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선수로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아온 SSG 랜더스 베테랑 외야수 추신수가 2024시즌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SSG는 14일 "추신수가 2024시즌을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봉은 KBO리그 최저연봉 3000만원으로, 이마저도 선수 측에서 전액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게 SSG의 설명이다.
또 추신수는 이숭용 감독의 요청에 따라 2024시즌 주장을 맡게 됐다. 이 감독은 추신수가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선수단의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내년도 주장을 제안했고, 선수가 이를 받아들여 주장을 맡게 됐다.
추신수는 구단을 통해 "비시즌 동안 가족과 함께 많이 고민했했다. 그럴 때마다 SSG와 팬분들의 응원, 그리고 무엇보다 후배 선수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만큼 야구와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느껴 구단과 진로를 함께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01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야구를 해온 23년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시즌인 만큼 그동안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홈, 원정 팬 관계없이 뜻깊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며 "구단도 신임 감독님도 나를 필요로 했고 내 의견을 존중해 주셨다. 내년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퓨처스팀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공유하는 등 팀에 공헌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01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루키팀 및 싱글A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추신수는 2005년 빅리그에 입성했다. 이듬해 시즌 도중에는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고, 2008년을 기점으로 자신의 입지를 서서히 넓혀나갔다.
추신수는 풀타임 시즌 첫해였던 2009년에 이어 2010년까지 2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로 타율 3할-20홈런-20도루를 동시에 달성한 건 2009년 추신수가 처음이었다. 또 신시내티 레즈 시절이었던 2013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도 했다.
추신수는 2013시즌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의 조건으로 FA(자유계약) 계약을 맺은 뒤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2018년에는 빅리그 데뷔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그랬던 추신수가 2020시즌 이후 큰 결단을 내리게 된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2021시즌을 맞이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SK 와이번스(현 SSG)는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 당시 추신수를 1순위로 지명했고, 신세계그룹은 2021년 초 SK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추신수 영입에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 SSG는 2월 말 추신수와 연봉 27억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고, 구단명 변경 이후 '1호 영입'에 성공했다.
당시 SSG는 "추신수 선수의 영입으로 프로야구 팬들에게 더 재미있는 경기를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명문 구단의 명성을 되찾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앞으로도 인천 야구 발전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시즌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몰고다닌 추신수는 2021년 137경기 461타수 122안타 타율 0.265 21홈런 69타점 25도루 OPS 0.860을 기록,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103개의 볼넷을 얻어내면서 KBO리그 투수들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모습이었다. 각각 112경기에 출전한 지난해와 올해 성적은 409타수 106안타 타율 0.259 16홈런 58타점 OPS 0.812, 382타수 97안타 타율 0.254 12홈런 41타점 OPS 0.777이다.
지난해 팀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기여한 추신수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6경기 25타수 8안타 타율 0.320 4볼넷을 기록, KBO리그 두 시즌 만에 우승반지까지 꼈다.
다만 추신수의 가치를 단순히 성적으로만 평가하긴 어렵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팀에 보탬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가까이서 추신수와 함께 지낸 후배들이 배우고, 또 달라졌다.
지난 6월 내야수 최준우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루틴이 좀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왔다갔다 하면서 잘 정립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생각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편인 것 같다"며 "(추)신수 선배님 영향이 매우 컸다. 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집에서 잠을 푹 자고 출근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일찍 출근해 치료나 보강 운동을 받고 하루를 일찍 시작하다 보니까 몸의 세포가 빨리 깨어나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한 바 있다.
무엇보다도, KBO리그에서 추신수를 더 빛나게 해준 건 '사회공헌활동'이었다. 추신수는 SSG 입단 첫해였던 2021년부터 연봉 27억원 중에서 10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기로 합의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추신수는 텍사스 소속이었던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했다. 2021년에는 SSG 구단 내 저연봉 선수들에게 4천만원 상당의 개인별 맞춤 야구 용품을 지원하며 소속 리그 선수들과의 나눔도 이어갔다.
추신수는 그해 9월 SSG와 '드림 랜딩(Dream Landing) 프로젝트'를 통해 야구 꿈나무와 소외계층 아동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첫 번째 기부 활동에 나섰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드림 랜딩 프로젝트는 어린이들의 꿈을 장기적으로 응원하기 위해 일회성 물품 지원이 아닌 훈련 및 학습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기획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추신수의 '모교 야구장학금 전달'을 시작으로 인천 지역 유소년 야구 선수들의 훈련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는 '꿈의 구장 프로젝트', 그리고 인천 소외계층 아동들의 학습 환경 개선을 후원하는 '꿈의 공부방 프로젝트' 순서로 이뤄졌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추신수는 지난해 1월 구단 공식 스폰서와 인천광역시야구소프트볼협회 소속 유소년 야구선수 468명에게 보온점퍼를 기부했고, 지난해 9월에는 자신의 모교인 수영초, 부산중, 부산고에 각각 3천만원, 4천만원, 5천만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지원했다.
또 추신수는 '희망 랜딩 캠페인'을 통해 사정이 어려운 군인 사병들과 학교를 그만두게 된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했다. 그의 지난 시즌 볼넷, 홈런, 도루 기록을 100만원으로 환산한 기부금 1억 200만원을 적립해 3100만원을 인천시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비로, 나머지 7100만원을 취약계층 군인 사병들의 생계비로 전달했다.
올해도 구단과 함께 사회공헌활동 '행복 랜딩 캠페인'을 진행한 추신수는 1억 390만원을 적립했다. 7000만원 순직 경찰 및 소방공무원 가정의 교육, 생계, 의료비 등으로 지원되고, 나머지 3390만원은 인천지역의 저소득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영양제와 생리대 등 필요물품 지원을 위해 활용된다.
마지막 시즌까지도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추신수의 진심은 변치 않았다. 그는 2024시즌 최저연봉 전액 기부와 더불어 아마야구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SSG 관계자는 "추신수의 최저 연봉은 구단 팀 운영에 대한 깊은 배려로 구단도 이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구단은 샐러리캡, 선수 연봉, FA 부분에서 운영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며 "더불어 추신수가 본인의 최저 연봉 금액에 대해서도 기부 의사를 밝혔고, 구단도 선수의 진정성 있는 행보에 의미를 더하고자 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추신수는 2021년 SSG의 창단과 함께 팀에 합류해 줄곧 팀의 베테랑 선수로서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지난해 팀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또한 유소년 및 사회취약층 등을 위해 올해까지 24억 이상의 기부를 진행해 왔으며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등 지난 3년간 야구장 안팎에서 단순한 리더 이상의 ‘컬처 체인저’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얘기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