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개콘'이 3년 4개월여 만에 돌아왔다. 이전과 달라진 것 없는 시대착오적인 개그와 함께.
지난 19999년 첫 방송돼 무려 21년 동안 일요일 밤을 책임졌던 프로그램은 점차 킬러 코너가 사라지며 예전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에 2020년 6월 폐지됐고, TV 공개 코미디가 모두 사라져 희극인들이 설 자리는 줄어들었다.
때문에 지난 12일, 절치부심해 돌아온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새 출발은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반가움 속에 TV를 켰을 이들을 반긴 건 과거부터 문제가 됐던 외모 비하나 차별과 혐오가 담긴 개그였다.
'개콘'은 일부 코너들에서 보이는 비하성이나 가학적인 개그, 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차별적인 아이템에 대해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돌아온 '개콘'에서는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코너들이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니퉁의 인간극장' 코너는 제노포빅(xenophobic, 외국인 혐오)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필리핀 며느리 니퉁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 그리고 그런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쓴웃음조차 나오지 않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날 '개콘'은 중국인 2명과 한국계 캐나다인 1명이 포함된 9인조 다국적 그룹 제로베이스원을 방청석에 초대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문제를 모르고 있다는 것만 증명한 셈이다.
또한 최근 코미디언들은 표현의 제약이 적은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기도. 때문에 지상파에서 선보이는 개그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불편한 표현들은 그대로 살아남고, 트렌디함만 쏙 빠진 듯한 모양새라 아쉬움을 더했다.
누리꾼들도 "시대가 바뀌었는데 여전하다", "2023년 맞나?", "차별 아니면 개그가 안 되나", "돌아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변한 게 없네" 등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준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 돌아온 '개콘'이 웃음 대신 불쾌감만 남긴다면 기대하던 시청자들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달라진 시대의 흐름을 읽고, 건강한 웃음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다만 낯익은 얼굴들과 새로운 신구조화를 이룬 점 등은 긍정적이었다. 앞서 김상미 CP는 "주말 밤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같은데 '개콘'은 가능하다"고 자신한 바. 이제 막 첫 회를 시작한 만큼, 모두를 웃게 할 수 있는 '개콘'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사진=KBS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