닝 3승 4패 평균자책점 5.29, 우완 강효종 5경기 16⅔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5.40 등 하나같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이때 LG를 구원한 건 임찬규였다. 임찬규는 전반기 17경기(13선발) 79이닝 6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9의 깜짝 활약을 펼쳤다. 토종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시즌 초반 LG 마운드의 붕괴를 막아냈다.
후반기 성적도 준수했다. 13경기에 선발등판해 8승 1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꾸준한 피칭을 선보였다. 최종 성적은 30경기 144⅔이닝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임찬규는 29년 만에 대권 도전을 꿈꿨던 LG의 퍼즐 한 조각을 맞춰졌다. 자칫 무너질 수 있었던 LG 마운드에서 기둥 역할을 해냈다. 리그 전체를 놓고 볼 때도 국내 투수 중 최다승, 전체 3위에 오르는 등 2023년 가장 눈에 띄는 피칭을 보여줬다.
계약을 마친 임찬규는 구단을 통해 "엘린이(LG 어린이팬) 출신으로서 자랑스러운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계속 입을 수 있어서 기쁘다"며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LG 트윈스 선수로 남고 싶었는데 좋은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 덕분에 이번 시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우리 팬들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팬들이 항상 웃을 수 있도록 내년, 내후년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찬규는 당초 지난해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지만 성적이 좋지 못했다. 23경기 103⅔이닝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에 그치면서 FA 재수를 선택하고 겨우내 이를 악물었다.
결과적으로 임찬규의 FA 재수는 임찬규 개인과 LG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임찬규는 우승 반지와 FA 대박을 모두 얻어내면서 평생 잊지 못할 한해를 보내게 됐다.
LG 구단도 FA 협상 과정에서 선수와 타협점을 어렵지 않게 찾았다. 총액은 50억 원이지만 보장금액은 26억 원이다. 나머지 24억 원은 인센티브로 설정하는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임찬규가 LG 입단 후 꾸준히 1군에서 비중 있는 활약을 해준 건 사실이지만 선발투수로 규정 이닝 이상을 소화한 건 2018, 2020, 2023 시즌 세 번뿐이었다. 임찬규에게 낮지 않은 보장 금액을 제시하고 충분한 인센티브까지 포함시키면서 임찬규의 마음을 잡았다.
LG 구단은 "임찬규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꼭 필요한 선수이다. 긍정적인 영향으로 팀의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며 팀이 통합우승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며 "특히 이번 시즌은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본인 성적 뿐 아니라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LG 선수들도 임찬규의 잔류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박동원은 한 시상식에서 "임찬규가 (LG에) 없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도망갈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다른 팀으로) 도망가면 이제 우리 강타선 LG한테 많이 혼날 것 같다. 안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우리 선수들이 다 혼내 줄 것 같다. 임찬규 평균자책점이 많이 올라갈 것 같다"는 농담을 던지며 임찬규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LG 캡틴 오지환 역시 최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마친 뒤 "임찬규가 기록이 말해주듯이 정말 팀에 필요한 선수다. 구단에서 임찬규에게 돈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고 후배에게 힘을 실어줬다. 오지환의 바람처럼 임찬규는 대박 계약과 함께 트윈스와의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LG는 올 시즌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의 오랜 숙원이었던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과 29년 만에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오프 시즌에는 내부 FA 투수 임찬규와 함덕주, 내야수 김민성 등 우승 공신들을 잔류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었다. 차명석 LG 단장은 세 선수 모두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전력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명석 단장은 앞서 지난 20일 LG 트윈스 유튜브 라이브 '엘튜브는 소통을 하고 싶어서' 프로그램을 통해 29년 만의 통합우승 이후 첫 라이브이자 2023년 마지막 라이브를 진행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비하인드를 비롯해 우승 과정부터 앞으로의 선수 육성 및 보강 등의 스토브리그 계획도 내놨다.
차명석 단장은 FA 협상에 대해서도 "크리스마스 이전에 계약을 끝내 LG 팬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은데, 3명 다 크리스마스 안에 끝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거의 합의를 본 선수가 있어서 조만간 내용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거의 끝까지 왔기 때문에 한 선수는 됐다고 본다"며 내부 FA 선수 중 계약 발표가 임박한 선수가 있음을 시사했다.
차명석 단장의 공언대로 하루 만에 임찬규가 FA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스토브리그 과제 중 하나를 해결한 가운데 향후 김민성, 함덕주와의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차명석 단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나머지 두 선수는 계속 만나고 있다. 합의점을 줄여가고 있다. 기조는 3명 다 잡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노력을 많이 하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LG는 올해 팀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으로 107억 9750만 원을 지출했다. 샐러리캡 상한액(114억 2638만 원) 대비 여유 금액은 6억 2888만 원이 남았다.
다만 올해 우승 주역 선수들 중 FA 혹은 장기계약자가 아닌 경우 큰 폭의 연봉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함덕주, 김민성 등 내부 FA 선수들의 계약이 완료되면 샐러리캡 초과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캡을 초과해 계약하는 경우,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2회 연속하여 초과 시는 초과분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하는 것은 물론 다음 연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3회 연속하여 초과 시에는 초과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내고 다음 연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LG는 일단 2024 시즌에는 샐러리캡 초과로 인한 제재금을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승 전력 보전을 위해 확실하게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임찬규 프로 통산 성적
- 2011 시즌: 65경기(2선발) 82⅔이닝 9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46
- 2012 시즌: 18경기(7선발) 55⅔이닝 1승 5패 1홀드 평균자책점 4.53
- 2013 시즌: 17경기(4선발) 44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4.70
- 2014~2015 시즌 경찰청 군복무
- 2016 시즌: 15경기(10선발) 47이닝 3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1
- 2017시즌: 27경기(26선발) 124⅓이닝 6승 10패 평균자책점 4.63
- 2018 시즌: 29경기(27선발) 146⅔이닝 11승 11패 1세이브 평균자채점 5.77
- 2019 시즌: 30경기(13선발) 88⅔이닝 2승 5패 2홀드 평균자책점 4.97
- 2020 시즌: 27경기(26선발) 147⅔이닝 10승 9패 평균자책점 4.08
- 2021 시즌: 17경기 선발등판 90⅔이닝 1승 8패 평균자책점 3.87
- 2022 시즌: 23경기 선발등판 103⅔이닝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
- 2023 시즌: 31경기(26선발) 144⅔이닝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
사진=LG 트윈스/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