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 유준상 기자) 한일전 2타점 선제 적시타로 포문을 연 노시환이 4번타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팀의 패배로 아쉬움을 삼켰지만 눈에 띄는 활약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일본과 결승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3-4로 패배하면서 준우승을 확정했다. 2017년 1회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받아들였다.
4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노시환은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4회초 1사 1 2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대표팀에 2-0 리드를 안겼다. 줄곧 류중일 감독이 선취점을 강조했던 만큼 대표팀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값진 선취점이었다. 10회초에도 안타 1개를 추가해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하지만 노시환의 적시타 이후 타선이 침묵했다. 투수들은 5회말과 6회말 각각 1점씩 헌납하며 스코어는 2-2가 됐다. 연장 승부에 접어든 이후에는 10회초 윤동희의 1타점 적시타가 터져나왔으나 10회말 일본이 2점을 뽑아내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노시환은 "지긴 했지만, 대등하게 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운을 뗀 뒤 "일본 선수들의 기량이 너무 좋아서 같이 경기하면서도 배울 점이 많았고, 많은 걸 느꼈다. 다음 국제대회에서는 충분히 우리 팀이 경쟁력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배웠을까. 노시환은 "일본의 투수력에 놀랐다. 한국에도 좋은 투수가 많지만, 이번에 만난 일본 투수들의 제구나 변화구가 워낙 정교하다 보니까 타석에서 투수와 싸우면서 힘들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투수들을) 이겨내다 보니까 많은 경험이 됐다"고 돌아봤다.
부담스러운 경기 속에서도 기선제압에 성공한 건 고무적이었다. 노시환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대만전에서 선취점을 뽑는 팀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양새였는데, 오늘도 선취점이 너무 중요하다고 얘기했고 적시타가 나온 만큼 속으로 너무 좋았다. 그 중요한 상황에서 압박감을 이겨낸 게 만족스러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도쿄돔에는 4만명 넘는 관중이 운집해 예선보다 훨씬 열기가 뜨거웠다. 노시환은 "관중이 엄청 많아서 오히려 재밌었고, 많은 관중 앞에서 야구를 하니까 긴장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경기 내용도 박빙이었으니까 정말 재밌게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올 시즌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노시환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냈다. 지난달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금메달을 품었고, 시즌 종료 이후 한번 더 대표팀에 발탁돼 APBC에 참가했다.
이번에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앞으로 노시환에게 많은 날이 남아있다.
그는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하면서 좋은 경험이 됐다. 올해만 두 차례나 국제대회에 참가했는데, 다음에도 대표팀에 뽑힐 수 있게끔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며 "국가대표는 언제든지 나오고 싶다. 이렇게 좋은 구장에서, 또 좋은 선수들과 야구를 하면서 선수들은 많이 배우고 경험하기 때문에 대표팀의 '단골손님'이 되고 싶다. 항상 준비는 돼 있다"고 다짐했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과 APBC로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렸고, 올해 대표팀 멤버가 향후 국제대회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노시환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어렸을 때 대표팀은 정말 잘 싸웠다. 내가 '베이징 키즈'이기도 하고 이렇게 쭉 봐왔을 때 대표팀이 일본이나 미국이나 어떤 강팀을 만나더라도 좋은 성적을 냈고, 그런 게 한국 야구였다"며 "이번에 세대교체가 되면서 어린 선수들로 팀이 꾸려지다 보니까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 아시안게임과 APBC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만큼 세대교체가 잘 이뤄져서 내년 국가대표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도쿄, 유준상 기자, 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