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주인공 김한민 감독이 후회없는 마무리를 고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김윤석 분)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영화다.
김한민 감독은 '노량'을 통해 이순신의 마지막을 그리며 10년을 쏟았던 이순신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2014년에 개봉한 '명량'과 2022년 개봉했던 '한산: 용의 출현'은 각각 누적관객 1761만 명, 726만 명을 기록하며 이순신 장군과 쾌거를 이뤄낸 김 감독은 두 영화의 노하우를 '노량: 죽음의 바다'에 모두 쏟아부었다.
김 감독은 유종의 미를 잘 거둬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량' 연출에 임했다. 잘된 영화의 후속편으로서의 역할만 하게 된다면 찍지도 않았을 거라는 그의 자신감이 영화에 대한 믿음을 준다.
10년 이상을 이순신의 전투 연출에 쏟은 그는 드디어 여정을 마무리하는 날이 온다며 "영화마다 만든 의미를 담은 것 같아 뿌듯하다. 이순신 장군의 죽음이 분명 후대에 목소리를 남겼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진정성을 담아 후회는 없다"는 소감을 전했다.
'노량'은 개봉 전부터 유독 긴 152분의 러닝타임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 중 무려 100분이 해전 신이다.
'명량' 연출 당시, 김한민 감독은 전투 장면이 10~20분을 넘어가면 관객이 힘들어한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하지만 김 감독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이순신의 생사관과 리더십이 가장 잘 드러날 장면은 해전이었다고 확신했기에 초점을 해전 신에 맞추겠다고 결심한 사림이다.
결국 2014년, 그는 모두의 걱정을 뒤로한 채 파격적인 61분의 전투 신을 연출해냈다. 결과는 대성공.
김한민 감독은 "힘들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아 힘을 얻었다. 그렇게 '한산'과 '노량'의 해전 신에도 장대한 서사와 스케일을 연출하며 에너지를 들일 수 있었다"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던 그간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물론 해전이 거기서 거기가 아니냐는 평가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모든 해전에 각각 다른 목적과 의미를 담았다.
김 감독은 "'명량' 속 해전은 모두에게 퍼진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는 중심에 이순신이 존재했음을 표현했고, '한산'의 해전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준비하며 적과 전략 전술을 펼치는 긴장감이 있었다. 조선이 압도적 승리를 가져가는데, 전세가 승세로 바뀌는 순간의 이순신을 그렸다. 거북선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노량에서는 고독한 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도 더해졌다. 김 감독은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전쟁 속에서 왜 이순신은 고독하게 치열한 마지막을 준비했는지를 이번에 보여준다. 장군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 보여준 해전"이라고 설명했다.
김한민 감독은 노량해전의 포인트였던 이순신의 죽음을 후반부에 담백하게 연출해 또 한 번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그는 해당 연출에 대한 후회도 전혀 없다며 "장군이 당시 어떤 맥을 가지고 돌아가셨을까를 생각했다. 영화에서는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대사 뒤에도 '결코 이 전쟁을 이대로 끝내선 안 된다'는 말을 한다. 이건 제가 추가한 대사라고 볼 수 있지만 절대 장군에게 누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께서는 오히려 절 격려해주실 거라는 확신도 있다"며 미소지었다.
그렇게 완성된 '노량'. 김 감독은 시사회 전날까지 사운드 편집을 반복했을 정도로 고뇌하며 작품에 애정을 퍼부었다. 편집 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장면이 달라졌다는 그는 "편집하면서 매번 '또 눈물 흘리러 화장실 가시냐'는 말을 들었다. 나중에는 무안하지도 않더라"며 이순신 자체가 줄 울림을 예고했다.
이어 그는 최민식, 박해일을 잇는 이순신으로 김윤석을 택한 이유도 밝혔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이순신은 용맹한 리더십을 가진 용장(勇將)으로, '한산'의 이순신은 전략에 능한 지장(智將)으로 표현했다. 그는 "'노량'의 이순신은 지혜롭고 현명한 혜안을 지닌 현장(賢將)이다. 김윤석은 용장과 지장 모습까지 겸비한 매우 희귀한 배우였다. 안 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함께 하시게 됐다. 운명과 인연의 끈을 느꼈다"며 김윤석에 대한 믿음을 내비쳤다.
김윤석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월드에 날 온전히 맡기겠다'는 선언을 하며 '노량'에 합류했다고.
김한민 감독은 "감독의 의도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을 하시더라. 감독에 대한 존경이 있으신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은 저도 처음이다"라며 "어떤 분들은 김윤석 배우가 연출도 하셨기에 작품에 민감하다고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한 번도 부딪힌 적이 없었다"며 완벽한 호흡으로 '노량'을 함께 했음을 밝혔다.
'난중일기'를 매번 곁에 두고 읽을 정도로 이순신을 사랑한 김 감독. 그는 임진왜란을 다룬 드라마 '7년 전쟁'을 또 준비하며 영화로서의 이순신 프로젝트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제게 삶의 위안과 힘, 용기입니다. 제 꿈에는 한 번도 나오신 적이 없는데, 장군이 보기에도 거슬림이 없으니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거북했으면 나와서 호통을 치셨을 겁니다. 칭찬은 안 바랍니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각 영화 포스터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