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최근 14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소화 중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이동 거리도 누적되면서 부하가 과중됐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지난 14일(한국시간) "김민재는 뮌헨 수비진의 얇아진 인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끔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받는 것은 아닐까"라며 김민재 혹사에 대한 우려를 보도했다.
지난 여름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뮌헨에 입단한 김민재는 합류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곧바로 예상치 못하 문제에 직면했다. 뮌헨의 수비진 상황으로 인해 김민재는 최근 휴식 없이 매 경기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강행군에 시달렸다.
뮌헨은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마테이스 더리흐트까지 1군 센터백을 3명만 데리고 2023/24시즌을 시작했다. 개막에 앞서 이적시장 때 센터백도 소화 가능한 풀백 요시프 스타니시치를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임대 보냈고, 뤼카 에르난데스(PSG)와 뱅자맹 파바르(인터 밀란) 모두 내보면서 수비 자원이 부족해졌다.
결국 뮌헨은 여름 때 스타니시치를 임대 보내면서 김민재 한 명만 영입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당장 더리흐트는 최근 오른쪽 무릎 인대가 부분 파열돼 약 4주간 전력에서 이탈헸다. 우파메카노도 언제 근육 부상을 입을지 몰라 최근 4경기 연속 경기 중 교체돼 출전 시간을 관리 받고 있는 중이다.
이는 유일하게 건강한 센터백인 김민재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동료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유일한 1군 센터백인 김민재는 매 경기 선발 풀타임을 뛰어야 했고, 최근 FC하이덴하임과의 분데스리가 11라운드까지 포함해 14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다.
뮌헨이 4-2로 승리한 하이덴하임전에서 김민재는 패스 미스로 실점 빌미가 되면서 혹평을 받았다. 이때 김민재의 강행군을 알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 스포츠 디렉터 크리스토프 프로운드 "우린 그가 매 경기 90분 이상 뛰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집중력 부족이 발생했다"라며 "김민재도 사람"이라고 옹호하기까지 했다.
뮌헨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 감독도 하이덴하임전을 앞두고 " 알폰소 데이비스, 김민재와같이 엄청나게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도 있다"라며 김민재의 경기 소화량에 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독일 현지에서도 김민재가 겪고 있는 강행군을 주목했다. '스포르트1'은 "김민재는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990분 중 959분을 뛰었고, 챔피언스리그 4경기에서는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라며 "A매치 기간에도 실질적인 회복은 어렵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까"라며 김민재의 많은 경기 소화량을 언급했다.
세계적인 수비수 김민재는 뮌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도 수비의 핵심이기에 친선전이 아닌 이상 휴식을 취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특히 11월부터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이 시작된다.
김민재의 피로에 대해서도 "김민재는 나폴리에서 보여준 강인함과 태클 능력으로 새 팀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는 중앙 수비수가 3명뿐인 뮌헨에서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출전하는 선수다 그의 유일한 결장 경기는 프로이센 뮌스터와의 포칼 1라운드였다"라며 "김민재는 직전 두 경기에서도 늘 그렇듯 경기 대부분을 잘 뛰었지만, 일부 위험한 판단의 피로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라며 김민재가 많은 경기를 소화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될 수 있기에 뮌헨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들은 "부족한 스쿼드와 지속적으로 빡빡한 일정 속에서 대안은 무엇인가. 김민재는 A매치 기간에도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라며 "서울에서 싱가포르와 경기를 치르고, 중국과 선전에서 경기를 이어서 진행한다. 이후 80시간도 되지 않아 금요일 저녁 쾰른과의 리그 경기에 복귀한다"라고 김민재의 11월 A매치 일정을 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는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1차전을 치른 후 대19일 중국으로 출국해 21일 오후 9시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스포츠센터에서 중국과 2차전을 갖는다.
그러면서 "모든 이동 거리를 더하면 2만 km 수준이며, 스트레스 수준도 높다 김민재는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김민재가 축구를 택한 이유가 강도 높은 축구가 그에게 적합했기 때문이다"라면서 "다만 어느 시점에서는 괴물도 지친다. 뮌헨이 팀의 이익을 위해 김민재에게 필요한 휴식을 제공할 적절한 시기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뮌헨이 김민재의 휴식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김민재 이동 거리가 총 2만 km 수준이라고 언급했지만 9월부터 시작해 최근 3개월 간 이동 거리를 계산하면 2만 km를 훌쩍 넘는다. 당장 9월에 클린스만호가 '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 A매치 2연전을 영국에서 진행했기에, 독일에서 영국으로 넘어가야 했다.
A매치 일정을 마치고 소속팀으로 돌아온 김민재는 이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 원정을 떠났고, 10월 A매치 2연전 튀니지전, 베트남전을 위해 다시 한국으로 귀국했다.
한국에서 다시 독일로 돌아간 후엔 독일에서 1경기를 치른 뒤 튀르키예로 이동해 갈라타사라이 원정 경기를 치렀다. 튀르키예를 유럽 동쪽 끝에 있어 만만 찮은 이동거리가 나온다. 11월이 되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월드컵 예선을 준비했다. 11월에 열리는 중국 원정도 가까운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니라 남쪽 끝 홍콩 인접 도시인 선전에서 벌어진다. 김민재 입장에선 추운 서울에서 더운 선전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추운 독일에서 실전을 바로 소화하는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에 직면한 것이다.
독일과 한국 간의 거리에 비하며 짧지만 주중 유럽대항전 원정은 가뜩이나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는 김민재의 부담을 과중시켰다. 체력 문제는 김민재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패스 실수로 이어졌고, 결국 지난 하이덴하임전에서 뮌헨이 2-0으로 앞선 당시 아쉬운 패스로 동점골로 이어지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팬들은 김민재가 남은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휴식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뮌헨은 지난 4차전에서 갈라타사라이를 꺾으며 A조 1위를 조기에 확정했다. 남은 2경기를 모두 패해도 1위로 16강에 진출하기에 김민재를 무리하게 기용할 이유가 없다. 투헬 감독도 리그에서 김민재가 좋은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고려할 수 있다.
김민재한테 부담을 주고 있는 뮌헨도 긴 시즌을 소화하는데 수비수 숫자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2024년 1월 겨울 이적시장 때 수비수 영입을 적극 고려했다.
프로운드 디렉터는 지난 12일 '스카이스포츠 독일'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누사이르 마즈라위와 김민재 그리고 아마도 에릭 막심 추포모팅을 잃을 거다"라며 "센터백, 라이트백, 6번 미드필더를 모색 중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2024년 1월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개최하는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열리면서 김민재(대한민국), 마즈라위(모로코), 추포모팅(카메룬)이 잠시 뮌헨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두 대회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가 공인한 대륙컵이라 소속팀은 대표팀의 자출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만약 2024년 1월 12일부터 시작하는 아시안컵에서 2월 11일에 열리는 결승전까지 진출한다면 뮌헨은 리그에서 최대 5경기(호펜하임-베르더 브레멘-아우크스부르크-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바이얼 레버쿠젠)를 김민재 없이 치러야 한다.
다만 현재 뮌헨과 적극 연결되는 수비수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기에 향후 뮌헨이 김민재 부담을 덜어주고,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동안 공백을 메꿔줄 수비수로 누굴 낙점했는지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대체 수비수가 없다면 김민재 체력이 떨어져 한 시즌 농사를 결정짓는 내년 봄에 뮌헨 수비력이 얼마나 좋을지 장담할 수 없다.
사진=DPA, EPA/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