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4:20
스포츠

손흥민 2골 1AS 폭발!…한국, 중국 원정 3-0 완승→'중국이 숨도 못 쉬었다' [현장 리뷰]

기사입력 2023.11.21 22:54 / 기사수정 2023.11.21 23:16

이현석 기자


(엑스포츠뉴스 선전(중국), 이현석 기자) 손흥민의 각오가 맞았다. 중국이 숨도 못 쉬었다. 4만 관중이 망연자실한 상태로 서 있었다.

한국 축구가 6년 8개월 만에 벌어진 월드컵 예선 중국 원정에서 그야말로 완승, 쾌승을 거뒀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한 태극전사들의 줄기찬 공격 앞에서 중국 축구는 힘을 쓰지 못했다. 대량 실점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특히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 손흥민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무너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멕시코·미국 공동 개최) 아시아 2차예선 C조 2차전에서 간판 스타 손흥민이 전반 11분 페널티킥 골과 전반 45분 헤더골을 터트리고 수비수 정승현이 후반 42분 세트피스 때 헤더골을 넣어 3-0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정승현의 헤더골 때 프리킥을 차면서 이날 2골 1도움 '원맨쇼'를 펼쳤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지난 2017년 3월 중국 창사에서 열렸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 원정 0-1 패배를 설욕했다. 또 최근 중국과의 5차례 A매치에서 4승 1무라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지난 16일 싱가포르를 홈에서 5-0으로 대파했던 한국은 중국전 쾌승까지 2전 전승(승점 6)을 거두며 C조 선두를 유지했다. 아울러 지난 6월 엘살바도르전 1-1 무승부부터 A매치 7경기 연속 무승(5승 2무), 지난 9월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부터 A매치 5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에 나흘 앞서 치렀던 웨일스전 포함해 6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도 이어갔다.

반면 중국은 지난 16일 태국 원정에서 2-1 역전승을 거뒀으나 이날 패배로 1승 1패(승점 3)가 됐다. 같은 시간 태국이 싱가포르 원정에서 3-1 승리를 챙기면서 역시 승점3이 된 태국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으나 득실차에서 뒤져 C조 3위로 내려갔다.




◆80개월 만의 중국 원정…창사 참사의 아픈 기억

한국이 중국에서 A매치를 갖기는 지난 2017년 3월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특히 직전 중국 원정에서 예상밖 충격패를 당한 터라 이번 경기는 설욕전 의미를 띠게 됐다. 당시엔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할 때였는데 전반 코너킥 위기 때 상대 장신 공격수 위다바오에 한 골을 내준 뒤 이를 만회하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경기가 열린 도시였던 중국 창사를 차용해 '창사 참사'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창사 참사 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선임, 이후 최종예선 9~10차전에서 2무승부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 진출을 당했다"는 조롱까지 받을 만큼 창피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었다.



'창사 참사'는 한국의 역대 중국전 두 번째 패배이기도 했다.

지난 2010년 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컵이 처음이었다. 당시엔 A매치 기간이 아닌 터라 국내파로 이뤄진 허정무호가 남아공 월드컵 앞두고 중국에 0-3으로 완패해 이른바 '공한증'으로 불리는 중국 축구의 한국 공포가 드디어 깨진 경기로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창사 참사'는 월드컵 최종예선이라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경기였고, 두 나라 최정예 멤버가 싸웠다는 점 때문에 한국 축구에 주는 충격파가 남달랐다. 게다가 한국은 2년 전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년 EAFF컵에서 국내파 위주로 선수단을 꾸렸음에도 중국의 최정예 국가대표팀을 2-0으로 완파, 남자축구에 관해서는 1~2수 우위임을 입증한 상태였다. 그러나 '창사 참사'로 2년 만에 그런 우세가 무너졌다.




◆손흥민의 각오 "중국이 숨도 못 쉬게 하자"

경기에 앞서 태극전사들의 다부진 각오도 화제를 모았다.

중국 축구하면 국내 팬들이 떠오르는 거친 축구, 이른바 '소림 축구'에 대해 대표팀 선수들은 당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팀의 거친 축구 우려에 대해서 "결국 이런 게 월드컵 예선이지 않나 싶다. 모든 상대가 거칠게 나올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승리를 따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며 "선수들이 분명 다칠 수도 있고, 아니면 타박상이나 파울 장면이 경기 중에 나올 수도 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는 이해하지만, 이겨내야 하고 이겨낼 수 있다고 깅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오히려 이런 경기에선 선수들이 통증을 안고도 참고 뛰는 그런 모습도 갖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신력을 강조했다. 월클 레전드 공격수의 '정신력 강조'는 나름대로 신선했다.

지난 16일 싱가포르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렸던 공격수 조규성은 "원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그래서 중국이 거칠게 나올 것 같은데, 우리도 그에 못지 않게 중국보다 거칠고 강하게 한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며 거친 플레이엔 거친 플레이로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경기 전날 훈련에서 다소 살벌한 느낌이 나는 메시지를 던졌다.

손흥민은 선수들을 불러모은 뒤 "내일 관중도 꽉 찬다는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플레이를 잘 보여줘서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 주자"라며 중국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를 펼치자는 의지를 다졌다. 이어 "힘내서 이기고 잘 돌아가자"라며 동료들과 어깨 동무를 하고 훈련 마지막 순간을 큰 구령과 함께 마무리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관계자는 한중전 앞두고 4만 좌석이 일찌감치 동이 났다고 전한 적이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축구의 매서움을 지난 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한 번 더 재현하자는 다짐이었다.




◆한국은 이재성 대신 박용우…중국은 '김민재 한솥밥' 경력 모두 제외 '충격'

한국은 4-1-4-1로 맞섰다.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김태환이 백4로 출전했다. 중원은 3선에 박용우가 자리했다. 2선엔 황희찬, 황인범, 손흥민, 이강인 등 유럽 정상급 선수들이 전열을 갖췄다. 최전방 공격수엔 조규성이 자리잡았다.

중국전 선발 라인업에서 눈여겨볼 변화는 앞서 싱가포르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황인범이 한 칸 위로 올라가면서 2선에서 활동하고 박용우가 3선에 새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클린스만호 붙박이 주전에 가까웠던 이재성이 벤치에서 대기하게 됐다. 박용우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인 만큼 우레이 등 중국 공격수들과의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홈팀 중국은 4-3-3로 나섰다. 옌쥔링이 골문을 지키고, 주천제, 장셩롱, 장린펑, 류양이 백4를 구성했다.  중원은 왕샹위안, 류빈빈, 우시가 호흡을 맞춘다. 최전방 스리톱에는 주장 우레이, 웨이시하오와 탄롱이 나선다.

중국 라인업의 특징은 김민재와 과거 베이징 궈안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 선발에서 전부 빠졌다는 점이다.




◆황희찬 매직 드리블→손흥민 페널티킥 골→쉿 세리머니

킥오프 휘슬이 울린 뒤 중국은 류빈빈이 거의 수비라인까지 내려가며 사실상 백5를 형성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중국이 이기제의 패스 미스 등을 가로채면서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5분이 지나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볼을 돌리며 중국의 빈 틈을 노리는 양상으로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전반 7분엔 손흥민이 볼을 잡을 때 홈팀 베테랑 수비수 장린펑이 볼을 잡아 패스워크에 이은 공격을 전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페널티지역으로 볼이 가는 길목에 김민재가 이를 끊고 전방에 빠르게 패스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자신의 기량을 알렸다.

그러던 한국은 전반 9분 돌격대장 황희찬의 돌파 한 방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황희찬이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드리블을 치고 들어간 뒤 전방에 짧은 패스를 내줬다. 이 때 조규성이 볼을 받아 마무리를 지으려는 찰나에 옌쥔링과 중국 수비수들, 조규성, 황희찬이 엉켰다. 그리고 장셩롱이 황희찬을 걸려넘어트린 것으로 드러났다.



주장인 장린펑이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을 번복될 리가 없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전반 11분 오른발 강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 하단을 빠르게 흔들었다. 손흥민은 득점 뒤 '쉿' 세리머니를 펼치고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찰칵 세리머니를 이었다. 손흥민의 A매치 40번째 골이 터졌다. '쉿' 세리머니 때 중국 팬들은 지지 않겠다는 듯 함성을 계속 질러대고 특유의 응원 구호인 '짜요'를 외쳤다.

초반 버티기 작전이 황희찬 드리블 한 방에 수포로 돌아간 중국은 라인을 끌어올리면서 공격을 다시 감행했다.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중국 24세 이하(U-24) 대표팀에 승선, 한국전에도 뛰었던 탄롱이 슛을 했으나 골대 왼쪽을 벗어났다.

클린스만호도 만만치 않아 전반 15분 이강인의 왼발 코너킥을 조규성에 헤더로 연결했다. 볼이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면서 추가골에 실패했다.

점점 드러나는 실력 차는 중국 원정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전반 20분이 지나면서 중국을 수비 진영에 가둬놓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한국은 전반 24분 손흥민의 아크 정면 왼발 슛을 옌쥔링이 쳐내자 황희찬이 달려들어 재차 슛으로 연결했다. 득점과 인연 맺지는 못했으나 중국을 충분히 위협할 만한 장면이었다. 전반 27분엔 손흥민이 얻어낸 프리킥 때 황인범이 장거리 킥을 날리며 한국 대표팀에 키커가 다양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손흥민의 보기 드문 헤더골 터졌다! 태극전사 '압도적'

이후에도 태극전사들은 한 수 위 개인기, 그리고 중국의 거친 경기에 맞대응하면서 힘으로 누르는 등 전혀 밀리지 않고 추가골을 노렸다. 오히려 중국 대표팀 에이스라는 웨이시 하오가 어깨 부상을 입으면서 고통을 호소할 정도였다.

중국은 공격을 펼치려고 전방에 볼을 뿌릴 때면 김민재가 볼 흐름을 정확히 읽고 차단한 탓에 뭘 제대로 할 상황이 아니었다. 김민재는 경기 전 베이징에서 뛰던 동료들과 인사하고 웃더니, 막상 경기가 열리자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팀 나폴리, 올시즌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에서 선보인 수비력과 전방 볼 배급을 펼쳐 원정석에 앉은 한국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거친 수비를 잘 피해가던 태극전사들은 전반 40분 류빈빈의 몸싸움에 황희찬이 쓰러지면서 위험한 순간을 맞았다. 황희찬은 그라운드에 누워 허리를 만지는 등 불편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일어나 큰 부상이 아님을 알렸다.



한국은 전반 42분 중국의 전방압박에 가장 위협적인 장면을 내줬다.

이기제가 류빈빈의 압박에 볼을 빼앗겨 상대에 결정적인 찬스를 내준 것이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탄롱이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옆그물을 맞으면서 동점골을 내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큰 위기를 넘긴 한국은 전반 종료 전 기어코 추가골을 뽑아냈다.

이강인이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 전진 패스를 내줬고 이를 손흥민이 오른발 터닝슛으로 연결했으나 옌쥔링이 쳐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코너킥 찬스에서 골이 터졌다. 이강인의 코너킥을 손흥민이 골문 가까운 쪽에서 볼 방향을 돌려놓는 헤더를 시도했고 이게 중국 골망을 한 번 더 흔들었다. 흔치 않은 손흥민의 헤더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손흥민 추가골에 힘입어 전반전을 2-0으로 마치고 후반전을 기약하게 됐다. 




◆볼이 한국 수비진영만 넘어가도 '함성'…중국 축구의 현실

전반전은 수치로도 한국의 압도적 우위였다. 한국은 볼점유율 70%를 기록했으며, 슈팅에서도 11-2로 크게 앞섰다. 유효슈팅은 6-0으로 눌렀다.

후반에도 한국의 우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 8분 손흥민이 드리블하다가 상대팀 아크 정면으로 찔러준 볼을 이강인이 받아 옌쥔링까지 제치고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볼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려는 찰나에 중국 수비수가 걷어내 일찌감치 3-0 만들기에 실패했다. 모두가 이강인의 A매치 4경기 연속골을 예감할 찰나에 주천제가 오른발을 쭉 뻗어 걷어냈다. 그야말로 슈퍼세이브였다.



◆김민재=벽민재…이강인에 레이저 쏘는 중국 관중 '또 충격'

이후 중국은 다시 한번 공격을 시도하려 했지만, 김민재가 빠른 속도로 공을 따내 걷어냈다. 공격이 실패했음에도 한국 문전 앞으로 공이 전달되자 중국 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강인도 날카로운 돌파에 이은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20분 이강인은 손흥민과의 2대1 패스를 통해 순식간에 중국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까지 전진했는데, 상대 수비수 한 명을 탈압박을 통해 제치고 곧바로 왼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지만, 공이 조금 높게 뜨며 땅을 쳤다.

클린스만 감독은 승부가 어느 정도 기울어졌으나 선수 교체를 통해 추가골을 노렸다. 후반 27분 황희찬, 김태환, 조규성을 빼고 이재성, 설영우, 황의조를 집어넣었다. 박용우는 후반 29분 이날 경기 한국 선수 첫 옐로카드를 받았다.



결국 경기는 후반 막판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올린 손흥민의 오른발 프리킥을 공격 가담한 정승현이 A매치 데뷔골이 된 헤더골로 완성하면서 한국이 3-0 완승을 챙기는 것으로 끝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박진섭이 이날 후반 추가시간에 교체로 들어가 A매치 데뷔를 했다.

한편, 이날 꽉 들어찬 중국 4만 관중은 흥분한 나머지 이강인을 향해 레이저까지 쏘고 그의 플레이를 방해했다. 선수들은 경기에서 졌고, 팬들은 응원에서 졌다.




사진=선전, 이현석 기자,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