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월드클래스 미드필더의 몰락이 다가오고 있다. 폴 포그바(유벤투스)가 어떠한 조치도 없이 중형에 처할 가능성이 생겼다. 사실상 선수 생활을 은퇴하는 수순이다.
이탈리아 언론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지난 7일(한국시간) 도핑 위반 혐의를 받는 포그바가 도핑방지검찰청 측으로부터 4년 간의 출전 정지 징계를 구형받았다고 전했다.
언론은 "이탈리아도핑방지위원회(NADO Italia)가 포그바에게 4년 출전 정지 징계를 구형했다. 앞서 2년 출전정지 징계가 예상됐던 것과는 다르다"라고 보도했다.
포그바는 도핑 양성 반응이 검출됐고 역분석 결과 9월부터 유벤투스 구단으로부터 출전 정지 처분을 받고 선수 생활이 정지된 상태다.
언론은 "포그바 측에서는 이번 구형에 대한 어떠한 합의 제안도 없었다"라며 "그에 대한 재판이 곧 진행될 예정이며 미래에 감형이 요구되지 않을 경우 4년 징계가 유지된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도핑 위반의 우발성이 입증될 경우 감형이 있을 수 있고 징계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더이상 감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벤투스는 지난 9월 12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오늘 미드필더 폴 라빌레 포그바가 2023년 8월 20일 실시된 도핑 테스트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이탈리아 국가 반도핑 재판소로부터 잠정적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음을 발표한다"면서 "우리는 다음 절차 단계를 평가할 권리를 보유한다"라고 신속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알렸다.
유럽 축구 전문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 또한 개인 SNS에 "유벤투스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반도핑 위반으로 잠정적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결정은 이탈리아 국가 반도핑 재판소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며 포그바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여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선수가 불법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포그바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으로 프로 데뷔도 맨유에서 이뤘다. 데뷔 시즌 당시 맨유에 박지성이 뛰고 있어 한국 팬들에게도 일찍이 이름을 알렸다.
화려한 개인기와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 수준급의 탈압박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데뷔 초반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3경기,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1경기, 리그컵 3경기까지 총 7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데뷔 1시즌 만에 맨유와 결별을 택하고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로 향했다.
유벤투스 이적은 신의 한 수였다. 안토니오 콘테 당시 유벤투스 감독 밑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포그바는 세리에A는 물론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이적 첫 시즌부터 주전 미드필더로 중용 받았고,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아르투로 비달과 함께 유벤투스의 황금 중원 'MVP 라인'을 결성했다.
직전 시즌 리그 무패 우승을 달성했던 유벤투스는 포그바의 합류로 더욱 강력한 중원을 갖추게 되면서 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포그바는 2016년 여름 유벤투스를 떠날 때까지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세리에A 4연패, 코파 이탈리아 2회 우승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 시기 프랑스 국가대표로도 뛰며 지네딘 지단 은퇴 후 마땅한 플레이메이커가 없었던 프랑스에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 친정팀 맨유로 향한 후 포그바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잦은 부상과 기복 있는 경기력, 조세 무리뉴 감독과의 불화 등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며 제 실력을 펼치지 못했다.
유벤투스로 떠날 때 FA로 떠났던 포그바는 맨유 복귀 당시 8900만 파운드(약 1482억원)를 기록했다. 결코 작지 않은 액수를 기록한 포그바는 이적료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앞서 말한 이유들로 인해 '먹튀'가 되고 말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중원 핵심으로 활약하며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견인하긴 했으나 이 때가 포그바 경력에서 가장 빛났던 마지막 순간이었다.
월드컵에서 돌아온 포그바는 2019/20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렸다. 고작 22경기에 출전한 포그바는 이후 신뢰를 되찾지 못하고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지난해 여름 맨유와 다시 갈라섰다. 맨유가 제안한 재계약을 2번이나 거절하고 자신이 세계 최고로 성장했던 유벤투스로 복귀했다.
그러나 반등은 없었다. 유벤투스 이적 직후 무릎 반월판 부상을 당해 시즌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카타르 월드컵 출전도 무산됐다. 시즌 막바지 가까스로 복귀해 10경기를 뛰었지만 대부분이 후반 교체 투입으로 출전 시간은 161분에 불과했다.
이번 시즌도 주전이 아닌 벤치 멤버로 뛰었다. 우디네세와의 개막전에서는 벤치를 지켰고, 2라운드 볼로냐, 3라운드 엠폴리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다. 하지만 우디네세전 직후 진행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성분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축구계가 뒤집어졌다.
이탈리아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포그바가 도핑 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이탈리아 통신사 ANSA가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논란이 확산됐고, 결국 반도핑 재판소로부터 잠정적 출전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RMC 스포츠는 "포그바가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인 뒤 이탈리아 반도핑 재판소에 의해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며 "포그바는 3일 내 반론할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2차 테스트에서도 도핑 물질이 검출된다면 강력한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 30세의 미드필더는 최대 4년 동안 결장할 수 있다"며 포그바의 징계 수위가 최대 4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탈리아도핑방지위는 AFP 통신에 "우리는 도핑 검사 권고에 따라 포그바의 자격 정지를 선고했다.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조항 2.1, 2.2 위반에 대해 제재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그바 에이전트 라파엘라 피미엔타는 "포그바는 결코 금지 약물을 복용할 의도가 없었다. 이는 확실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토스테론은 세계반도핑기구에 의해 금지된 약물로 동화작용 스테로이드로 분류된다. 근육 발달은 물론 체형, 신체 감각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기피되는 금지 약물로 유명하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 제품에는 테스토스테론 같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심각한 질병 치료를 위해 전문의 처방이 필요한 약물에는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서는 금지된 약품에 존재하고 있어 온라인 등에서 불법적으로 구할 수밖에 없다.
RMC 스포츠는 "포그바는 외인성 테스토스테론(남성 신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테스토스테론에 추가된 것) 섭취가 자발적이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포그바가 이번 도핑 테스트 검사 결과에 대해 적절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포그바는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이제 30세인 그는 4년 출전 정지 징계가 확정되면 34세가 돼야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다.
4년 간 공식 경기 없이 34세의 나이에 프로 축구선수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실전 감각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그라운드에 다시 복귀하려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네마냐 마티치의 최근 인터뷰에서 밝혀졌듯, 맨유 시절 지각을 밥먹듯이 한 행적을 돌이켜보면, 포그바의 4년 뒤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천재 소리를 듣고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베스트11에도 들었던 재능의 추락은 한순간이 될 전망이다.
사진=PA Wire,AP,EPA,AFP,DPA/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