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행선지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언론과 전 세계 야구 팬들이 한때 혼란에 빠졌다. 시작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물이었다.
MLB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8일(이하 한국시간) "오타니의 결정이 임박했다. 지난 며칠 동안 토론토의 입지가 넓어졌고, 오타니는 토론토와 LA 다저스를 최종 선택지로 남겨둔 상태"라고 보도했다.
모로시는 "오타니가 24시간 내로 (계약을) 하더라도 메디컬 테스트로 인해 며칠 동안 계약이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MLB네트워크의 게시물을 인용하며 캐나다 국기까지 게시하는 등 사실상 오타니의 토론토행을 알리는 듯했다.
그 이후 소셜 미디어에서는 소형 전용기 한 대의 이동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항공기는 현지시간으로 8일 아침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애나에 위치한 오렌지카운트 공항에서 출발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이 항공기가 앞서 오타니가 이용했던 전용기와 같은 기종이기도 했고, 그가 거주 중인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향했다는 점에서 오타니가 항공기에 탑승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팬들은 물론이고 일본, 한국 팬들도 항공기 추적시스템을 통해 해당 항공기의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오타니의 계약 가능성을 나타냈던 모로시는 "오타니가 오늘 토론토로 향하게 된다"고 밝혔다.
토론토 소속의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가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 근처에 위치한 일식당을 통째로 예약했다는 게시물도 소셜미디어에서 크게 화제됐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었지만, 1000회 이상 리트윗되면서 오타니의 토론토행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다저스네이션'의 J.P 훈스트라도 오타니의 선택이 토론토를 선택했다고 얘기했다.
이미 토론토는 다저스와 더불어 오타니의 유력한 행선지로 꼽혔던 팀이었던 만큼 '오타니 영입전'은 그렇게 토론토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런데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의 벤 니콜슨-스미스는 "오타니가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그럴 일정도 없다"며 "토론토가 (오타니 영입) 후보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또한 미국 매체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은 "오타니는 토론토에 없다. 그는 토론토행 비행기에도 없고, 남부 캘리포니아 집에 있다(Shohei Ohtani is NOT in Toronto. Ohtani is NOT on a flight to Toronto. Ohtani is at home in Southern California)"며 오타니의 토론토행은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디애슬레틱' 짐 보든도 오타니가 캘리포니아에 남아있음을 알렸고,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전용기에 탑승한 인물이 오타니가 아닌 캐나다의 한 사업가와 그의 가족이 탑승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있었던 해프닝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야후스포츠'는 "오타니가 토론토에 입단할 것이라고 생각한 팬들이 하루종일 열광했지만, 잘못된 정보와 상충되는 보고로 가득 찬 혼란스러운 날이었다"고 전했다. 도장을 찍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오타니다.
분명한 건 오타니가 어느 팀에 가더라도 역대급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ESPN'의 제프 파산은 1일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등 FA 시장 초반 오타니에 관심을 보인 팀들이 영입을 포기했고, 4개 팀은 여전히 경쟁 중"이라며 "오타니는 계약 총액 최소 5억 5000만 달러(약 7145억원)를 받을 수 있고, 다른 소식 통은 6억 달러(약 7794억원)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2019년 3월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이 세웠던 북미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 계약액(12년 총액 4억 2650만 달러, 약 5529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4일 "이미 오타니는 5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제안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최소 5개 팀이 오타니 영입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일각에서는 그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6억 달러의 사나이'가 될 수도 있거나 적어도 그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고 전망했다.
오타니는 윈터미팅까지 행선지를 정하지 못한 가운데, 구단들도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중이다. 그의 에이전트인 네즈 발레로가 구단들에게 협상과 관련한 내용을 알리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타니의 '비밀 유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디애슬레틱'은 "올겨울 윈터 미팅은 재미없다. 지루하다. 업계 전체가 멈췄다"고 평가를 내린 뒤 "오타니의 FA 비밀은 그리 놀랍지 않다. 그의 에이전트인 발레로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오타니 측이 팔꿈치 수술의 유형부터 반려견의 이름까지 비밀을 지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 팬들은 (오타니의) 계약이 어떻게 진행 중인지 알고 싶다. 윈터미팅에서 모두 입을 닫는다면 그게 문제"라고 아쉬워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발언이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최근 오타니의 영입을 '최우선 순위'라고 밝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6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2일 오타니와 다저스타디움에서 3시간 가까이 만난 사실을 공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실제로 다저스와 오타니의 만남이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오타니가 다저스타디움에 온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해 다저스는 구단 매장을 닫았고, 경기장 투어를 연기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다저스 구단은 최근 재계약을 맺은 투수 전화를 걸어 등번호 17번을 양보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USA투데이는 "켈리는 다저스 구단 관계자에게 '오타니의 등번호를 바꾸게 돼 영광'이라고 알렸다"며 "한 구단의 단장은 다저스가 오타니와 계약할 것이라고 믿지 않은 이상 선수에게 등번호 변경을 요청할 이유가 없다"고 보도했다.
여전히 '오타니 영입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 팀이 오타니를 품게 될까.
◆오타니 2018~2023년 연도별 정규시즌 투수 및 타자 성적
*2018년
-투수: 10경기 51⅔이닝 4승 2패 평균자책점 3.31
-타자: 114경기 326타수 93안타 타율 0.285 22홈런 61타점 OPS 0.925
*2019년
-타자: 106경기 384타수 110안타 타율 0.286 18홈런 62타점 OPS 0.848
*2020년
-투수: 2경기 1⅔이닝 1패 평균자책점 37.80
-타자: 46경기 153타수 29안타 타율 0.190 7홈런 24타점 OPS 0.657
*2021년
-투수: 23경기 130⅓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
-타자: 158경기 537타수 138안타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OPS 0.964
*2022년
-투수: 28경기 166이닝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
-타자: 157경기 586타수 160안타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
*2023년
-투수: 23경기 132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타자: 135경기 497타수 151안타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OPS 1.066
사진=AP,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