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언론들이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 조회 요청을 받은 투수 고우석(LG 트윈스)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야구 전문 매체 '풀카운트'는 16일 "미국 언론들이 KBO에 키움 외야수 이정후와 LG 투수 고우석의 신분 조회 사실을 보도했다"며 "이정후는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었던 이종범의 아들로 이번 오프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실시된다. 이정후의 처남 고우석도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KBO는 지난 1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이정후, 고우석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해온 사실을 알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는 이정후가 키움, 고우석이 LG 소속 선수임을 알렸다.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NPB)에 진출할 경우 3개국 사무국이 맺은 협약에 따라 신분조회 요청을 거쳐야만 해외 구단들과 공식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
물론 신분조회가 곧 해외 진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두산 베어스와 KBO리그의 레전드 타자 김동주는 2007년과 2008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신분 조회 요청이 있기는 했지만 미국 구단들과 계약은 없었다.
2017년에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소속이던 정의윤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신분 조회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정의윤이 당시 FA 자격을 취득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잠시 화제가 됐지만 정의윤은 SK에 잔류했다.
이정후의 경우 일찌감치 올 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에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전문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최근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 야수 상위 12명의 이름에 이정후를 올려놨다.
'ESPN'은 "이정후는 추신수 이후 가장 재능 있는 한국인 야수다. 고작 만 25세의 나이에 KBO리그에서 뛴 기간 동안 매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삼진을 거의 당하지 않고 (올해) 발목 부상에도 외야 수비를 잘할 선수"라고 높은 평가를 내놨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통산 16시즌 동안 1652경기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의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은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추신수 정도의 커리어를 가진 선수들은 많지 않다. 'ESPN'이 이정후를 "추신수 이후 가장 재능 있는 한국 야수"로 평가한 점을 놓고 볼 때 이정후를 향한 빅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고우석에 대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신분 조회 요청은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고우석이 150km 중반대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투수라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올 시즌 성적이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올해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면서 마지막은 해피 엔딩이었다. 다만 한국시리즈 기간 고우석은 4경기 4⅓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사구 5탈삼진 4실점 평균자책점 8.31로 투구 내용에 기복이 컸다. 일단 LG가 우승을 확정한 한국시리즈 5차전에 헹가래 투수로 나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해피 엔딩으로 2024년을 마쳤다.
고우석은 이정후와 똑같은 1998년생 동갑내기로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뒤 3년차였던 2019 시즌 팀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61경기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커리어 하이 성적을 찍고 생애 첫 구원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고우석은 올 시즌 성적과는 별개로 국제대회에서는 부진했다.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2019 WBSC 프리미어12에서 3경기 3이닝 1피안타 4사사구 2실점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는 4경기 4⅓이닝 6피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 1패 평균자책점 6.23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는 1루 베이스 커버 미스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가대표팀에서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지난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만과 결승전에 한국이 2-0으로 앞선 9회초 등판, 1이닝 무실점으로 자신의 국가대표 커리어 첫 세이브를 따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 언론은 고우석을 '오타니 사구 발언'으로 기억하고 있다. 고우석은 올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국가대표팀 마무리 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대회 직전 부상을 당하면서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WBC전 인터뷰에서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를 언급하며 "던질 곳이 없으면 안 아픈 곳을 맞춰서 (사구로) 내보내겠다"는 인터뷰가 일본 언론에서 논란이 됐었다.
'풀카운트'는 이 때문에 "고우석은 지난 3월 WBC 개막을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에 대해 고의로 맞추겠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었다"고 지적했다.
고우석과 이정후의 '특별한 관계'도 되짚었다. 고우석은 이정후의 여동생과 올해 1월 결혼식을 올려 이정후는 고우석의 처남, 고우석은 이정후에게 매제다. 공교롭게도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이 2021 시즌부터 LG 코치로 활동하게 되면서 사위와 3년 연속 같은 유니폼을 입고 동고동락했다.
'풀카운트'는 "고우석이 천재 타자로 알려진 처남(이정후)과 함께 바다를 건널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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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